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진행된 한미FTA 1차 본협상이 완료된 가운데, 지난 9일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는 한미FTA 협상 일정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며 ‘거리 장례식’을 개최했다.

범국본은 “중요한 것은 협상의 결과가 아니라 협상의 본질”이라면서 “한미FTA는 사회의 모든 영역을 시장화 함으로써 국경을 넘나드는 초국적 자본의 이윤을 확대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7일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 모임에서 “업계와 정부가 긴밀한 협력을 통해 미국 수출품과 투자에 장벽을 낳는 한국 국내법과 규제, 정책들을 일일이 찾아내는 포괄적인 협상전략과 구체적인 조문을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과 관련해, 범국본은 1차 본협상에서 미국 정부와 재계는 한국사회를 통째로 흔들어 투자에 방해가 되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미FTA에서 한국 정부와 재벌의 이해관계도 본질적으로 미국정부와 재계의 이해관계와 일치하다고 범국본은 진단했다.

한국 협상단이 목표로 내세운 ‘양국 모두 수용 가능한 이익의 균형 도출’에서 ‘이익’은 정확히 ‘자본’의 이익을 의미하며, 이에 따라 대다수 민중들은 △돈이 없으면 물을 마실 수 없고 △학교를 다닐 수 없으며 △광우병 쇠고기를 먹게 될지도 모르는 등 대다수 민중에게로 모든 피해가 돌아온다는 게 범국본의 설명이다.

한편, 이날 장례식에 참가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한국측 김종훈 수석대표가 40% 정도 협상이 완료됐다고 말하고 있으나, 지난 5월 미국 무역대표부 한국담당관인 스콧 키(Scott Ki)를 만났을 때 그는 분명히 2004~20005년에 걸쳐 한미 정부 당국자들이 초안을 마련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실질적으로 이미 초안이 확정돼 협상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으며 정부 당국자들은 현재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허 부위원장은 또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변호사이고 미국식 사고방식을 가졌다”면서 “현재 진행되는 한미FTA 협상은 미국과 미국의 협상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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