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총액인건비제 문제를 두고, 행정자치부와 공무원노조 단체가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참여정부의 추진하는 지방분권의 핵심 고리로 떠오르고 있는 총액인건비제. 정부가 규제하고 통제하던 지방자치단체(또는 중앙행정기관)의 기구와 인력정원의 제한을 풀고, 인건비 총액 내에서 지자체가 자유롭게 인력과 기구를 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그러나 이에 대한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노조 단체들은 이 제도를 ‘공직사회 구조조정 수단’으로 규정하고, 싸울 준비를 하고 있다. 도입 취지와 현실, 도입 반대 사이엔 어떤 인식의 차이가 존재할까? 지난 27일 전주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총액인건비제' 현장 토론회<사진>를 중계한다.


행자부 “권한 이양이 제도의 목적”

이한영 행정자치부 지방공무원제도팀 사무관의 설명부터 들어보자. 이 사무관은 “도입 목적에 오해가 있다”는 말로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 제도는 지방분권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조직운영의 권한을 이양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정원의 승인을 요구하는 표준정원제의 경직성을 해결하기 위해서 도입되는 것이다. 자치단체가 필요로 하는 정원과 인력을 인건비 총액을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큼, 사업의 융통성을 높일 수 있다.”

이한영 사무관이 ‘우려’하는 지점은 자치단체장의 과도한 권한 집중과 관련된 것이었다. “기존에 행자부가 가졌던 기구·정원에 대한 승인권은 없어진다. 사전에 틀어쥐고 하는 통제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될 것이다.”

이 사무관은 “권한에 맞게 책임도 져야 한다”면서 교부세 등을 이용한 ‘사후 평가 관리 방식’을 강조했다. “자자체의 책임성 확보 방안으로 교부세 제도 등으로 간접 통제를 하게 된다. 잘하는 지역에 추가 인센티브로 교부세를 더 주고, 잘 하지 못하는 곳은 더는 안 주지만, 깎지도 않겠다는 것이다. 상대적 불이익을 준다는 것이다. 우리가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까, 많이 받는 곳과 적게 받는 지역의 차이는 (광역기준으로) 250억원 정도 된다.”

“인건비 통제가 선진 행정과 무슨 관계냐”

이같은 행자부쪽의 설명에 대해 박경수 전국공무원노조 법률부팀장(공인노무사)은 “총액인건비제는 행정개혁·정부혁신이라는 미명하에 진행되는 공직사회 구조조정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박 부팀장이 전제한 것은 “총액인건비제는 인건비 예산규모 통제를 통한 비용절감이 중심 목표인데, 이게 선진 지방자치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이냐”며, 행자부쪽의 도입 전제부터 공격했다.

또한 박 부팀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자립도가 낮는 상황에서, 교부세를 차등지원하고, 언론 공개를 통해 차기 지자체 선거에 영향을 주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교부세로 지자체를 통제하겠다는 정부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진 박 부팀장의 ‘경고’다. “총액인건비제 도입 이후 성과 연봉제라는 이름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퇴출제도를 사용하거나, 호봉이 높은 정규직 1명의 임금으로 비정규직 2~3명을 채용해서 메우는 방식 등이 사용될 경우 공직사회 내부에 불안정 고용은 심화될 것이다.”

박경수 부팀장은 “행정서비스의 질과 공공성를 판단할 수 있는 어떤 기제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총액인건비제 도입은 오직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경쟁으로 귀결될 것”이라면서 “이는 국민의 입장에서 별로 ‘효율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행자부, 자신의 권한 강화 꾀했다”

논쟁이 이어지면서 중심 쟁점이 됐던 것은 총액인건비제가 구조조정 수단이냐 아니냐는 것. 이한영 사무관은 “구조조정을 한다면 현재의 ‘표준정원제’ 하에서 하는 것이 훨씬 편리하고 효과적”이라면서, “오히려 행자부는 총액인건비제의 도입 이후 인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토론자로 참석한 지응건 공무원노조 강남구지부 수석부지부장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강남구의 경우, 2004년 시범실시 지역으로 선정됐지만, 사실상 민선 초기인 1995년부터 총액인건비제를 시행해 왔다. 1995년 2,041명이었던 인원이 10년 동안 1,303명으로 감축됐다. 인원이 36.2% 감축되면서 타 구청에 비해 2.2배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지 수석부지부장은 “계량할 수 없는 공무원의 업무를 계량화해 등급을 나누고 있다”면서 “이는 ‘줄서기’와 동료간의 과도한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끈 것은 입안 취지가 행자부의 구체화 과정에서 왜곡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는 점.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에서 인사개혁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진재구 청주대 교수는 “총액인건비제의 최초 도입 취지를 행자부가 자신들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진 교수는 “현재 공무원노조가 지적하는 것은 총액인건비제 시행의 부작용이 아니라 현행 제도 하에서 지자체장의 행태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하며, “명확히 인식할 것은 총액인건비제가 가져올 문제와 현재의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진 교수는 “총액인건비제는 대통령의 국정 철학인 ‘자율과 분권’에 따라 만들어졌지만 이것을 집행하는 부서는 자기 영향력을 확대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싶은 유혹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어떻게 하면 ‘진심’을 믿어줄까?

비교적 침착하게 진행되던 27일 토론회에서 고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이한영 사무관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을 때였다.

“(공무원단체쪽에선) 총액인건비제 구조조정 수단이라는 전제로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지자체장의 과도한 권한 강화다. 책임성 있는 견제수단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역할보다는 주민과 지방의회, 공무원단체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행정의) 실정을 잘 아는 공무원단체가 나서서 목소리를 내주면 그만큼 영향력이 있을 것이다. 과도한 권한 행사를 목소리를 내서 막아야 한다.”

이 순간, 방청석의 있던 공무원 노동자들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불법 단체라면서!”
“너희가 우릴 잘랐잖아! 너 해임이 뭔 줄 알아! 한 가정을 파괴하는 거야!”
“자를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무슨 소리야!”

어렵게 소란은 정리가 됐다. 이 사무관의 발언은 정부의 공식방침을 전달한 것이 아니다. 행자부는 거듭 ‘지침’을 통해, 불법단체의 자진 해산을 ‘강제’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권력의 일부에선 다른 ‘제도개혁’ 과정에서 공무원 단체의 협조를 구하고 있다. 총액인건비제의 경우, 공직사회 거센 내의 반발을 무릅쓰고 일방적으로 추진하기엔 너무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진심’을 믿어달라며, 공무원노조가 제시한 여러 의혹을 일축해 왔다. 그러나 공무원노조쪽은 그 ‘일축’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정확히 말한다면, 망설임 없이 '머리띠 묶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사태를 '대화'로 풀기 위해선.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