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가 한국정부의 공무원노조 단체에 대한 ‘자진탈퇴 추진’, 전재환 전 민주노총 위원장의 구속, 직권중재, 긴급조정으로 인한 파업의 불법화와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구속 등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직접 개입’할 것을 약속했다. ILO가 ‘직접 개입’을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3월말, ILO가 공무원노동자의 단결권 및 파업권 보장 등에 대한 ‘강도높은 권고’를 한 데 이어, ‘직접 개입’까지 ‘약속’ 함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 현안이 국제적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는 6월초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ILO 총회, 8월말 한국에서 열리는 ILO 아시아태평양지역 총회 등에서 한국의 노사관계가 쟁점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24일 출국해 29일까지 ILO 등 국제 노동기구들을 방문한 ‘한국노동자 탄압 실태 보고를 위한 민주노총 대표단’(이하 대표단)은 ILO와 면담과정에서 ILO측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면 제소장 제출 전에라도 직접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민주노총이 ILO에 공무원 및 철도, 대한항공조종사노조 등에 현안 문제를 제소하더라도 △ILO의 한국정부에 대한 답변 요청 △한국정부의 답변 △ILO의 검토 및 권고를 등 거치는 공식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ILO가 감안한 것이다. 대표단은 행정자치부가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추진 지침’을 내리는 등 ‘긴급한 상황’을 호소한 데 대해, ILO가 공감을 표한 것으로 해석했다.

대표단은 카리 타피올라 ILO 사무부총장(결사의 자유 담당), ILO 노조활동지원국 등과 면담과정에서 “제소와 권고의 정식절차를 거치는 기간 동안에도 한국 정부는 공무원,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노조에 대한 '파괴공작'을 진행할 것”이라면서 “아무리 좋은 권고가 나온다고 해도 시일이 늦는다면 그 효과는 반감되거나, 그것을 환영할 노조가 이미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우려을 전달했고 전했다. 이에 대해 ILO측이 ‘시급한 개입’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직접 개입’을 약속한 것이라고 대표단을 밝혔다.

이창근 민주노총 국제부장은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결사의 자유에 대한 침해에 대해 ILO가 깊은 우려를 보낸 것”이라면서 “‘직접 개입’은 ILO 사무총장 명의의 공식서한을 한국 정부에 제출하거나, 정부의 대표를 만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 전국공무원노조 국제국장도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의 소환 등을 통해 ILO가 한국정부에 우려를 표할 것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단 단장을 맡았던 민길숙 공공연맹 총괄사업본부장은 “ILO와 여러 국제노동조직들은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기본권 침해에 대해 심각하게 상황을 받아들였다”면서 “한국 정부가 망신스러운 노동관계에 대해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또한 민 본부장은 “ILO의 '직접 개입'은 이례적인 만큼 무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면서 “한국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공공연맹은 직권중재, 긴급조정 등으로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약하는 한국 정부를 ILO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표단은 "ILO가 직접 개입한 사례는, 강제노동 등이 논란이 된 버마 정부와 제정군주가 노동 지도자를 구속 탄압한 네팔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대표단은 TUAC(OECD회원국의 노총으로 구성된 노동조합자문위원회), 프랑스 공무원노조, ICFTU(국제자유노련) 등을 면담하며, 대표단의 입장에 대한 공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TUAC는 대표단과 면담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반노조적 행위가 OECD의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하며, “TUAC의 공식 입장을 담은 서한을 OECD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음을 대표단은 전했다. 또한 ICFTU는 “행자부의 지침 등 시급한 상황에 대해 가능한 빨리 한국 정부에 대한 항의서한 및 공무원노조에 대한 연대 메시지를 보내는 캠페인을 할 것을 약속했다”고 대표단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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