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이나 성추행 등 노사분규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설용역경비원의 횡포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현행 경비업법이 제재나 처벌조항이 강화되는 방향으로 재개정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일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공동주최로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노동쟁의 현장의 용역경비 폭력실태 및 개선방향 공청회’<사진>에서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민병덕 변호사는 “경비업법을 위반하더라도 제재나 처벌조항이 없어 법률내용이 사실상 사문화되고 있다”며 “처벌조항을 신설해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경비업무의 목적은 각종 분쟁 현장의 충돌을 방지하고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것으로,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사설업체에 위임한 것”이라며 “경찰은 사실상 ‘제2의 경찰’과 같은 경비업체와 경비원들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고, 경비업체가 관련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강력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비업법 있으나마나"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실이 이날 공청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05년 12월31일 현재 전국의 경비업체(법인)는 2,515개에 달하며, 이는 2004년에 비해 193개 업체(8.31%)가 증가한 수치다. 또 전체 경비원 수는 12만2,327명으로 이 역시 2004년도에 비해 1만6,630명 증가했다.

전국 경비원들의 평균연령은 49.6세로, 이중 20~30대 인원(33.71%)과 60~70대 인원(35.61%)의 분포도가 가장 높다. 50대 이상(59.18%)의 경비원들은 주로 건물, 아파트 경비 등에 파견된 경비원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30대 미만(25.83%)의 경비원들은 기계경비나 호송경비업무에 배치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영순 의원실의 안승찬 보좌관은 “30대 미만의 인원이 노동쟁의 현장이나 집단민원 현장에 주로 투입되며, 이같은 분쟁 현장의 용역 의뢰자가 용역업체와 계약할 때 ‘30대 미만’을 계약조건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폭력이 뻔히 예상되는 현장에 공권력이 아닌 용역이 파견돼 폭력을 휘두르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경비업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경비업법 15조에는 “경비원은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해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경비업법에는 경비원에게 폭력행위를 교사하는 행위도 금지돼 있으며,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때문에 최근 들어 경비업법에 의한 경찰의 관리·감독이나 처벌을 피하기 위해 용역경비원을 ‘계약직 근로자’로 위장 고용하는 예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사례가 세종병원과 한국합섬의 경우다. 세종병원의 경우 ‘ㄷ’ 경호업체, ‘ㅎ’ 경호업체, ‘ㅇ’ 경호업체 소속 직원들이 현재 세종병원의 1개월 단위 임시직 직원으로 고용돼 병원 경호 및 노조 감시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섬노조 한국합섬지회도 최근 “사쪽이 경비업법에서 규정한 24시간 전 신고절차를 피해 기습적으로 용역경비를 투입하기 위한 목적으로 용역경비들을 계약직 근로자로 위장 영입하려 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측이 용역경비를 계약직 노동자로 위장시켜 노-노 간 폭력 사태를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렇듯 법망을 피해 경비원들을 불법으로 동원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현행 경비업법에는 이들을 처벌할 조항이 없어, 향후 위장 채용 형식으로 경비원을 동원하는 사례가 늘어날 전망이다.

민변의 민병덕 변호사는 “경비업법에는 경비업자가 경비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경비원을 배치할 경우 경비원 명부 및 배치신고서를 경찰에 제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돼 있다”며 “그러나 세종병원이나 한국합섬처럼 위장취업의 형태로 외뢰자가 경비원을 직접고용 한 경우, 경비원 배치신고서 등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아도 규제할 방법이 없고, 신고를 안 하면 경찰이 처벌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경비업법 처벌조항·경찰 관리감독 강화돼야"

이와 같이 용역경비원의 업부 수행 범위를 규정한 경비업법이 시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미비한 제재조치와 법 적용을 피하기 위한 편법·불법 용역경비 사례가 증가함에 따라,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민병덕 변호사는 “법 적용을 피해가기 위해 경비업체 직원을 임시 관리직으로 채용해 사용하는 경우에도 경비업법이 적용돼야 한다”며 “경비원의 자격, 경비원 교육, 경비원 장비 및 복장, 경찰서장의 감독 등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경비업무 과정에 폭행, 협박, 과실치상, 체포 및 감금, 재물손괴 등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현실을 반영, 경비업체의 이같은 범죄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내용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법 개정뿐 아니라, 경비업법에 의한 감독의무를 담당하고 있는 관할행정관청이 감독을 해태하거나 유기하는 것에 대한 국정조사와 비판·감시 활동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민병덕 변호사는 “경비업법 24조에는 경찰청장 또는 지방경찰청장, 관할경찰서장이 일반적인 감독과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행정적 감독·명령의 권한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며, 관리감독이 허술하게 진행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강력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역경비원의 이런 행동, 100% 불법”
◇ 경비원 마스크 착용은 불법 = 배치된 경비원이 안면을 가리기 위해 마스크, 두건 등을 착용하는 것은 불법이다. 경비업법은 경비원이 현장에 배치될 때 복장을 통일하고 경비원임을 식별할 수 있는 복장을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세종병원 경비용역 등이 경비 수행 과정에 마스크를 착용한 것은 불법이다.


◇ 합법적인 쟁의행위 방해는 불법 = 노동조합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 의거 정당하게 쟁의행위를 할 수 있으므로, 어떠한 목적이라도 노조의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경우에는 경비업무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 위법이다. 쟁의행위를 저지 또는 방해하는 행위는 노사관계에 개입하는 것으로 경비업법 상 경비업무를 벗어난 것으로 위법이다.


따라서 기륭전자 경비용역이 노조의 합법적인 집회를 방해한 행위, 레이크사이드CC 경비용역이 노조가 설치한 현수막과 대자보를 철거하고 노조간부를 감시한 행위, 세종병원 경비용역이 노동조합의 비품을 파손한 행위 등을 불법이다.


◇ 농성장 철거 및 조합원 퇴거 행위는 불법 = 설사 노조법의 절차를 벗어난 불법적인 쟁의행위라 하더라도 이는 관계법령에 의해 처벌 등의 권한을 부여받은 공권력에 의해 저지돼야 하며, 사업장을 점거한 조합원을 강제 퇴거시키는 행위는 시설 및 신변보호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경비업무라 볼 수 없다. 직장폐쇄 된 경우에도 점거중인 조합원을 퇴거시키는 행위는 법 집행 행위이며 경비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법원의 처분에 따른 각종 강제집행은 시설 또는 신변을 보호하는 경비업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경비원이 행할 경우 불법행위가 된다.


따라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과 무고나하게 대교 경비용역의 노조 농성장 철거는 불법이며, 세종병원 경비용역의 농성장 철거와 기륭전자 경비용역의 농성 노조간부 납치 감금은 불법이다.


◇ 노동자 사업장 출입 통제는 불법 = 시설물 파괴 등이 예성된다는 이유로 조합원의 쟁의행위를 방해하는 등 위력행사는 경비업무의 범위를 일탈한 행위이며, 정당한 처분 없이 노동자의 사업장 출입을 통제하는 행위는 노사분규에 개입하는 것으로 경비업무의 범위를 일탈한 위법행위이다.
따라서 세종병원 경비용역에 의한 조합원 회사 출입 저지는 불법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