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서비스는 '사회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차별 해소', '전국민에게 일자리를 통한 복지 구현'과 직결되어 있는 사안이기에 소홀히 다루어질 수 없는 영역으로 자리매김됐다. 선진국의 경우 대량해고의 시대를 거쳐 오며 공공고용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으나 호혜적 정책의 한계로 인해 다양한 방식을 통한 민간의 창의성과 전문성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공직업안정기관이 전무한 상태에서 IMF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게 됐고, 이전에 우리 사회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대량실업과 이에 따른 사회문제 극복의 대안으로 고용보험제도와 민간직업상담원을 둔 고용안정센터를 운영하면서 비로소 공공직업안정기관이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고용안정센터가 도입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시기이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고용에 대한 해답과 올바른 길을 찾고 있지 못하다. 10년을 내다보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이 아닌 단기적 처방, 공급자 위주의 서비스 획일화가 복합적으로 발생하며 고용서비스 선진화란 거대한 흐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는 점에서 그 근원에 대한 해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

문제는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는가가 아닌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해야 한다. 고용서비스란 것이 국가전체의 관점에서 균형적인 시각으로 전 국민에게 공평하게 제공돼야 할 보편타당한 공공재임에 틀림없다. 또한 국가의 관심과 배려,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직업상담원의 공무원화는 결코 국가가 고용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것과는 밀접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고용서비스가 전 국민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임은 분명하지만 전문성이 결여된 통제적, 규제적 행태의 서비스 전달로는 결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직업상담원노조와 한국노총, 학계,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수많은 정책제안을 통해 고용정책수립 및 전달기구의 독립화를 가장 중요한 화두로 제시해 왔다. 그러나 지금의 공무원화 논란은 문제의 본질을 벗어난 - 직업상담원의 신분안정이나 처우개선은 과정에 일부에 불과함에도 - 논란일 뿐이다.

고용서비스를 어떤 기관에서 어떠한 형태로 제공하는가는 조직구성원의 신분을 뛰어 넘어 가장 중요한 본질임에도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사라지고 오직 공무원이냐 직업상담원이냐에 대한 논란만을 가중시키고 있다.

직업상담원을 별도 직렬의 공무원으로 전환해도 그것을 담고 있는 그릇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은 논란은 끝이 아닌 또다른 불씨로 다시 피어오를 것이다.

노동부라는 그릇을 절대적으로 유지한 채, 그 내부종사자들의 신분 또는 처우개선만으로 국가 고용지원서비스의 선진화를 완성시킬 수 없는 것이 당연함에도, 지금의 노동부는 현 체제 그릇의 손상 없이 그 내용물만을 바꾸려하고 있어 원칙적인 고용지원서비스의 선진화의 기본적 의미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진정 성공적인 고용지원서비스의 확립을 도출하려면, 작금의 노동부라는 틀에서 벗어나 가장 합리적인 체제 구축을 해야 한다는 고민에서 첫 출발을 해야 할 것이다.

공단이건 고용청이건 고용안정본부이건 지자체이건 결국 이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되지 않는다면 즉, 고용서비스를 제공할 주체에 대한 명확한 확립이 없다면 그 어떤 대책도 미봉책 혹은 사상누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공무원화 논란은 본말의 전도

지금 직업상담원에 대한 공무원화 논란은 본말의 전도이고 선후가 뒤바뀐 것이다. 노동부란 그릇이 고용서비스를 추진함에 있어 부적합한 측면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우를 범하는 것과 같다.

이제부터라도 전문성과 효율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릇에 대한 고민부터 시작해야 한다. 시간은 좀 더디더라도 지금의 화두는 고용서비스 선진화에 대한 올바른 정착과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더욱 고민해야 할 때이다.

고용안정센터의 조직개편 없는 직업상담원의 신분안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진정한 고용서비스 선진화란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구성원이 열과 성을 다할 수 있는 조직의 틀을 만들어내는 것이며 국민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바로 어떤 그릇에 담을 것인가에 대한 해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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