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호 대안연대회의 운영위원(진보정치연구소 비상임연구위원)이 지난 7월2일 민주노동당 부설 진보정치연구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은 곧 조세개혁’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기금고갈론', '부실운영론' 등 연금 ‘크기’에 주목하던 국면을 벗어나, 전면적인 조세개혁투쟁으로 국면을 전환해, 사회공공성 투쟁으로 국민연금 개정 논란을 끌고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오 운영위원은 민주노동당의 국민연금 개혁안에 대해 “돈을 미리 마련해 둔 듯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오 운영위원은 진보진영의 공세적이고, 다양한 개입을 주문했다.


진보진영 국민연금 활동 “실제로는 지고 있다”

오 위원은 “2003년 정부가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 진보진영은 동상이몽이지만 한나라당의 동조에 힘입어 국민연금 개악을 어떻든 막고 있다”면서 “하지만 같은 기간에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떨어져 왔고, 의무가입제도인 국민연금의 권위는 낮아지고 사적 생명보험은 대안제도로 위력을 떨친다”고 우려했다.

“2004년 국민들이 생명보험회사에 납부한 보험료가 47조원이다. 국민연금 보험료 17조원의 세배에 이르는 금액이다. 국민 1인당 생명보험료가 98만원이므로 4인가구는 매년 400만원을 보험회사에 내고 있다. 2000년 99조원이었던 보험회사의 운용자산은 2004년 169조원으로 늘어나 정부 예산보다 크다. 진보진영이 국민연금을 두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벌이기에 무승부라도 이룬 줄 알았는데, 시장에서 사보험이 이렇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니 실제는 지고 있는 셈이다.”

오 위원은 “특히 제도권 정치로 진입한 민주노동당의 경우는 더욱 엄격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정치에서 한나라당이 완승을 거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나라당은 감세론을 주장하면서도 천문학적 재정이 드는 기초연금을 제안하는 황당한 ‘정책정당’이지만 대중정치에선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만큼 제도권 정치 지형이 왜곡되어 있다. 하지만 정치지형의 탓으로 책임을 돌리기엔 무언가 허전하다.”

오 위원은 “시민단체와 진보진영을 통틀어 국민연금 개정대안을 밝힌 조직은 민주노동당이 유일하다”면서 “민주노동당 내부 척박한 정책활동 환경을 감안하면 담당간부들의 헌신적인 노력의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 위원은 민주노동당의 안에 대해서 “공적연금의 원칙엔 충실했으나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면서 “국민들은 미래 연금재정을 걱정하는데, 우리는 돈을 미리 마련해 놓은 듯 설계도를 그린다”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 안, “광장에 펼 물건이 못 된다”

“민주노동당 국민연금 개정안은 급여율이 현행 60%에서 60~70%로 증가한다. 국민연금 논란이 연금재정 불안에서 촉발된 것임을 생각한다면 조정이 필요할 듯하다. 심지어 이 개정안조차 사각지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족하다며 모든 노인에게 평균소득의 60%를 지급하자는 주장도 공개적으로 제기된다. 이는 진보정당의 사회정책을 진보적 사회철학의 영역으로 되돌리는 이야기다. 우리끼리 논의거리는 될지언정 광장에서 펼 물건으론 적절치 못하다.”

오 위원은 “6월초 유시민 장관이 회심의 카드로 기초노령연금제를 꺼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고, 한나라당은 ‘견고하게’ 20% 기초연금급여율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진보진영은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준비”를 위한 몇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오 위원 제안의 첫번째는 “진보진영의 국민연금 개혁안은 노후보장성뿐 아니라 지속가능성도 담아야 한다”는 것. “장차 필요한 재정이 어느 규모인지, 연금보험료과 세금은 얼마가 필요한지, 어떠한 방법으로 마련할지에 관한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 결과 후세대 부담을 점차 경감하고, 초고령사회에서도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대중에게 전달해야 한다.”

“연금 개혁, 계급정치 제자리로”

또한 오 위원은 “국민연금을 계급정치의 제자리로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래 공적연금은 저소득계층이 지지하고 높은 보험료를 내야 하는 상위계층이 저항한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서민들이 국민연금과 싸우니 부자들은 앉아서 구경하면 그만이다. 국민연금에 남아 있는 불합리한 제도를 부각시키며 상위계층의 책임을 공론화해야 한다.”

