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 반대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정부가 본 예산 외에 100억원에 가까운 예산(예비비)을 쓰기로 결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9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즉석에서 제안된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 소요경비’ 지원을 위해 올해 일반회계 일반예비비에서 92억5천만원을 지출하기로 의결했다. 한 지역의 시위 진압을 위해 100억원에 가까운 예비비를 지출하는 경우는 전례를 찾기 힘들다.

정부는 경찰청 소관 평택 미군기지 이전 관련 불법시위에 대처하기 위한 경비 명목으로 62억7,900만원을, 국방부 소관 평택 미군기지 보호병력 주둔시설을 설치하는 경비 명목으로 24억9,100만원, 법무부 소관으로 불법 집단행동 단속활동 소요 경비 명목으로 4억8천만원 등 모두 92억5천만원을 쓰기로 했다.

한명숙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군기지 이전 일정을 차질 없이 진행하되 이주민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끝까지 대화하면서 노력해 달라”면서 “반대의견을 가질 수 있으나 표현 방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평택 미군기지 확장이전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로, 경악스럽다”고 밝혔다. 박용진 대변인은 “국민들의 반대와 비판 목소리를 누르기 위해 거액을 쓰겠다는 것은, 참여정부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일”이라며 “예비비까지 써 가며 국민의 목소리를 진압하겠다는 정부의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국민의 혈세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국민의 입을 막는데 쓰겠다는 정부의 발상이 황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예비비는 천재지변 등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예산지출로 인한 부족분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세출 예산에 계상된 비용으로,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쳐 대통령이 승인한다. 지출 내역은 차기 회계연도 개시 12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에 사후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지난 한해 동안 정부는 본예산 외에 국정홍보에 107억3,900만원, 조직개편에 따른 사무실 이전에 109억4,400만원, 광복60주년 기념행사에 123억2천300만원, 대통령 해외순방 경비에 76억1천600만원의 예비비를 배정, 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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