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이 진통 끝에 20일 상임위 배정을 마무리했다. 당은 행정자치위를 빼고 건설교통위에 들어가기로 했다. 나머지 의원들은 전반기 국회 때 배정됐던 상임위를 다시 맡는 쪽으로 정리했다.

이제껏 민주노동당의 상임위 배정 과정을 지켜보면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이 의원들은 일부 상임위 배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전반기에 교육위원이자 여성위원을 겸하던 최순영 의원은 보건복지위 배정을 원했다. 지난 2년 동안 보건복지위원을 맡아왔던 현애자 의원도 보건복지위 유임을 희망했다. 상임위 변경을 희망한 의원은 최 의원뿐만 아니다. 다른 일부 의원들도 상임위 변경을 내심 희망했다. 그런데 모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의원들이 상임위 변경을 희망한 이유는 더 나은 의정활동을 통해 진보적인 정책과 목소리를 더욱 확산시키겠다는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또 그간의 배치 과정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배치에 앞서 전반기 의정활동에 대한 공개 평가를 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당 차원에서 공개 평가를 하고, 평가 결과에 따라 상임위 배치를 논의했다면 더욱 생산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특히 민주노동당은 지난 2004년 총선을 전후해 비례대표 의원들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하자는 내부 제안도 있었다. 당시 이 제안은 진보정당다운 ‘신선한 발상’으로 회자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은, 당직자조차도 귀동냥으로 주워듣는 가운데 의원단 대표를 뽑고 상임위원을 배정했다. 비례대표 의원직의 교체는커녕 상임위원 자리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근 민주노동당은 혁신을 이야기하면서 여러 제도를 고치겠다고 한다. 하지만 제도 개정만이 혁신은 아니다. 어느덧 당 깊숙이 퍼진 ‘경직성’을 탈피하고, 자칫 간과하기 쉬운 ‘당원중심성’, 그리고 누구와 함께, 누구를 위해 뛰는 당인지를 실천으로 보여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할 때만이, 당은 시나브로 혁신해 갈 것이다. 정치의 계절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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