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 장인들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지난 20~30년간 봉제노동자로 일해 왔으나 도통 나아지지 않는 삶….

한때 한국은 옷을 만들어 수출해 경제 도약을 했지만 의류산업은 지금은 사양사업이 된 지 오래. 옷 한벌 만들고 받는 ‘공임’은 오히려 10년 전보다도 떨어지고 옷은 더 복잡해졌는데도 봉제노동자가 하는 일은 여전히 하찮은 일로 취급되고 있다. 20~30년간 쌓아온 좋은 기술은 있지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해 온 그들이 뭉쳤다.

참여성노동복지터(대표 전순옥)는 노동부가 지원하는 ‘노사공동훈련 시범사업’에 선정, 봉제 장인들의 기술을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한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이를 위해 봉제노동자들의 교육장이자 작업장이 될 <수다공방>이 창신동에서 지난 9일 개소식을 가졌다.<사진>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장인으로서 우리 기술을 인정받고자 합니다. 옷 제작 전체 과정을 이해하고 고품질의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하우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실명제로 만든 옷을 전시하고 패션쇼를 통해 우리 기술을 널리 알리는 장을 마련코자 합니다.” <수다공방>이 문을 연 이유다.

봉제노동자, 이제 그들은 하청주의 요구에 허겁지겁 옷을 맞춰내는 일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도통 나아지지 않는 삶을 거부하고, 그들이 가진 기술을 높여 품격높은 그들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이것이 호응을 얻어 유통되는 과정을 이 <수다공방>에서 현실로 만들고자 한다.

<수다공방>은 디자이너와 재단사 등을 강사로 초빙해 △옷 만드는 전체 과정을 배우고 △품질이 개선된 다양한 옷 제작을 하는 등 20년 이상 봉제노동자를 대상으로 7주 과정으로 올해까지 모두 3기(13명 정원)의 ‘봉제 장인’을 배출해낼 예정이다.

전순옥 대표는 “창신동에만 봉제노동자가 3천여명 가량 일하고 있지만 그동안 먹고 살기 힘들었던 게 사실”이라며 “연말까지 40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해 브랜드도 만들고 패션쇼를 열어 기술을 체계화하고 내년에는 공동작업장을 만들어 고부가가치 의류도 생산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의는 02)744-4016 또는 www.spark.or.kr로 하면 된다.

<인터뷰> <수다공방> 1기 교육생 박만숙씨
지난 9일 개소한 <수다공방>의 1기 교육생 박만숙(53)씨는 30년간 봉제노동자로 살아온 이다. 그동안 쌓아온 기술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그가 <수다공방>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의류산업이 사양사업이 되면서 좋은 기술자가 많이 놀고 있어요. 솔직히 생활이 어렵죠. 30년 이상 일해 온 이도 자가주택이 없는 경우가 허다해요. 모든 공임은 10년 전보다도 떨어졌고 일감도 불안정해 시원찮아요. 어쩌다 일 있으면 오전9시부터 밤12시까지 일하는 게 기본이고요. 이곳을 찾은 이유는 하루 8시간 일하면서도 생계를 꾸려보기 위해서입니다.”


사실 뭔가 삶이 나아져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여성봉제인들은 많았다. <수다공방>을 만들기 전 이들은 스스로 ‘들꽃모임’이란 모임을 만들어 전순옥 대표와 <수다공방>을 만든 공로자이기도 하다.


‘들꽃모임’의 회장이기도 한 박만숙씨는 “우리는 옷 만드는 것밖에는 몰라요"라면서도 "지금까진 재단해서 가져오면 우린 만들기만 했지만 이제는 스스로 패턴을 뜨고 재단도 하고 컴퓨터를 통해 작업하는 등 우리 스스로의 기술을 살려 옷을 만들 겁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봉제기술자들은 고령화돼 가는데 후계자가 없는 게 지금의 의류산업의 현실. 20~30년 된 기술은 최고일 수밖에 없음에도 기술을 높이고 전수할 길이 거의 없는 상태다. “<수다공방>에서의 교육을 모두 마치게 되면 우리 스스로의 브랜드도 만들고 우리 옷으로 12월께 패션쇼도 열어 우리 기술을 알릴 겁니다. 매장도 낼 거고요. 장기적 안목으로 볼 때 봉제노동자들을 위해 전망이 매우 좋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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