또한 “사보험 공세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에 저항하는 서민들도 암보험, 생명보험에 들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가입자의 수익비가 0.8 안팎에 불과한 사보험은 미래의 은인이고, 수익비가 2~3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호주머니 갈취자로 알려져 있다. 사보험자본과 보수언론이 지금까지 얼마나 국민연금을 공격해 왔는지 두꺼운 백서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이제 우리가 사보험에 대항해야 한다. 사보험에 지불한 보험료만 전환해도 무상의료, 노후소득보장은 바로 해결된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적립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적 운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정부여당은 해외투자, 경영권 방어, SOC 투자, 기업은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부패협약, 사회적책임 표준화 등 연금기금 운용에 개입하려 한다. 시민단체조차 사회책임투자지수를 개발하며 연금기금 운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진보진영만 두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연금기금을 통해 국민경제의 건전화를 이루고, 노인요양시설 및 공공임대주택 등 가입자의 복지에 기여하는 구체적인 기금운용방안을 개발하며 개입해야 한다.”

오 위원은 “국민연금개혁은 곧 조세개혁이라고 정의해도 크게 틀리지 않다”면서 “진보진영의 어떠한 개혁대안도 조세개혁 없이는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조세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초연금은 구현될 수 없으며, 정부개정안대로 급여율은 인하될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실망은 더 커지고 공적연금의 뿌리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이를 인식한다면 오 위원은 “국민연금을 둘러싸고 진행되었던 모든 에너지는 조세개혁으로 모아져야 한다”면서 “국민연금 가입자를 대표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최소 5년의 중장기 조세개혁국민운동본부 설립을 정부에 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가입자들이 조세개혁 활동을 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 위원은 이 활동의 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은 가장 주목받는 선수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금, 낼 것은 내고, 더 내라고 요구하자”

오 위원이 제안한 조세개혁을 위해 소득파악인프라 구축, 남발된 조세 감면 정책의 축소, 직접세의 인상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은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해선 엄격한 소득신고체계를 마련하고,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해선 간이과세제 폐지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오 위원은 “노동자, 자영업자 중 절반이 세금을 내지 않는 면세자 지위에 있다”면서 “상징적인 금액이나마 얼마라도 세금을 내고 조세개혁의 주체로서 정부와 상위계층에 조세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보다 적극적인 개입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부자증세론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직접세 비중은 약 10%로 OECD평균 15%에 크게 뒤진다. 금액으로만 따져도 연 40조에 해당한다. 상위 20% 이내 소득계층에 대한 소득세율을 인상하고, 국민의 환율방어 덕택에 호황을 누리는 극소수 재벌대기업들이 법인세를 더 내야 한다. 부자증세론을 주장하는 민주노동당이 2005년에 제출한 소득세법, 법인세법 개정안에 의하면 매년 4조원의 추가 세수가 조성된다.”

오 위원은 마지막으로 국민연금 관련 활동을 전면적인 조세개혁 국면으로 이끌어야 함을 주장했다. “조세형평성만 확보된다면 지금보다 국민부담률을 올리는 조세개혁은 가능하다. 사회복지의 수혜가 분명히 확인된다면 우리도 그만큼 세금을 낼 수 있다. 하반기 국민연금활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전면적 조세개혁 국면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자.”

“적자 발생시점도 좋지 않다”


정리해보면 이렇다. “한국의 노동시장이 ‘개판’이 된 것은 공무원 탓이 아니”며 “적자가 발생한 것도 제도 자체의 문제지 공무원 탓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공무원연금에 엄청난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국민연금에 비해 ‘공무원연금은 더 받는다’는 제도 자체의 특수성이 더해지면서 엉뚱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고용도 안정된 놈들이 연금도 훨씬 더 받으면서 적자를 발생시켜?” 대략 이런 식이다.


- 공무원노조의 대응방식은 적절하다고 보는가.
“공무원노조의 대응은 첫째는 침묵이고, 둘째는 틀어막기다. 일단 침묵으로 대응하다가, 공론화되면, 항의방문 가고 성명서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런 식의 어법이 나오고 있다. 노조의 태도가 대단히 경직적이라는 말이다. 이게 다시 여론과 국민을 자극하고 있다. 제도의 문제, 국면의 문제, 경직된 대응의 문제가 종합되면서 최악의 상태로 갔다. 반대로 정부 입장에선, '꽃놀이패'를 잡게 됐다. 이걸 종합해보면, 공무원노조는 몰려 있고, 사회적으로는 제도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와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걸 인식해야 한다.”


