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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는 개방 통해 국내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민주노총 공청회, ‘한미FTA와 노동자’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2차 협상이 오는 10일부터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한미FTA 저지를 위한 노동자, 민중진영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1차 협상에서 우려했던 투자분야 등이 이미 합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합의된 분야에 대한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멕시코가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미국과 체결할 당시 언론은 물론 대통령까지 나서 ‘대국민 사기극’을 광범위하게 전개했던 것과 유사한 상황이, 한국에서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한미FTA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 즉, ‘국가 대 국가’ 간의 추상적인 국익 공방으로 광범위하게 펼쳐졌던 국내 논쟁구도도 차츰 ‘자본과 정권을 아우르는 지배블럭 대 노동자, 민중을 중심에 둔 피지배블럭’의 한판 싸움으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특히, NAFTA 체결 후 멕시코 경제뿐 아니라, 미국 노동자와 농민 또한 유사한 피해를 입었다는 실증적 연구자료가 쏟아지면서 초국적자본의 세계재편 논리 내지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질서 재편의 일환으로 FTA가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초국적 자본의 입김이 한미FTA 협상에서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국내 대자본이 한미FTA 협상 국면에 편승해 그동안의 숙원사업을 관철시키려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초국적 자본과 국내 대자본의 요구를 한미FTA와는 별개로 수년전부터 노사관계 로드맵, 자본시장통합법 등 국내 법안 정비를 통해 자본들의 축적전략 내지는 산업구조개편의 전환을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6월30일 ‘한미FTA와 노동자’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열고, 한미FTA를 둘러싼 이같은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한편, 한미FTA 1차 협상의 문제점, 한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해 토론했다.

ⓒ 매일노동뉴스

정부 연구결과, 가정부터 현실과 괴리
고용감소 불가피…노동시장 유연화 공세는 다음 수순


‘한미FTA가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발표한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부 연구결과가 완전경쟁시장, 시장의 안정상태, 거시균형조건, 생산요소의 자유롭고 완전한 이동 등 실제 경제 현실과는 동떨어진 가정들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공상적인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차 국장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서비스업에서 17만2천명의 고용증가를 예측해 다른 산업의 실업인구를 흡수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나, 이는 노동력, 자본 등 생산요소 이동이 완전하고 자유로우며 비용이 없다는 가정에 기초해 있기 때문에, 미국에 비해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국내 서비스산업의 현실에 비해 크게 과장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경제통합에 준하는 협정인 한미FTA는 그 파급효과를 분석하는 데 무역관련 지표뿐 아니라, 투자환경과 산업구조, 유사한 환경변화가 몰고 온 과거의 경험 등 ‘총체적 분석 및 검토’가 필요하나 정부는 무역장벽이 사라지면 수출이 늘어 생산증가를 가져 오고, 고용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단순한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차 국장은 “FTA는 역내 무역을 촉진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협정이기 때문에 고용문제가 핵심적 관심사는 아닐 수도 있다”며 “그러나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투자장벽으로 보는 것이 미국식 관점이기 때문에, 정부도 인정하고 있듯이 한미FTA 체결 이후 미국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증가할 경우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실제, 주한미상공회의소의 2005년 보고서에서 △정리해고 요건 완화 △해고예고 기간 60일에서 30일로 축소 등 노동시장 유연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정부가 한미FTA 체결로 비정규직이 증가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반발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입법이 통과될 경우 비정규직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관측했다. 비정규직 입법은 한미FTA를 앞두고 미국의 노동유연화 요구를 의식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설명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차 국장은 주한미상공회의소가 미국 재계의 요구 사항을 △노동시장 유연성 증대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도로의 전환 △노사관계 균형개선 △작업중단 중 대체 근로자 투입허용 △근로자에 대한 다년계약 도입 등으로 정리하고 있으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제로의 전환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노사관계 로드맵에 포함되어 있거나 직접 연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한미FTA는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조의 단체행동권 제한이라는 방향으로 노사관계 분야의 법제화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동조건 저하 불가피
소비·의료·교육의 양극화 확대 예상


▲ 차남호 민주노총 정책국장. ⓒ 매일노동뉴스
차 국장은 이어 한미FTA로 농업이 파탄날 경우, 농토에서 밀려난 수십만의 이농 행렬이 제조업과 서비스업 노동시장으로 몰려들고, 이들은 기존에 있던 실업인구와 더불어 거대한 산업예비군(실업자)의 저수지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노동력의 공급이 넘칠 것이란 설명이다. 이에 따라 넘쳐나는 노동력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임금 억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하다는 것.

