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26일 검찰의 현대차, 글로비스, 현대오토넷 압수 수색을 시작으로 현대차 비리사태로 그룹총수 정몽구씨가 4월27일 구속되었다. 그런데 그 무렵부터 울산상공회의소와 울산시장 등이 앞장서서 정몽구 구하기 서명운동을 시작하더니 6월 현재 울산지역, 전국, 해외까지 200만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른바 정몽구 살리기 서명운동은 비자금조성, 횡령, 배임, 세금포탈 등 파렴치한 범죄를 통해 노동자를 착취하고 초과이윤을 축적한, 노동자들에게는 더없이 나쁜 범죄자를 “유전무죄”의 논리로 정당화시키는 일이다. 더욱이 마치 그 범죄자가 없으면 세상이 망하기라도 하듯이 시민들을 우롱하고, 도를 넘어 노동조합에까지 자기들 대오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것은 정말로 너무나 있을 수 없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고 파렴치한 사기행각이 아닐 수 없다.

서명 대상에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노동자들은 물론이고 부품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포함되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중소영세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는 주변에서 5명씩 서명을 받아오도록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현장 노동자들이 정몽구 추종세력이 주장하는 논거들에 의해 완전히 장악당하고 노동자 의식의 해체 지경에 몰려 있음에도, 노동운동 진영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강력한 대응전략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게 또한 현실이다. 민주노총울산본부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 또한 입장발표 및 성명서를 내는 정도의 대응이 있었을 뿐이다.

이에 지난 4월초부터 울산 지역의 현장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현대차 비리 사태에 대한 투쟁본부 구성과 투쟁을 논의해 오던 중, 지난 5월11일 민주노총 울산본부와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에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선거 이후에 논의하겠다 하였고,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상집회의를 거쳐 5월25일 운영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하였는데 5월25일 운영위원회에서는 지역 현장 활동가들이 제안한 투쟁을 그대로 받아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향후 지역본부 차원에서 대책위를 꾸리기로 하였다고 통보를 받게 되었다.

그후 6월7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차 바로세우기 운동본부”(가칭) 구성을 지역에 제안하였다. 그러나 제안서를 보면 그 구성단위에 “부품사 경영진”을 명시하고 있는가 하면, “조기수습과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여 시민의 힘으로 현대차를 압박하는 사회적 해결 방향”,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동차산업발전기금 30억원 지원 추진”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6월말 공식 발족식을 가진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투쟁본부 구성을 추진하여 온 현장 활동가들은 6월8일 3차 회의를 통해, 시기적으로 너무 늦은 것과 울산지역본부의 제안내용이 심각하게 민주노조운동의 정신을 훼손함은 물론 민주노총 울산본부의 위상을 크게 훼손할 염려가 있음을 확인하고, 제안서 폐기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의 위상에 걸맞는 제대로 된 투쟁본부 구성을 요구하기로 하였으며, 당일 '현대차그룹 불법비리 관련자 전원 엄중처벌 및 불법비자금 사용내역 전면공개를 요구하는 노동자 투쟁본부'(약칭 '현대차그룹 비리사태 관련 노동자 투쟁본부')를 울산지역 10여개 현장조직과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결성하였다(참가단체 : 현대자동차 서영호·양봉수 열사 정신계승사업회,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철폐투쟁단, 현대중공업 전진하는 노동자회, 현대중공업 청년노동자회, 현대미포조선 현장노동자투쟁위원회(준), 희망사회당 울산시당, 노동해방연대, 울산노동자신문, 울산노동자배움터, 그리고 다수의 개인 활동가).

“현대차그룹 비리사태 관련 노동자 투쟁본부”는 이후 주요한 투쟁사업 및 실천 과제로 △정몽구 외 정의선 등 현대차그룹 불법경영 관련자 전원 구속 처벌 △정몽구 정의선이 불법으로 조성한 재산 전액 몰수 및 불법비자금 사용내역 전면 공개 △노조 길들이기 등 노조파괴 일환으로 비자금을 썼다면 실체 공개 △"비자금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현대자동차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등을 채택하였으며, 6월14일부터 홍보물을 통하여 울산지역 전체 단위사업장은 물론이고 대시민 선전전을 통해 현대차 비리 사태의 본질을 폭로해 내고 이를 전국으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또한 서명운동은 물론이고, 대중적 투쟁도 조직해나갈 것이다.

온갖 불법탈법을 저지르고도 뻔뻔스럽게 법을 우롱하고 노동자 민중들을 절망하고 분노하게 하는 행태가 다시는 이 땅에 되풀이 되지 않도록,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는 그날까지 우리는 철저히 싸워 나갈 것이다.

또한 울산지역의 노동자들이 먼저 출발하였지만, 우리의 취지에 공감하는 전국의 모든 노동자들이 “투쟁본부”에 동참하여 노동자의 진실한 분노와 함성이 결코 죽지 않았고 의연히 살아 있음을 만천하에 알려 나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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