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 정당들의 월드컵 관전 반응이 재미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 먼저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는 “토고를 보니 지도부가 흔들리면 힘을 못 쓴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고 했답니다. 자신들의 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거죠.

- 한나라당 이계진 대변인은 “승리는 그만큼 땀 흘렸고, 그만큼 고심했고, 그만큼 자기를 변화시킨 자의 몫이자 쟁취의 산물”이라고 했답니다. 또 “지도부가 분열하고 입으로만 큰소리 치던 토고는 자중지란으로 자멸한 것”이라며, “이제 남은 경기도 우리 선수들은 승리할 것”이라고 했답니다. 언뜻 듣기에는 순수한 월드컵 논평 같지만, 축구를 정치판으로, 우리 대표팀을 한나라당으로, 토고를 열린우리당으로, ‘남은 경기’를 ‘대선’으로 치환해보면 지방선거 압승 자축과 대선 승리 염원을 담은 논평으로 해석되죠.

- 보수여야 모두 자기들 얘기하느라 바쁜데 민주노동당은 ‘토고’를 격려하는 이색적인 논평을 냈답니다. 박용진 대변인은 “토고에게 남은 경기는 식민지배국가였던 프랑스와 스위스”라며 “토고가 두 경기를 모두 이겨서 한국팀과 함께 16강에 진출해, 아시아와 아프리카 민중들의 떠들썩한 응원소리로 유럽의 한복판을 달구자”고 했답니다. 제3세계 민중들의 ‘동병상련’을 강조한 셈이죠.

- 진보정당다운 논평이군요.

이주노동자도 함께 외친 ‘대~한민국’

- 이주노동자들도 한국팀의 월드컵 선전을 기원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 월드컵 대표팀이 13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아레나에서 열린 2006년 독일월드컵 G조 토고와의 첫 경기에서 2대1 승전보를 울렸는데요.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이주노동자 100여명도 붉은 티에 두건까지 갖춰 입고 열띤 응원을 보냈다고 합니다.

- 이주노동자와 중국동포 등 100여명은 이날 일을 마치자마자 서울 대림동에 있는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로 모여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했는데요. 주로 방글라데시와 스리랑카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은 꽹과리, 북, 폭죽 등 다양한 응원도구까지 챙겨오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 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달라도, 축구라고 하는 공통의 관심사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이 하나되는 뜻깊은 경험을 했다”고 밝혔는데요. 내국인과 외국인의 공통 관심사가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주노동자들의 근로환경 개선 노력으로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네요.

인간의 탈을 쓴 개?

- 노사분규가 있는 어느 현장마다 용역경비의 등쌀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람의 생명을 살린다는 병원에서도 예외는 없는데요. 세종병원의 경우, 용역경비물대포와 소화기를 노동자 안면에 분사하는 등 가혹한 폭력행위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용역경비를 동원한 폭력행위는 6개월이 넘도록 전혀 변함이 없습니다.

- 노동부의 중재로 집중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세종병원에서 용역경비의 난동이 또다시 되풀이됐다면서요?

- 사흘째 집단단식을 진행하고 있는 조합원을 향해 용역경비의 무차별적 폭력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세종병원지부에 따르면 서 있기도 위태로운 난간 위에서 용역경비 중 한 사람이 조합원을 심하게 구타하고 짓밟는 것도 부족해 손가락을 물어뜯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 아니, 사람을 물어뜯다니요? 사람인지, 짐승인지 정말 어이가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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