“노조 대응 너무 경직됐다”


이쯤에서 오 운영위원은 몇가지 급진적 안과 부분적 수정안, 수익률에 대한 자신의 계산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사자 원칙’이 중요한 대중조직의 특징과 노동계의 입장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수치는 기사에 밝히지 않을 것을 전제했다. 우선 제기한 문제 해법은 이것이다.


“먼저 안을 내야 한다. 정부가 2월 입법을 목표로 한다고 했을 때, 초안은 올 연말이면 나올 것이다. 그것에 반박하는 형식이 아니라, 두발 앞서 공무원노조의 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를 위해선 제도를 꼼꼼히 분석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를 바탕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을 근거로 공무원노조는 조합원을 설득해 가야 한다. 사회공공적인 관점에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 검토 아래서 안이 나온다면, 혹 기존 통념과 다르더라도, 혁신적인 안으로 조직 내 동의를 만들어내야 한다.”


- 계산이 제각각이다. 또한 종합적인 수익률 분석을 본 적이 없다.
“내가 계산한 데이터가 있지만,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아서 말하기 어렵다. 대략만 말하자면, 일반적으로 공무원연금이 국민연금에 비해 혜택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건 공무원이 가진 상대적 고용안정으로 인해 얻어진 것이다. 노후 연금제도로서만 보면, 퇴직금이 없는 공무원의 특징을 감안하면 특혜를 받는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국민연금은 연금 내부의 계층별 수익비가 다르다. 많이 낸 사람(소득이 높은 사람)의 수익률에 비해, 적게 낸 사람(소득이 낮은 사람)의 수익비가 더 높다. 하지만 특수직역연금은 소득에 다 똑같다. 그걸 고려하면, 하위직 공무원의 경우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해 유리한 게 거의 없다.”


“사회복지는 한보따리가 맞다”


물론 전제는 복잡하기 마련. “국민연금 가입자에 비교할 때 공무원연금 가입자는 중상층에 속한다. 중위소득자 정도는 될 것으로 본다. 이건, 소득파악이 잘 되고 있지 않은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또한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같게 적용되는 문제다. 이 문제는 사회공공성의 명분을 가지고, 노조 지도부가 조합원을 설득해야 할 문제다.”


연금 특혜 시비를 한번에 불식시키고, 이 국면은 공무원 노동3권 쟁취의 명분을 더할 계시로 삼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오 운영위원은 제안했다.


또한 오 연구원은, 10년이면 수급권이 발행하는 국민연금의 비해, 20년 이상 가입해야 수급권이 발생하는 공무원연금을 비교할 때, 10년이상~20년미만으로 근무한 공무원노동자의 불이익이 크다고 분석했다.


“부분적인 개혁안이라면 우선 급한 것이 공적 연금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건 기술적으론 아무 문제도 없다. 이 경우 가장 득을 볼 사람은 하위직 공무원이다. 이동통로를 만들고, 소득에 따른 수익비의 층위도 만들어야 한다.”


- 제시한 해법은 통합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같다.
“사회복지는 무조건 보따리가 하나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의 떡이 더 커보이게 마련이고, 서로 유리한 방식으로 비교하게 된다. 특수직역연금과 국민연금도 이 문제다. 사회적 연대를 강화하는데, 현재와 같은 분리는 장애가 된다. 공무원 노동자들은 국민적 비판여론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한 보따리로 가는 게 좋다.”

- 1988년 국민연금 최초 도입시 고수익비는 노태우 정권의 사기극이다?
“아니다. 초기 기금 정착 과정에서 ‘적게 내고, 많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제도를 시작한 것은 당연하다. ‘노태우 사기극’ 발언을 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도, 만약 1988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할 입장에 있었다면, '저기여-고급여' 방식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처음 시작되는 제도의 유인 차원에서도 특혜를 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초기 제도정착비용으로 봐야 한다.”


- 2047년에는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
“위협 효과를 노린 협박이다. 국민연금이 5년마다 재정조정제도를 두고 있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이 논리는 마치, 아프면 죽는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병원에 가기 때문에 죽지 않는다. 가능성 낮은 시나리오를 현실처럼 말하며 협박하는 것이다.”


- 급여가 인하돼 원금도 못 건진다?
“국민연금법이 개정된다고 해도, 소급입법 되지 않는다. 기존 수급자의 기득권을 간과한 제도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과잉정치, 그로 인한 국민연금 반대여론을 깨야 한다. 노동시민단체의 대중신뢰 운동이 필요하다. 특히 노동단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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