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막농성 62일차 - 6월6일
‘똥냄새’ 나는 라파즈한라

6월3일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60일째입니다. 서울 종묘공원에서 열리는 한미FTA 저지 노동자대회에 우리는 생수를 들고 갔습니다. 마시기 위해서가 아니라 팔기 위해서입니다. 투쟁기금 마련을 위해 생수판매사업을 벌인 것이죠. 무지하게 더운 날이었습니다. 옆에서는 노점상 아주머니가 얼린 생수와 냉커피를 팔더군요. 하지만 날씨 때문에 얼음은 금방 녹아버리고…. 참 걱정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많은 동지들이 우리 사정을 알고 도와주어서 상당히 많은 생수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다시 강원도 천막으로 내려 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라파즈한라 옥계공장 앞 천막농성장 앞에서 출근시간 집회를 가졌습니다. 집회가 끝난 후 아침밥은 라면. 그런데 천막 앞을 오가는 차들 때문에 먼지가 무지하게 일어나더라고요. 참다못한 지회장님이 도로에 물 좀 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곳 옥계공장에 워낙 먼지가 많아 물차가 종종 도로에 물을 뿌립니다. 하지만 지회장님 요구를 거부하더라고요.

지난번에는 천막 옆에 있는 멀쩡한 정화조를 넘치게 해 엄청난 똥냄새로 우리를 못살게 괴롭히더니 이제는 항상 운행 중인 물차마저 세워 먼지로 하여금 우리를 괴롭히도록 하는 것이지요. 노조탄압도 정말 치사하게 합니다. 화가 난 지회장님이 정문 앞에서 지나가는 차들 앞을 가로막으니 그때서야 물차가 물을 뿌리러 나옵니다. 라파즈한라는 끝내 치사하더군요. 마지못해 나온 물차는 도로에 시꺼먼 오물을 뿌리고 갑니다.


천막농성 66일차 - 6월10일

서울에서의 하루하루

오늘도 어김없이 출근길 1인시위로 하루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도 1인시위.
요즘은 재정문제도 있고 해서 아침을 늦게 먹고 점심은 건너뜁니다. 그 바람에 오후에는 그냥 아셈타워 주변을 어슬렁어슬렁. 2달째 접어드니 이제는 1인시위 할 때 장기판도 챙겨옵니다. 피곤한 사람은 그냥 벤치에 누워 자기도 하고…. 정말 노숙자와 크게 다르지 않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우리가 1인시위 중인 아셈타워에 있는 서비스연맹 소속 엘오케이노조 사무실에 찾아갔습니다. 고맙게도 지난번에 엘오케이 노조위원장님이 1인시위 하고 쉴 때는 사무실에 와서 쉬었다 가라고 말했거든요. 사실 그동안 1인시위를 하고 나서 쉴 데가 마땅히 없어서 여기저기 배회를 많이 했었습니다.

아셈타워로 들어가려니 역시나 경비요원들이 쪼르륵 달려 나와 막아섭니다. 엘오케이노조 사무실을 간다고 하니 한참 동안 연락을 한 끝에 들여보내 줍니다. 노조사무실에 들어갈 때까지 졸졸 따라오네요.

한참을 연락하는 것 같더니 저희들을 들여보내 주었는데, 노조사무실에 들어 갈 때까지 졸졸 따라 오더군요. 노조사무실에서 한참 동안 엘오케이노조 위원장님과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퇴근시간에 맞춰 1인시위를 위해 내려 왔습니다. 그런데 이놈의 날씨가 갑자기 소나기를 퍼붓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처 비옷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정문과 후문은 포기하고 지하철로 내려갔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오늘은 지하철 쪽에 어느 때보다 사람들이 많이 지나갑니다. 이렇게 또 하루를 서울에서 보냈습니다. 앞으로는 엘오케이노조 덕분에 아셈타워 출입도 수월해졌으니 틈만 나면 들락날락하면서 귀찮게 할 생각입니다.


강원도 옥계산골에는 전 세계 건설자재시장을 쥐락펴락 하는 라파즈사의 시멘트공장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프랑스계 다국적기업에서 일하는 하청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은 고작 시급 3,000원. 한달 200시간이 넘는 초과근로에 녹초가 되버린 이들은 결국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곧바로 폐업 절차를 밟고, 거리로 쫓겨난 하청노동자들은 싸움을 시작합니다.

이들의 천막일기를 <매일노동뉴스>가 살짝 공개합니다. <매일노동뉴스>는 강원도 옥계산골 청년들의 일기가 하루빨리 끝나기를 기대하며, 이들이 싸워 이길 때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이들의 일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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