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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년 바라보는 남북 노동자 교류의 한계와 과제
  • 윤효원 본지 국제담당 객원기자
  • 승인 2006.07.06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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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광주에서 6월14일부터 17일까지 6·15 민족통일대축전이 열렸다. 여느해처럼 올해의 6·15 민족대통일축전에서도 노동, 농민, 청년학생, 교육 등 9개 부문별로 상봉행사가 진행되었다. 남북 노동자들의 행사인 ‘민족통일대축전 남북노동자 상봉행사’는 노동자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6월15일 오후 광주 조선대에서 열렸다.

남북관계 전문 인터넷매체인 <통일뉴스>에 따르면, “노동자가 하나 되어 조국통일 이룩하자”, “오월정신 계승하여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참석자들의 구호가 외쳐졌고,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금도 이렇게 벅차고 감격적인데 통일이 되었을 때 만끽할 기쁨과 환희는 얼마나 크겠는가"라며 "오늘 우리가 외친 구호가 지역과 현장에서 높이 울려퍼지고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는 실천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연설했다.

최창만 북한 조선직업총동맹(직총) 부위원장은 “조선반도 정세가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면서 "전쟁시 가장 피해 입는 것은 노동자대중"이라고 지적, "외세와 손잡고 전쟁을 일으키려는 반(反) 6·15 세력의 위험한 활동을 단호히 분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정세는 더욱 더 엄혹해지고 있다. 외세는 호시탐탐 남북의 갈라진 틈을 노려 전쟁공사를 하고 있다. 6·15 선언이 밝힌 우리민족 끼리의 기치를 높이 들어야 한다. 남과 북의 노동자가 힘을 합치면 외세의 방해에도 통일조국은 반드시 건설된다.” 이용득 위원장의 연설이다.

최광철 조선공무원 및 공사직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노동자가 우리민족끼리, 민족대단합의 기관차가 되어 조국통일의 새 국면을 열어나가야 한다"며 "자주통일, 반전평화를 이뤄나가는데 남북 노동자가 연대연합을 강화하자”고 연설했다. 이날의 행사는 문예공연과 북한 대표단의 행사장 행진에 이어 남한 노동자들의 대동한마당으로 막을 내렸다.

“보통사람이 함께 하는 공간이 넓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사업이 있으면 평가도 하는 법. 이번에 열린 6·15 민족통일대축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을까. ‘평화통일 교육 및 기행 해설사 양성을 위한 통일강좌’를 소개한 <통일뉴스>에 따르면, 이승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정책위원장은 통일대축전에 참가한 북한 대표단이 한나라당에 대한 비난을 반복한 것을 두고 “북 대표단을 맞이한 주인의 한 부분이었던 남측 당국에 대단한 모욕을 준 결과를 낳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보면 앞으로 있을 8·15 평양대회에는 아마 남측 당국은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6·15 축전에 대해 “통일운동의 대중화, 시민참여형 운동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했던 것의 성과가 반영된 것”이라고 하면서도 “보통사람들이 함께 하는 통일운동 공간들이 더 넓어졌다고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에는 권력 등 통일장애물에 대해서 투쟁하는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국민대중을 놓고 6·15 지지세력과 그렇지 않은 세력 간 정치적 게임이 벌어지고 있어 누가 더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누가 더 능력을 보여주고 끌고 가느냐에서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기범 어린이어깨동무 사무총장은 10여년간 민간이 대북협력사업을 진행해오는 과정에서 전문화, 규모화되면서 “민간단체의 힘으로 상당부분 한계가 있고 피로현상을 느낀다”며 “북측도 민간과 협력사업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으며, (이러한 민간단체의 대북협력사업이 한계에 봉착하게 되면) 민간단체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 “시장도 당국도 할 수 없는 민간단체 본연의 역할이 무엇이겠는가”라는 고민을 던졌다.

한충목 통일연대 정책위원장은 <통일뉴스>가 마련한 6·15 민족대축전을 결산하는 대담 자리에서 “6·15 남측위가 대중을 믿고 대중에 근거해 힘있게 정치적으로 돌파하려는 실천 의지가 있었어야 한다"면서 "수구세력들의 공격에 대해 지나치게 수세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무난하고 무리없이 행사를 마치려고 하는 모습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우리들이 통일운동을 하면서 유례없이 반6·15 세력들의 어찌 보면 상당히 조직적인 대응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는 게 한 위원장의 분석이고, 따라서 "반 6·15세력의 저항이 날로 극심해질 것이라 보고 이에 대한 대비도 해내가야 한다”는 것이다.

