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진폐환자가 됐습니까? 지난날 급격한 경제성장을 위해 산업의 원동력인 석탄을 캐내다 그렇게 됐습니다. 그런데도 입원요양은커녕 법이 정한 합병증이 없다는 이유로 진폐증에 걸려도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일 산재보험법 개악 저지를 위한 민주노총 기자회견장에서 32년 동안 탄광노동을 한 주응환 (사)한국재가진폐협회장이 오랜기간 탄광 노동으로 진폐증에 걸렸으면서도 산재적용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재가진폐협회 추산에 따르면, 현재 3천여명의 진폐증 환자들이 산재를 인정받아 병원에서 요양중이며, 직업병으로 인정받지 못해 통원치료중인 재가진폐증 환자들은 3만여명에 달하고 있다. 현행 산재보험법의 특별법인 진폐법에 따르면 활동성폐결핵·흉막염·기흉·기관지염·기관지확장증·폐기종(심폐기능 경도장해이상)·폐성심·미코박테리아 감염 9가지 합병증 증상이 없으면 진폐증환자라 하더라도 산재인정을 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재가진폐증환자들은 호흡곤란을 심하게 겪고 있어도 요양이나 의료서비스 한번 받아볼 수 없는 형편이다.

주응환 회장은 “아파도 자기 돈으로 약을 사먹어야 하고 병원에 가도 자기 돈으로 해야 한다”며 “돈이 없으면 그나마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죽음을 기다리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주 회장은 또 “뿐만 아니라 4~5만에 이르는 퇴직 탄광노동자들에게서 새로운 진폐증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이런 대책은 세우지도 않은 채 재정부족으로 산재보험의 혜택마저 줄이려고 한다면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와 재가진폐협회는 산재인정기준이 되는 합병증 범위에 폐렴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응환 회장은 “진폐환자들의 폐에는 탄가루가 붙어 있어서 산소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에 단순한 감기도 폐렴으로 발전해 치명적”이라며 “특히 겨울에는 호흡곤란이 심해져 심한 환자들은 혼자서 50보도 걸어가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또 진폐환자 7급까지만 가능한 연금혜택을 13급까지 늘려줄 것과, 재가 진폐환자들 중에서도 정도가 심해 3개월 마다 약을 수령하는 이들을 통원 요양환자로 간주하든지 휴업급여를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진폐 판정절차 투명화와 진폐환자 실태조사를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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