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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된 구조조정, 노동자 건강이 위험하다공유정옥 위원 “노동자의 몸과 삶에 맞춰 노동강도 완화해야”
1997년 경제위기 발생이후 전산업적으로 진행된 구조조정은 수많은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몰기도 했지만, 작업장 안 노동자들 또한 점차 강화되는 노동강도로 인해 몸과 삶이 피폐화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난 16일 금속산업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임두혁)이 구조조정으로 인해 강화되는 노동강도의 상관관계와 이에 대한 노조의 대응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진행했다.<사진>

ⓒ 매일노동뉴스

혹사당하는 노동자의 몸


이날 토론회에서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기획위원은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중심으로 진행된 ‘현대자동차 노동강도 평가와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 결과’를 통해, 98년 현대자동차의 대대적인 정리해고 이후 현장의 노동자들의 삶이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노동강도가 점차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공유정옥 위원은 육체부하조사 결과를 근거로,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몸이 너무 혹사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는 △에너지 소모량 △관절 반복성 △근육 사용도 등 3개 평가로 진행됐는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모두 허용기준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 1, 2, 3 참조>


한국인의 체형을 기준으로 할 때 작업 중 에너지 소비량 허용기준은 1분당 3.02kcal(서양은 5.0)이고, 이 허용기준은 나이가 많을수록 더욱 낮아진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평균 에너지 소비량은 1분당 4.7kcal로, 모든 부서에서 기준을 초과하고 있었다.

“작업 중 에너지를 너무 많이 사용하면 피로가 생길 뿐 아니라 심장과 근골격계에 해롭다. 스스로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노동자의 몸은 이미 무리하고 있는 것이다. 늘 피로한 이유, 골병과 과로사가 많은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게다가 똑같은 노동강도라 해도 30대 이후에는 점점 기 체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 위험성은 훨씬 커지게 된다.” 공유정옥 위원의 말이다.

또 관절을 빠른 속도로 반복해서 쓰면 결국 닳고 망가질 수밖에 없게 되는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손목은 1분당 평균 15.5번, 팔꿈치는 평균 13번이 사용되고 있었다. 유럽연합(EU) 연구팀이 관절의 퇴행을 막기 위해 팔 관절을 1분당 10회 이상 반복해서 쓰지 말라는 권고를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어떤 부서에서는 허용기준의 두 배를 넘어 세 배에 이르기도 했다.

일할 때 사용하는 근육의 힘 역시 그 근육이 낼 수 있는 최대 힘의 2%를 넘어서는 안 되지만, 현대자동차에서는 모든 부서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어깨근육(승모근)은 평균적으로 최대 힘의 4.4%를 쓰고 있어 어깨에 심각한 골병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공유정옥 위원은 “이번 평가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노동을 가정하고 진행해 사실상 2시간 잔업과 월3~4회 특근, 장기간의 주야 맞교대를 감안한다면 지금의 노동강도는 상상보다 훨씬 위험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물량확보는 고용보장’이라는 함정

IMF 이후 현대자동차는 98년 정리해고를 단행, 그 이후로도 고용규모 축소, 외주·하청 비율 증대, 전환배치 등 노동유연화 전략을 지속, 일상적인 구조조정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구조조정은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심화시키고 결국 몸까지도 망가트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00년에 165명이었던 골병 환자는 2004년 722명으로 늘어났고, 근골격계 자각증상 설문 결과도 이와 다를 바 없었다. 증상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는 2001년 노사합동 근골격계 프로그램에서 71.7%, 2004년 교대제 프로젝트에서 86.2%, 2005년 노동강도 평가 사업에서 84.9%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00년 140건에 불과하던 사고성 재해도 2004년 391건으로 크게 증가했다.<그래프 4 참조> 노동강도의 강화가 질병 발생율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공유정옥 위원은 “지난해 연구작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추락, 절단, 협착 등 사망 재해가 잇달았다”며 “현대자동차가 작업 시간을 단축하거나 작업 인원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는 동안 한해 평균 8명의 노동자가 과로사로 목숨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의 몸과 삶이 황폐해지는 동안 현대자동차는 1993년 7조여원이었던 매출액이 2004년 27조여원으로 증가했고 영업이익, 경상이익, 당기순이익 역시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 결국 현대자동차는 일상적 구조조정을 통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를 강화시키고 자신은 성장을 이룬 셈이다.

문제는 이같은 일상적 구조조정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동안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이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동강도 강화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유정옥 위원은 “모듈화, 외주화, 해외생산, 모답스 도입 등을 통한 일상적 구조조정 공세 속에서 물량과 고용을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게 되고 결국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역시 점차 강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림 참조>


노동자의 몸과 삶을 되찾자


그렇다면 고용안정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동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되찾기 위해서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

공유정옥 위원은 우선 노동강도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적어도 50분 작업에 10분 휴식을 확보해야 하며, 이와 동시에 작업시간 중에도 작업 속도와 강도를 낮추어 여유시간을 늘려야 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의 전제는 하루 8시간만 노동한다는 데 있다. 하루 8시간 노동, 주 40시간 노동 쟁취는 노동강도를 낮추는 것뿐 아니라 노동자의 시간과 인간다운 일상을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한 요구다.”

이어 그는 자본의 이윤과 생산계획에 따라 결정해 왔던 맨아워(M/H)를 ‘노동자의 몸과 삶’이라는 노동자의 기준으로 재평가하고, 맨아워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노동자 건강, 인력과 임금, 그리고 노동강도, 고용 및 노사관계 등 전반적 차원에서 노조의 조직적 대응이 수반될 때만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노조는 임단협 투쟁과정에서 요구 자체뿐 아니라 노동강도 관련 체크리스트 활동을 통한 구체적인 요구 마련과 작업환경 개선 및 유해·위험 요인에 대한 작업중지권 확보 등을 조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공유정옥 위원의 발제에 대해 공감을 표시했으며, 토론자로 나선 박세민 금속연맹 산안국장 역시 “조합원들의 의식구조를 분석하고 이해하되, 고용이데올로기에 포섭돼 침체된 현장을 바꾸기 위한 일상적인 투쟁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동안전보건실태조사’, ‘노동강도평가 설문사업’ 등을 통해 생산과정에 대한 개입과 통제의 단초를 마련하고 근골격계질환 예방을 위한 방안을 모색, 작업환경 개선 등을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대자동차노조와 두원정공노조의 구조조정 및 노동강도 완화를 위한 현장의 대응사례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으며, 박우옥 현대자동차 교대제 프로젝트 책임연구원이 ‘교대제 연구의 함의점과 현장 대응방안’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마영선 기자  leftsu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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