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TV를 보면 온통 하루 종일 월드컵 중계와 광고들로 넘쳐나는데요. 월드컵에 별 관심 없는 사람들마저도 경기 결과를 줄줄 외울 정도인데, 이거 너무 심한 것 아닌가요.

- 그런 편이죠. 월드컵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나랏일에 무관심하거나 이상한 사람 취급 받는 분위기죠. 그래서 누구도 선뜻 문제제기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때마침 민주노동당이 월드컵 열기에 제동을 걸고 나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 민주노동당은 12일 “월드컵 방송이 너무 지나쳐 다른 방송을 시청할 시청권까지도 제한할 정도”이고 “심지어 정치부 기자들까지 월드컵 보도로 빼는 바람에 소수정당들 소식이 더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볼멘 소리를 했답니다.

- 민주노동당은 방송사들이 자체적으로 조율하지 않으면 방송전파 낭비와 외화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방송관련 강제규정이라도 둬야 할 것 같다면서 “월드컵은 즐기되 독점하지 말아야 하고 응원은 하되 관심 없는 사람들에 대해 배려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답니다.

- 온 나라가 월드컵 응원구호로 넘쳐나는 한편에서는 시각 장애인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한강으로 뛰어들고, 노동자들도 전국 곳곳에서 싸우고 있는데요. 월드컵 보는데 방해된다면서 행여나 이들의 생존권 싸움에까지 시비를 걸고 나올까 걱정스러울 따름입니다.

노동계도 '월드컵' 때문에 '울상'

- KBS 14시간40분, MBC 18시간, SBS 21시간. 한국-토고전이 열리는 13일 방송 3사의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 방영 예상시간입니다. 월드컵으로 도배된 광고까지 포함하면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가겠죠?

- 이처럼 ‘월드컵’에 미친 ‘대한민국’ 때문에 노동계도 ‘13일은 일정 잡는 것조차 쉽지 않다’며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때문에 한국-토고전이 중계되는 오후 10시를 전후한 일정을 놓고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 13일 2가지 다른 회의 일정이 예정된 한 노조의 경우, 1박2일 일정 때문에 ‘빔프로젝트’ 확보 경쟁에 나섰다는 후문입니다.

- 빔프로젝트 확보경쟁이라니요?

- 13일 경기 때문에 회의 참석률에 영향이 미칠까 우려한 집행부쪽에서 빔프로젝트를 통해 대형화면으로 한국-토고전을 시청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를 낸 것이죠. 그리고 또 다른 노조의 경우 회의시간을 앞당겨 5시 전에 마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사전에 공지했다고 하는데…. 과연 월드컵 광풍이 어디까지 미칠지 심히 우려되는군요.

한미FTA 진행상황 “멕시코 상황과 똑같다!”

- KBS스페셜의 이강택 PD가 금융경제연구소 초청으로 금융노조를 지난 8일 방문했는데요. 조금 늦었다죠?

- 네, 4일 ‘NA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이 방영된 이후 국정홍보처가 나서서 반론보도문을 요구하는 등 여기저기서 공격을 받아 대책회의 때문에 조금 늦어다고 하더군요.

- 그런데, 이 PD는 이런 일을 포함해 현재 한미FTA 협상 진행과정이 당시 멕시코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것을 강조했다죠.

- 정확히 말하면 이 PD는 “똑같다”라고 표현했습니다. 당시 멕시코의 살리나스 정부가 대국민 홍보에 전념하고, 막상 협상에 임해서는 양보와 후퇴로 일관했으며, 모든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는 등의 상황이 너무 흡사하다는 지적이죠.

- 그런데, 멕시코 현지 취재를 다녀온 이 PD는 “당시 멕시코 정책결정자들, 연구소 연구원들, 대학교수들이 현재 양극화와 국민경제의 몰락으로 상징되는 멕시코 현실에 대해 당시에 예측하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들은 당시 이 정도가 될지는 몰랐다는 말을 했다”면서 “한미FTA가 체결되고 상황이 멕시코처럼 전개된다면 현재 한국의 정책결정자들 역시 예측을 못했다, 정책적인 판단 실수였다 등의 말을 늘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책적인 판단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처벌을 모면한 사람들 생각이 스쳐지나가는군요.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