아울러, 그는 미국 무역대표부의 무역장벽보고소(NTE)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의 정책보고서를 인용, △노동운동 억제 △노동사건의 민법 관할로 변경 △대체근로 허용 등이 현실화 되면 노사의 힘의 추가 자본쪽으로 더욱 기울어져 노동의 협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와 함께, 차 국장은 “한미FTA가 관세철폐에 따른 후생효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진실을 덮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고용이 불안해지고 노동조건이 악화될 노동자들의 구매력이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만약 후생증대 효과를 누리는 계층이 있다면 외국산 고가품, 사치품을 구매할 능력이 있는 부유층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의료체계도 고액의 사적건강보험에 가입해 첨단의료기술의 혜택을 받는 부유층과 보장성이 낮은 사적보험과 유명무실한 국민건강보험의 수혜를 입는 서민층으로 양극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차 국장은 “한미FTA는 다국적제약회사에 유리한 ‘의약품 상환가격 정책’을 관철해 의약품비용 지출을 늘리게 될 것이며, 이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악화로 이어져 결국 보장성 확대를 가로막고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될 것”이라며 “아울러, 미국은 가입자가 국민건강보험과 개인보험 중 하나를 선택해 보험료 액수에 따라 이용하는 병원이 달라지는 보험사-병원 자유계약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토론자로 나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현재 미국은 금융서비스 협상에서 보험료율에 대한 규제 철폐와 모든 보험상품의 출시를 제한없이 자유화 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국내 보험사들이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위해 개인질병정보 제공 요구, 의료기관간 네트워크 구축 허용 등을 정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측의 요구가 수용될 경우, 한국의 건강보험제도는 완전히 붕괴되고 민간보험 중심으로 된 미국식 제도가 안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와 같이 진전될 경우, 의료보험제도는 부유층을 위한 민간의료보험과 부실화된 건강보험으로 이원화되고, 공적 건강보험제도는 붕괴될 것이란 설명이다.

현재 국내 건강보험가입자의 상위 12%만 민간의료보험으로 이동해도 건강보험 재정은 50% 가량이 감소되고 사실상 건강보험제도는 붕괴될 것으로 그는 전망했다.

교육부문의 경우, 그는 “미국 ‘영리 교육기관’의 국내진출 허용이 한미FTA 협상에서 핵심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들에게 영리행위를 인정할 경우, 국내 사학자본들도 형평성을 이유로 규제철폐를 요구할 것이며, 특히, 미국 영리교육기관이 ‘본교진학자격’을 조건으로 교육과정을 개설할 경우 비싼 등록금을 부과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차 국장은 “누구를 위한 한미FTA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다수 국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면서 “결국, 개방을 해서 국내 구조조정의 계기로 삼자는 것이 한미FTA 추진론자들의 추진 이유로 판단된다”고 결론 내렸다.

미국 업계의 민원창구 역할하는 한미FTA
이해영 교수 “이미 합의된 것이 더 중요”
▲ 이해영 한신대 교수 / 한미FTA 저지 범국민 정책기획연구단장. ⓒ 매일노동뉴스
한미FTA의 문제점과 1차 협상 평가에 나선 이해영 교수(한신대·한미FTA 저지 범국본 정책기획연구단장)는 한미FTA는 미국업계의 그동안의 밀린 민원을 총정리하기 위한 ‘민원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론스타가 로비스트를 동원해 미의회를 통한 한미FTA 과세조항 변경을 요구하고, 미국 제약업자들이 4대 선결조건과 관련된 약속이행을 요구하면서 한미FTA '비토'를 들먹이고 있으며, 미국의 부시 대통령의 정치자금원 역할을 해 온 미국의 쇠고기 업계는 광우병 쇠고기의 수입을 관철하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있는 등 일련의 상황들이 이를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미국 현지에 앉아서 전화와 이메일로 장사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서비스공급을 위한 현지 설립의무 면제’를 한미간 1차 협상에서 합의해 준 것을 보면, “서비스산업을 통해 고용을 늘리겠다는 정부의 주장은 허구임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한미 서비스교역의 최대 적자부문인 특허권 사용료(로열티)를 현재 사후 50년에서 20년 더 내라는 미국측 요구를 한국 정부가 양국의 입장차이에도 불구하고 협정문의 통합에 합의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서비스교역 부문에서 어떤 추가 성장효과가 있는 것인가”라고 정부측에 물었다.


