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마무리 된 1차 협상 결과 정부는 한미 FTA 금융분야 협상에서 항공보험과 수출입보험 등 일부 상품에 대해 국경간 거래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투자분야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내국민 대우 원칙, 이행의무 부과 금지 등에 합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노동계에서 우려했던 ‘BIT(양자간 투자협정) 2004’의 투자조항, 금융부문에서의 국경간 거래 등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비공개를 원칙으로 작성되고 있는 협정문 초안 내용을 그동안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토대로 투자분야에서 우려되는 부분을 짚어본다.

미국의 BIT 표준안에서 ‘투자’는?

한미FTA 협정문 초안에는 미국의 BIT표준안인 ‘BIT 2004'가 포함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분쟁해결, 투명성’ 분야에서는 “협정의 효력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에까지 미친다”는 것에 합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어, 만약 'BIT 2004'의 투자조항이 그대로 삽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투자분야’에서 한미 양국이 국경간 거래 시 송금제한 여부를 놓고 의견 다툼이 있는 것과는 관계없이 이미 내국민 대우, 이행의무부과금지 조항 등에 합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BIT 2004 투자 조항의 핵심 조항들이 모두 삽입된 것으로 봐서, “투자자가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소유 혹은 통제되는 ‘모든 자산’”이라는 투자의 정의가 삽입되고, 이런 조항이 한국의 정치적 하부단위(subdivisions)인 공기업, 공기업 근무직원, 지방자치단체에도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상, 유무형의 모든 것이 투자개념에 포함돼 투자와 투기의 구별이 불가능해지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해외 투기자본의 통제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내국민 대우…‘유무형의 모든 것 투자대상’

아울러, 내국민 대우와 관련해서는 한미 양국이 원칙적인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IT 2004에서는 내국민 대우가 “투자를 목적으로 기업을 설립하거나 취득하는 투자 전 단계에서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어, 이 부분이 그대로 삽입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모든 자산을 투자 개념으로 하는 조항에 한국정부가 합의했을 경우, 지하자원과 수산자원 등 모든 것이 투자대상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미국의 폐기물 처리 회사가 건설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면서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메탈클래드 사건처럼, 사기업이 상대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에, 전 국토가 파헤쳐지고 환경오염으로 기형아 출산, 암 환자 속출 등의 사태가 전개되어도 이런 상황을 민중들은 감수하고 살아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행의무금지…“고용승계 의무 자유롭게 해줘”

BIT 2004를 봤을 때, 이행의무금지는 “각 조약국 정부는 상대국 투자자가 투자사업체를 창설, 취득, 확장, 경영, 관리, 운용할 때 어떤 의무나 약속도 강제로 이행하게 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면 국내기업을 인수한 외국인 투자자는 고용승계의무, 내국인의 일정비율 고용 의무, 노동기본권의 보장, 환경기준의 준수 의무 등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해영 교수(한신대학교)의 지적대로 △극장업에 투자한 투자가에게 한국 정부가 ‘영화산업진흥법’에 의거해 영화산업 보호를 위해 부과한 국산영화 상영일수라는 현지 생산품 사용 의무를 부과할 수 없으며 △제지회사를 인수한 외국 투자자에게 한국의 ‘재활용촉진법’에 따라 55% 이상의 폐지 사용의무를 부과할 수 없게 되는 등 국가의 정책수단과 법적용이 무력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설명> BIT(양자간 투자협정)
양자간 투자협정은 제3세계 국가들이 선진 자본주의 국가 투자자산의 국유화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으나, 현재는 '내외국인의 차별없는 투자권리와 보장'에서 '완전한 투자자유화'를 요구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2천여 개가 넘는 BIT가 체결되어 있다. 그러나 투자자의 투자유치국 정부 제소권, 이행의무 부과 금지 조항 등 주로 제3세계 국가들인 투자유치국에게 불리한 다수의 조항들이 논란이 되고 있다.


- 이해영(2006), <낯선 식민지, 한미FTA>, p.250 '용어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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