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외경제위원회 보고회의에서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소속 4개 단체가 “한미FTA는 중단 돼어야 한다”는 의견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그러나 의견을 들은 노 대통령이 “한미FTA와 관련해 찬반토론은 하지 않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을 갖고 토론을 할 수 있으나, 찬성이냐 반대냐라는 식의 토론은 하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노 대통령은 한미FTA에 대해 국민적인 지지가 높으며, 1994년 멕시코의 나프타 사례를 인용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당시의 멕시코의 기술력과 현재 한국의 기술력은 차이가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 “한미FTA, 총체적으로 문제”

이날 대통령을 면담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는 미국의 TPA(신속무역협상권) 시한에 맞춰 협상을 서둘러 왔으며, 지금까지 진행상황은 한미FTA가 단순한 ‘기우’가 아니다”라며 “절차적인 문제, 비공개의 문제, 내용상의 문제 등 총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허 부위원장은 우선, 협상 개시 방침을 확정한 상태에서 하루 전에 공청회를 여는 등 관련규정이 정한 의견수렴 절차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1차 협상 내용의 전면공개를 요구했다. 일단 정부의 협상력을 믿고 지켜봐달라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태도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분야에 진전이 없으며 △정부가 비교우위를 전망했던 제조업 분야의 경우 미국측이 완강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등 1차 협상의 내용도 문제가 많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한미FTA 협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FTA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노총 정광호 사무처장 역시 협상내용의 투명한 공개 등을 촉구했다. 정 사무처장은 “이해관계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대화하고 논의할 수 있는 사회적 대화틀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그는 통상절차법 제정과 무역조정지원법의 개정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정 사무처장은 “통상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협상팀의 전문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통상절차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난 4월 정부가 급조한 ‘제조업 등의 무역조정지원에 관한 법률’로는 피해산업의 기업과 노동자들을 지원하기에는 미흡하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관점에서 무역조정지원법도 개정해야 된다”고 건의했다.

노무현 “국민적인 지지 높은 것으로 안다”

노동계의 요구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FTA를 반대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할 경우 토론에는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통령을 면담한 뒤,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미FTA 반대를 주장하는 측과는 어떤 토론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토론을 하기 위해서는 찬성을 전제로 구체적인 내용을 가지고 토론을 하자는 것이다.

국민적 동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과 관련해, 노 대통령은 “국민적 지지가 높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남은 1년 정도 준비하면 잘 되지 않겠냐고 답변했다고 허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아울러, 허 부위원장은 준비가 부족하다는 지적과 관련해 “노 대통령이 2004년 8월부터 준비를 해 왔으며, 우리가 미국에 먼저 제안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협상내용 공개와 관련해, 노 대통령은 “협상전략을 공개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밝혔으며, 김종훈 수석대표 역시 “정보공개법에도 결정 과정 중에 있는 내용은 비공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최종 합의문이 나오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고 허 부위원장은 설명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들이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1994년 멕시코의 기술력과 현재 한국의 기술력은 비교할 수 없다면서 지난 4일 방영된 KBS 스페셜 보도를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정광호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노 대통령이 한미FTA 협상팀에 "시한에 얽매이지 말고 내용에 중점을 둬서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아울러, 안보적 효과는 고려하지 말고 경제적 효과만 생각할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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