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빈곤과 전쟁의 세계화 반대, 한미FTA 저지 국제연대의 날”로 원정투쟁단이 미국에서의 공식적인 일정을 시작하는 날이다. 아침식사를 마친 원정투쟁단은 기숙사 건물 앞에 모였다. 국제연대 토론회가 열리는 회의실이 위치한 워싱턴 대학 건물로 이동하기에 앞서 앞으로 일주일간 집회와 가두 행진 시 쉼없이 외치게 될 구호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6월4일…“엘 푸에블로 비베! 라 루차 시게!(민중 만세! 투쟁속에서 앞으로!)”

“EL PUEBLO VIVE~!, LA LUCHA SIGUE~! (엘 푸에블로 비베~! 라 루차 시게~!, ‘민중 만세, 투쟁속에서 앞으로’)”라는 스페인어 구호를 힘차게 배우고 한국어판으로도 바꾸어 외쳐보았다. “자유무역~!, 결사반대~!”. 이어 이어진 다양한 구호들 “DOWN! DOWN! FTA!", "NO WAY! FTA!", "UP with the People~ Yeah! Yeah!, 민중들 일어서~ 예! 예!", ”Down with FTA~ Boom! Boom!, FTA 저지해~ 붐! 붐!“ 등.

재미있는 율동과 더불어 풍부한 멜로디가 가미된 다향한 구호들은 투박한 한국식 구호에 익숙한 원정투쟁단에게는 다소 생소하기도 했으나, 힘찬 원정투쟁의 첫 신호로는 충분했다.

‘신자유주의 반대, 한미FTA 저지 재미위원회’와 국제 민중운동단체 ‘Grassroots Global Justice’가 공동주관한 1부 토론회는 주제발표1(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는 우리의 목소리/한국과 미국내 민중운동의 현황과 사례, 그리고 전망) 및 주제발표2(제국주의에 반대하는 세계운동은 하나다/베네수엘라, 필리핀, 흑인운동, 한국 운동의 경험과 사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한미FTA 1차 본 협상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진행된 토론회는 한미간 FTA가 양국간 불공정한 통상협정일 뿐만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을 참가자 모두가 공감하고 이해하는 자리가 되었다. 결국 한미FTA를 저지하는 것은 인종과 국경의 차이를 넘어 전세계 민중들의 의무이자 과제임을 서로가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주제 발표에서 한국측 발표자로 나선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동지는 한미FTA가 노동자, 농민을 포함한 한국 민중 전반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해 설명하고, 미국 중심의 초국적 자본에 무제한의 자유를 주려는 한미FTA를 저지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제2주제 발표자로 나선 평택 범대위의 문규현 신부는 미국이 평택으로 미군기지를 이전하며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하는 것은 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제치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미군기지 이전이 가지고 있는 지정학적 의미를 설명했다.

미국내 흑인 노동운동조직과 필리핀 반제국주의 단체, 베네수엘라 시민단체를 대표한 발표자의 발제 내용도 참가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필린핀 신애국동맹 바이얀 미국지부의 Katrina Abalcar은 필리핀에 미국산 농산물이 밀려들어 필리핀 농민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고, 수많은 옥수수 밭이 골프장으로 변하고, 이에 따른 일자리 감소와 임금의 하락 등 필리핀의 현실을 소개했다.

토론회를 마친 원정투쟁단은 워싱턴 거리 행진을 위해 일단 IMF본부와 세계은행 빌딩 맞은편의 머로파크에 집결했다. 이후 백악관 앞 라파엣 공원까지 약 4Km를 행진하며 미국 시민사회를 향하여 한미FTA 반대 홍보전을 진행했다.

원정투쟁단은 범국본에서 제작한 반팔 티셔츠를 입고 "NO KORUS FTA"가 적힌 붉은색 손수건을 모자나 목, 팔에 걸고 행진에 나섰다. 어제 저녁 늦게까지 일부 운영위원들이 준비한 각종 피켓과 선전물도 FTA 반대 선전전에 한 몫 단단히 했다. 시위대의 선봉에 선 조직별 깃발 뒤의 풍물패는 꽹과리와 징, 북소리를 힘차게 울리며 수적으로 열세인 시위대에게 힘찬 투쟁의 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원정투쟁단과 재미위원회, 그리고 국제 반세계화 반전 단체 앤서(ANSWER) 회원 등 시위대의 총 인원이 약 100여명 내외의 소규모라 참가자 모두가 있는 힘껏 오전에 배운 구호를 열심히 외쳐야 했다.

시가행진 중 원정대의 최초 타깃은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일방적으로 대변해 온 IMF 본부였다. 원정투쟁단은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민중이 겪어야 했던 고통은 물론 전 세계 민중들이 치르고 있는 고통을 모두 함성과 야유에 담아 힘차게 쏟아냈다. 또 한미FTA가 저지될 때까지 힘차게 투쟁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의 표현으로 시위대 모두가 워싱턴 길바닥에 드러누워 힘찬 구호와 함성을 외치기도 했다. 일요일이라 그런지 길거리를 지나는 미국 시민들의 수는 적었지만, 투쟁단의 시가행진을 바라보는 모습이 흥미진진해 보인다.

