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가 한국 노조지도자 구속 및 공무원노동자 탄압에 대해 ‘직접 개입’을 약속했는지 여부에 대해 민주노총과 노동부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으면서도 노동부는 ILO가 행정자치부의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추진 지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어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이것이 오는 8월 ILO 아태총회 개최 여부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지는 않으나 ILO의 ‘심각한 우려’는 성공적인 아태총회 개최를 염원하는 노동부를 당혹스럽게 하는 게 사실이다.

정철균 노동부 국제협력국장은 9일 오전 기자브리핑을 통해 “현재 ILO 아태총회는 민주노총까지 포함한 노사정이 매달 한번씩 모여 함께 준비하고 있다”며 “차질없이 예정대로 아태총회가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최근 ILO ‘직접 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아태총회와 연결짓지 않기를 주문했다. 정 국장은 “우리 노동계가 지난해 국제자유노련(ICFTU) 총회에서 아태총회에 적극적 참여를 표방한 만큼 ILO ‘직접 개입’ 논란과 연결해 무산을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아태총회와 노동 이슈는 별도로 논의돼야 한다”고 두 개의 사안이 분리돼서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행자부 지침에 대한 ILO의 ‘예의주시’는 노동부의 속마음을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행자부와 공무원노조가 직접 맞부딪치는 상황에서 노동부가 직접 손쓸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노조가 합법화를 거부하고 있는 이상 행자부는 공무원노조를 공무원법에 따라 상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행자부 지침’을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란 게 정부의 입장이다. ‘원칙’이 흔들릴 수 없다는 것이 확고한 정부의 입장이란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공무원노조가 무조건적으로 합법화를 거부하지 말고 공무원노조법에 따라 합법노조로 전환하고 ILO 권고 등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고쳐나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그러나 노동부 입장에서는 ILO의 ‘심각한 우려’ 표명은 ILO 아태총회를 앞두고 하나의 압박으로 다가오고 있어 적극적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ILO 아태총회가 개최돼도 ‘흠집’이 남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노동부는 가급적 ‘흠집 없는’ 성공적인 대회가 되기 위해 최근 ILO의 강도 높은 권고나 ‘심각한 우려’ 표명 등에 대해 적극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ILO와 행자부를 안팎으로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의 노동계가 ILO 등 국제기구를 찾아다니며 설명하면 그게 한국 정부에 (권고 등의 형태로) 되돌아오는 형태였으나 정부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ILO 등에 국내 노동 상황에 대해 적극적인 설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행자부는 ILO의 권고나 우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실제 국제사회가 한국의 공무원 노사관계를 예의주시하고 있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을 행자부에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노동부는 안팎으로 행자부와 공무원노조, 그리고 ILO를 설득하는 한편 ILO 아태총회 성공적 성사를 위해 더욱 분주한 발걸음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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