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집단행동이 잇따르면서 한국경제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동투쟁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동투(冬鬪)’ 를 선언했고 한국전력, 한국통신, 철도 등 공기업 노조의 움직임도 심상찮다.

한노총과 민노총의 이번 공동투쟁은 지난 97년 1월 노동법 국회 날치기통과에 대한 반발 이후 처음이어서 노·정 간 정면충돌이 사실상 불가피해졌다.

이남순 한노총 위원장과 단병호 민노총 위원장은 24일 공동성명을 통해“양 노총은 오는 12월 5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을 강행한다”고 밝혔다. 근로자들의 집단파업은 외국인 투자가들의 한국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기업의 경영손실을 낳게 돼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외신들은 한국 노동계의 집단행동을 매우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 파이낸셜 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은 최근 “집단파업은 한국경제를 다시 IMF 위기상황으로 몰고갈지 모른다”고 진단했다.

한국통신, 한국전력, 가스공사, 철도 등 공공기업 노조도 구조조정에 반발해 총파업을 벌이기로 해 공기업 개혁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양 노총은 당장 26일 2만5000여명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공공 부문 연대투쟁을 벌이는 데 이어 30일에는 공공 부문 공동행동의 날 집회를 갖는다.

한통도 이런 가운데 24일 사측의 명예퇴직 방침에 반발해 밤샘농성을 벌이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사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노조 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물리적 충돌을 빚을 것이 확실하다.

한전도 24일로 예정했던 총파업을 일단 29일까지 미뤄 놓긴 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정부는 전력산업구조개편에 따라 한전을 분할 매각한다는 확고한 방침을 정해 놓고 있는 만큼 일단 전면파업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양쪽이 타협점을 못 찾으면 사상 초유의 ‘전력대란’ 을 낳을 수밖에 없다. 철도, 가스공사, 담배인삼공사 등 다른 공공기업들도 오는 12월부터 연쇄파업을 시작한다.

근로자들의 집단행동이 갈수록 거세지지만 정부로부터 나오는 대응책은신통찮다. 금융 구조조정은 경제 펀더멘털 차원에서, 공공 부문 구조조정은 방만한 공기업 수술이라는 대의명분에서 시작됐다.

정부는 구조조정의 불가피성만 내세우지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고 있지못하다. 정현준 사건에 이어 진승현 불법 로비대출 사건이 불거져 나오면서 근로자들을 설득할 근거마저 잃어 버렸다. 노동계가 “일방적 구조조정은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니다”며 철회를 요구한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한국경제의 12월 이후 캘린더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사실 매우 어렵다. 은행 등 금융 구조조정을 12월에 마무리지어야 하고 내년 2월에는 공공부문 구조조정도 끝내지 않으면 안 된다.

금융권과 공공기업의 구조조정은 ‘한국경제가 소생하느냐 아니면 좌초하느냐’ 를 판가름할 시금석과 같다. 정부가 감원에 따른 노동권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구조조정을 강행하려는 이유다.

명지대 최명식 교수(노동경제학)는 “기업퇴출에 이어 금융 및 공공기업 구조조정이 차질을 빚으면 한국경제의 희망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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