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노사의 합의가 한차례 '파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데는 신국환 산자부 장관의 늦장이 '한 몫' 했다.

9시간여 동안 정회됐던 중앙노동위원회의 특별조정회의가 속개되고 노사합의 문안이 공개됐을 때가 24일 새벽 5시 40분께. 신 장관이 중노위에 도착했다는 얘기가 당시 산자부와 중노위 관계자들 입을 통해 전파된 바로 그 시점이다. 하지만 노사 양쪽이 합의 소감까지 밝힌 뒤인 6시께까지 신 장관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자 노조의 오경호 위원장이 돌연 기자회견을 자청, "결렬"을 선언하며 합의서를 찢었고, 곧바로 이곳 저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전력노조 간부들은 조정 회의가 속개되기 1시간 전인 4시 35분께부터 신 장관이 온다는 통보를 받았다. 1시간 20분이나 기다린 셈이다. 애꿎은 산자부 관리들이 '거북이' 상급자를 모신 대가를 치르는 상황은 몸싸움 일보직전까지 갔다.

결국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간파한 중노위 고위관계자가 다시 신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곧 가겠다"는 답변을 받은 게 6시10분께. 그리고 자택이 과천시에 있는 신 장관은 불과 15분 뒤인 6시25분께 나타났다.

전력노조의 한 간부는 "헬기를 타고 온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신장관은 이남순 한국노총 위원장에게 '사과'한 뒤 6시 55분께 속개된 중노위 특별조정위원회 참고인석에 4분 가량 앉아 있다가 회의가 끝나자마자 뭔가 쫓기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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