이밖에, 그는 “1차 본협상은 합의된 것 보다 합의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하다”며 “특히, 투자조항이 가장 문제가 된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정부가 투자 장(chapter)의 구조 및 항목에 대체로 의견이 접근했다고 밝히고 있는 바, 이미 공개되어 있는 미국의 투자협정 표준안인 'BIT(양자투자협정) 2004'가 미국의 FTA 표준안과 내용에 거의 차이가 없다”고 상기시킨 뒤, “이제 사채와 투기자본에도 내국민대우를 보장해주고, 국내에서 이행의무 부과가 금지되며, 투자자는 정부를 상대로 제소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FTA보다 더 무서운 자발적 사유화”
공공연맹의 이윤주 정책부장은 DDA(도하개발어젠다)와 FTA가 폭탄이라면, 국내에서 자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공공서비스의 사유화나 시장화 조치는 일상적으로 민중들의 삶에 스며드는 독약과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 교육, 의료서비스는 상당부분 시장구조에 편입됐으며, 세종문화회관을 법인화시켜 민간자본화 시키려는 문화예술의 시장화 추진, 보육과 노인요양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의 민간투자를 허용하는 민간 투자법의 입법화로 진행되고 있는 사회복지 서비스의 시장화, 외국병원 내국인 진료 허용, 영어마을 설립 등에서 볼 수 있듯이 경제특구, 기업도시, 제주특별자치도 등이 자발적 자유화 조치의 대표적인 사례들”이라며 “이미 한국 사회의 사회공공성은 상당부분 침식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한미FTA 협상 체결로 투자조항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인 ‘이행의무부과 금지’ 조항이 적용될 경우, 공공성을 위한 사회적 개입이 무력화될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국내 부품 조달 및 제품 사용비율 의무, 기술/생산공정/지적재산권 등의 이전의무, 연구개발 기금 출연의무 등과 같은 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 부장은 “공기업의 민영화 과정이나 인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내국인 일정비율 고용의무’, ‘고용승계 의무’, ‘단체협상 사항 유지’ 등도 부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BIT 2004’에서 투자개념이 광범위하게 정의되고, 투자 전단계부터 ‘투자’로 규정하고 내국민대우를 해줘야 하기 때문에, 단기성 투기자본이 이제 국가 기간산업과 공기업에 손쉽게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간산업 및 공기업에 투자한 자본은 이윤을 얻기 위해 요금인상, 시설투자 축소, 구조조정, 정부 보조금 폐지 등을 요구할 것이라고 그는 관측했다.

“한미FTA는 대자본 산업구조 재편 이데올로기"
정정훈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은 정부와 자본에서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며 한미FTA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는 “거대자본의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양극화의 핵심 문제를 중산층의 감소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산층에게 필요한 서비스산업을 확대해야 하고, 한미FTA는 이런 서비스산업의 혁신을 촉발할 것이니, 한미FTA는 양극화 해소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와 대자본의 논리”라고 정리했다. 특히, 서비스산업 부분의 혁신은 중산층에게 필요한 일자리를 공급해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게 해줄 것이며, 이를 위해 첨단 서비스산업 중심의 성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그러나, 이런 논리에서 불평등한 고용구조, 분배구조로 인한 생산대중의 빈곤확대라는 문제가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양극화의 핵심은 중산층의 감소가 아니라, 생산대중의 구조적인 빈곤화”라며 “그렇다면 정부와 자본이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면서 한미FTA가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거대자본의 산업구조 재편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공세에 지나지 않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연구원은 “이런 이데올로기는 신자유주의적 정책과 제도에 의해 구조적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 생산대중을 겨냥해 작동되고 있다”면서 “경제성장이 멈추면 양극화는 더욱 확대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경제통합이 필요하고, 그래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 공세”라고 분석했다.

정병기 기자  gi@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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