야! 드디어 미 무역대표부 건물이 보인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한미FTA 1차 협상 장소이다. FTA를 반대하는 우리들이 한국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비교적 작은 건물이다. 비록 적은 숫자이지만 우리들의 야유와 함성만으로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을 것 같다. 일단 풍물패가 기세를 돋우고, 투쟁단의 야유와 함성이 뒤따랐다. “미 무역대표부야, 일단 오늘은 그만하마! 내일부터 지긋지긋하게 괴롭혀 주마! 내일 또 보자!”는 일성을 남기고 백악관 앞 라파엘로 공원으로 이동해 정리집회를 가졌다.


6월5일…“1차 협상 첫날, 협상단을 쫓아라!"

오늘은 1차 본 협상 첫날로 원정투쟁단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날이다. 오전 8시 전까지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쳤다. 한국 및 미국 협상대표들에게 따끔한 훈계를 가하기 위해 민주노총 원정투쟁단을 선두로 미국 무역대표부 앞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무역대표부 앞에 집회 대열을 갖춘 원정투쟁단은 풍물공연을 시작으로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어 오종렬 원정투쟁단 단장,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김태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이흥세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부회장, 강내희 문화연대 공동대표 등 원정투쟁단을 이끄는 대표들과 ‘한미FTA 저지, 신자유주의 반대 재미위원회'의 박혜정 동지가 원정투쟁단이 미국에 온 목적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위해 워싱턴DC 중심가에 위치한 미국 전국기자협회(National Press Center)로 출발했다.

남은 투쟁단은 성공적인 기자회견을 바라는 의미에서 열렬한 환호와 박수로 대표단을 환송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원정투쟁단의 구호와 율동이 상당히 진일보 했다. 청출어람이라고 투쟁이 진행될수록 구호와 율동을 소개한 재미위원회 동지들보다 한국에서 간 원정투쟁단의 솜씨가 나날이 좋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드디어 협상장소인 무역대표부로 들어가려는 한국측 협상단이 모습을 나타냈다. 집회중인 원정투쟁단을 의식해서인지 정문으로 들어가지 않고 빌딩 옆의 쪽문으로 들어간다. 시위대는 지체 없이 옆쪽으로 이동해서 구호와 야유와 함성으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나라를 팔아먹는 협상에 임하는 이들을 나무랐다. 여기저기서 목쉰 소리가 터져 나온다. “당신들은 누구의 위임을 받고 협상에 나섰는가?”, “이 매국노들아! 너희들이 무슨 자격으로 노동자와 농민들을 다 죽이려고 하느냐.” 이보다 거친 고함과 야유가 거세게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지만 원정투쟁의 마지막날까지 평화적이고 준법적으로 투쟁을 진행하겠다는 원칙을 모두가 잘 지키고 있다.

협상이 무역대표부 건물뿐만 아니라 분과별로 나뉘어 여러 장소에서 진행되는 터라 한국측 협상단이 여기저기서 보이기만 하면 원정투쟁단은 그들을 쫓아 뛰어다니며 시위를 진행해야 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오전 협상을 마치고 나오는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와 원정투쟁단의 만남이다. 원정투쟁단 여기저기서 질문공세는 물론이고 야유와 함성이 터진다. 김종훈 대표가 차에 오르기까지 원정투쟁단이 김종훈 대표를 둘러싸며 따라간다.

“우리도 국민이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에게 오늘 협상내용을 얘기하라”, “나라를 팔아먹으면서 어떻게 한마디도 없나”, “우리는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 우리에게 이야기해 달라” 등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김종훈 대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가기만 했다. 이어 김종훈 대표가 차에 오르자 일부 원정투쟁단원이 차를 막고 길바닥에 드러눕기도 했지만, 미국 현지법상 어쩔 수 없이 자제를 요청하는 목소리에 곧 길을 내주어야 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김종훈 대표의 차를 막는 과정에서 미국 경찰들이 2차례 위험신호를 보냈다고 한다. 첫번째는 차를 에워싸고 막았을 때, 두번째는 일부 원정대와 미국 경찰 간에 약간의 신체적 접촉이 있었을 때라고 한다. 아슬아슬하기 했지만 별 불상사 없이 넘어가 다행이다. 한국과는 전혀 다른 집회 및 시위문화에 아직은 모든 원정투쟁단이 낮설기도 하고 불만스러워 하는 모습니다.

하지만 원정투쟁단은 죽어도 한국 정부가 좋아할 만한 행동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도 정부는 한미FTA에 관해 악화되어가고 있는 여론 반전을 위해 워싱턴에서 폭력시위 소식이 들려오기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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