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와 국민은행이 본계약을 전격 체결, 외환은행을 재매각 하려는 세력이 선제공격을 감행한 가운데, 론스타게이트 의혹규명과 외환은행 불법매각 저지 국면의 초점은 이제 감사원 조사와 검찰수사로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정위의 기업결합심사, 금감위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역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부수적인 관심의 대상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재매각을 강행하려는 세력과 이를 저지하려는 세력의 힘의 관계가 이들 국가기관의 조사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금융산업노조 외환은행지부의 파업 여부 역시 여론의 주된 관심이다. 특히, 외환은행 재매각 국면을 관찰하고 있는 전문가들은 자본주의 체제의 이른바 ‘지배블럭’과 이들에 속해 있는 국가기관들의 속성상 체제의 재생산을 위협받지 않는 선에서 수용과 타협을 시도할 경우, 그 타협점을 밀고 당기는 주요 변수는 외환은행 불법매각을 저지하려는 세력의 저항 정도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외환은행지부의 파업 여부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은행 합병 반대는 전 조합원의 요구”

“우리 지점장님도 저렇게 팍팍 미는데, 왜 집행부가 파업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지금 무엇이 두려워서 안하는지 모르겠다. 파업만이 전부가 아니지만, 한미은행처럼 하루짜리 파업도 가능하지 않은가? 그러면 국민은행이 덤벼들지 못할 것이고.”

금융산업노조 자유게시판에 외환은행지부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환돌이’님이 남긴 글 중 일부이다.

외환은행지부 한 조합원은 “조합원들은 감사원 감사 결과와 검찰 수사가 마무리되면 상황이 뒤집힐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직 감사와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은행과 론스타의 본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봐서는 위에서 벌써 조율이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원은 “현재 부점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는 은행권 역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조합원과 지점장들은 불법이 아닌 합법 파업을 원하고 있다”며 “주말에도 지시만 떨어지면 바로 파업에 들어갈 수 있게 핸드폰을 모두 켜 놓고 있고 파업을 하면 전 조합원과 지점장들이 결사 항전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현장 분위기는 이미 정권 차원에서 외환은행 재매각 국면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파업, 그것도 합법적인 파업이 강행될 경우 외환은행 조합원뿐만 아니라, 부점장들까지 가세하는 외환은행 전직원의 파업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민의 여론도 큰 뒷받침이다. 지난 2일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국민 가운데 절반 이상이 현재 진행 중인 외환은행 매각절차는 전면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국민의 77.6%는 2003년 외환은행 매각과정에서 론스타와 금융당국 간의 비리가 있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금융산업노조 전직 간부는 “이번 외환은행 재매각 국면만큼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적은 없었다”며 “당장 파업을 해도 국민들이 등을 돌리지 않고 적극 응원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노조, 뒷받침은?

이렇듯 외환은행 조합원의 파업 동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은행들의 합병 과정 속에서 부점장들이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반대한 사례가 없었던 만큼 조합원들도 크게 고무된 상황인 것으로 분석된다.

노동계 한 관계자는 “파업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문제는 파업의 시기일 것”이라며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하는 게 맞는 건지, 검찰 수사 추이를 지켜보고 하는 게 맞는 건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환은행 조합원과 부점장들이 불법파업이 아니라 합법 파업을 원하고 있다면,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전면 파업보다는 시한부 파업 정도의 카드를 외환은행 지부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은행지부 김지성 위원장은 “2003년 외환은행 매각 과정은 불법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반드시 원인무효가 될 것”이라면서 “외환은행 매각 국면은 초국적 투기자본,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는 대형화 논리, 금융 공공성의 문제와 직결되는 사안이며, 이 국면이 지나면 한미FTA 흐름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반드시 진상규명을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리 짜여진 예상 시나리오에 따라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사안에 변동이 생길 때마다 조정 작업을 거쳐 수위를 조절해 나가고 있다”며 “론스타 단죄는 당연히 해 나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면밀히 검토하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금융노조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동만 위원장은 취임과 동시에 ‘론스타게이트 불법규명과 외환은행 불법매각 저지를 위한 비대위’를 구성하고 외환은행 지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한편, 이런 가운데 금융노조 KB국민은행 지부는 지난 18일 중앙위원회에서 전 조합원 총회를 개최해 외환은행 인수와 관련된 조합원의 의견을 묻겠다고 결정했다. KB국민지부 한 관계자는 “조합원 총회 전에 고용보장과 역차별 금지와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해 은행측과 협상하고, 이 협상안을 가지고 전 조합원에게 의사를 물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만약, 국민은행 지부 조합원이 인수 찬성 쪽에 무게가 실린다면 금융노조의 운신의 폭이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국민은행지부 조합원들도 여론의 역풍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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