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국제관계 전문지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Le Monde diplomatique)> 한국판이 오는 9월 공식 창간된다.

르몽드코리아(대표이사 박승흡)는 지난해 12월 프랑스 본사와 독점판권계약을 맺고 6, 7, 8월 세 번의 창간준비호를 거쳐 9월15일 한국판을 공식 창간한다고 밝혔다. 온라인사이트(www.lemonde.co.kr)도 6월중 선보일 예정이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프랑스의 <르몽드>가 54년 자매지로 창간한 월간지로 국제문제에 대한 깊이있는 분석과 대안 제시로 인권과 평등, 평화를 옹호하는 정론지로 위상을 굳혔다. 91년 이후에는 이냐시오 라모네 편집인이 주도하면서 미국 중심의 패권적 담론에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 대안 세계화 운동의 흐름을 확장시키는 등 권위지로 인정받았다. 현재 세계적으로 21개 언어로 총 150만부가 발행되고 있다.

22번째 언어이면서 오프라인으로는 아시아에서 처음인 한국판에는 프랑스 원판 번역기사 70%와 한국판 편집진이 기획·취재한 기사 30%가 실린다. 르몽드코리아는 “한국판은 프랑스판 편집 기조를 존중하면서 한국인들이 국제적 안목을 넓히고 언어와 인종, 국경을 넘어 세계 시민사회에 다가서도록 하는 안내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르몽드코리아는 국제관계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한국판 편집위원회(위원장 박순성 동국대 교수)를 구성했으며, 그 밑에 국제팀, 경제통상팀, 사회문화팀 등 기획전문가 그룹을 뒀다. 프랑스판 기사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10명 이상의 박사급 번역팀을 구성했으며, 불어전문 편집위원들이 감수를 담당한다.

박승흡 대표이사 겸 발행인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사회연대를 확장할 뿐 아니라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 평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는 매체를 만들겠다”며 “정책결정자, 기업인, 시민사회 등 지성인과 세계적 안목을 가지려는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곁에 두고 싶어 하는 벗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동북아 관련 전문기사 생산, 전문가 풀 구성
한국판 창간 작업에 바쁜 최방식 편집장을 전화로 만났다. 최 편집장은 “서방 통신사 기사를 받아쓰는 ‘우물 안 개구리식’ 보도관행을 깨고, 이들이 무시해 온 또 다른 세계의 구석구석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매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 편집장은 <시민의 신문> 편집국장과 미주특파원을 역임했다.


- 기사의 30%를 직접 생산하는데 동북아의 이슈를 본사와 역할을 분담하는 것인가.
“국제정치와 외교에서 동북아는 관심지역 중의 하나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언론은 물론 국제관계 전문지인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도 동북아와 관련해서는 기사의 양도 적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따라서 한국판은 한반도 문제와 함께 동북아 관련 전문기사를 생산할 것이다. 이 기사가 좋으면 프랑스판에 실려 세계적으로 보급된다.”


- 지금 우리 사회에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발행이 필요한 이유는.
“우선 한국사회가 밖을 보는 시선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비교적 늦게 민주화가 되고, 국제적 관문을 넘나든 것도 늦었다. 국제사회를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 다음으로 국제사회를 보는 눈이 비뚤어져 있다는 것이다. 미국을 통해서 각종 정보가 들어오고 그것을 통해 세계를 본다. 편향이다. 국가마다 다른 시각이 있다. 이것을 우리사회에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다른 매체 국제뉴스와 차별성은.
“기존 언론, 특히 일간지들은 AP 등 서방 4대 통신사의 국제기사를 받아쓴다. 그러면 그들의 시각을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은 북반구의 선진자본주의는 다루지만 그외 다수 나라들의 이슈는 중요해도 소외된다. 다뤄도 자신들의 시각에서 다룬다. 이런 관행을 깨고 세계 구석구석을 들여다본다는 것이 차별성이다.”


- 한국판 발행의 어려움은 무엇인가.
“우선 번역이다. 프랑스어가 형용사, 부사가 다양하고, 특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표현 스타일이 직설적이지 않고 한바퀴 돌린다. 이런 표현들을 한국 독자들에게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번역과 감수과정에 고통이 따를 것이다. 또 국내판 기사를 만드는데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씨름을 하고 있다.”


- 국내판 기사는 어떻게 만드나. 상근기자가 있나.
“상근기자 체제는 아니다. 전문적인 프리랜서 기자나 국제관계에 밝은 전문가, 대학교수, 연구원 등 필자 풀을 만들고 있다. 해당분야의 이슈가 결정되면 국내외 네트워크를 통해 적임자를 선정해서 기사를 쓸 것이다.”


- 쉬운 글이 아닐 텐데 아무나 읽을 수 있는 수준인가.
“각 분야의 학자나 연구원, 정책생산자, 언론인 또는 대학원생들이 주요 독자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말 그대로의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정치, 문화 등 국제적인 이슈가 없는 분야가 없으므로 모든 분야가 한국판에 담긴다. 그리고 여기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들 것이다.”


- 월간지인데 어떤 판형으로 만드나.
“흔히 우리나라 일간지가 취하는 대판과 타블로이드판의 중간 크기인 베를리너 판형을 택했다. 휴대와 읽기가 쉬워 유렵에서는 <르몽드>나 <가디언> 등이 이 판형이다. 국내에서는 처음 시도하는 판형이기도 하다. 매달 15일 50페이지 분량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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