십년을 바라보는 남북 노동자교류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민족통일대축전에 대한 두 조직의 평가는 찾기 어렵다. 북한의 노동자조직인 직총을 노동조합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 남아 있지만, 어떠한 의미이든 간에 노동자를 대표하는 조직으로서 남한의 양대노총과 북한의 직총이 서로 교류한 지는 이제 십년을 바라본다.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노동자 축구대회 이후 남북 노동단체들의 교류에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교류의 수준이 만남 자체를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크다.

사실 우리는 북한에 대해 많은 걸 아는 듯하지만, 그렇지 못한 게 솔직한 현실이다. 양대노총이 북한의 직총과 교류를 한다지만, 사실 직총 자체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 직총의 지도부는 어떤 경로를 통해 선발되는지, 산업별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이른바 직총의 지역과 현장 활동은 어떻게 이뤄지는지, 노동자는 몇명인지, 임금은 얼마나 되는지, 노동조건은 어떠한지를 우리 노동계는 잘 알고 있지 못하다. 북한의 노사관계나 노동법 분야는 말할 나위도 없다.

나아가 남한 노동자와 북한 노동자의 처지와 대우에서 비슷한 것은 무엇이고 다른 것은 무엇인지. 남한의 노사관계와 북한의 노동관계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남한의 노동시장과 북한의 노동시장은 어떻게 비교할 수 있는지. 남북의 노동법은 어떤 게 있는지. 좀 큰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개성공단의 노동조건과 노동권 문제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개성공단 같은 사례가 확산될 가능성이 큰데 이에 대한 남북 노동계의 공동대응은 어떠해야 하는지. 남한 자본의 시설과 공장이 북한으로 이전될 때 남북 노동자들에게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 남북통일 과정이나 이후의 바람직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노동조직의 상(像)은 무엇인지 따위의 문제도 노동자 조직이라면 짚어볼 대목이다.

“노동자가 하나 되어 조국통일 이룩하자”는 당연한 원칙과 “조선반도가 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엄혹한 정세에 압도당해서일까. 십년이 지나도록 남북 사회 모두에서 생산의 주역인 노동자조직에 고유한 자기 내용을 마련하지 못하는 남북 노동자 교류의 현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민족모순’과 더불어 ‘계급모순’에도 눈 돌려야

지난 7월3일 한국노총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총공회(ACFTU) 대표단이 이용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공식회담을 가졌다(중국총공회는 국가의 통제를 받는 노동계급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전달벨트’이기는 하나, 중국의 시장개방과 자본주의 개혁 이후 노동조합으로서의 성격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총공회 대표단은 최근 중국의 상황과 중국총공회의 현안 등을 설명한 후, 두 조직 간의 교류와 협력 증진을 위하여 지도부의 정기적인 교환방문 지속, 산하 조직간 상호방문 확대, 문화·체육·기술 협력 분야에서 양국 노동자간 교류, 국제협력 강화 등을 제안하였고, 한국노총은 이에 동의했다. 중국총공회 대표단은 7월4일부터 국제노동재단과 LG구미공장, 부산지역본부 등을 방문하고 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양대노총과 북한의 직총 사이의 교류도 이러한 방향과 내용으로 나가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남북 노동자 교류사업은 정치·군사적인 문제에 압도당하는 현재의 수준을 넘어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노동자 조직으로서 부딪히는 공통의 도전과 문제를 토론하고 논의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 기운 조성과 북한의 개혁개방은 동전의 양면이다. 북한의 개혁개방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북한의 경제체제에 침투해 들어감을 뜻한다.

북한의 값싼 노동(cheap labor)을 찾아나서는 한국과 외국 자본의 움직임에 남북 노동자가 함께 대처해야 할 일은 없을까. 한반도에 걸쳐진 ‘민족모순’과 더불어 ‘계급모순’의 해결에도 눈 돌려야 할 과제가 교류 십년을 바라보는 남북 노동계에 던져져 있다.

윤효원 본지 국제담당 객원기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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