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ILO 권고와 관련해 필자가 제기해 온 쟁점은 세 가지이다. ILO의 권고대로 공무원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고 있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을 시정하라는 것, 노조 가입 자격은 노조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므로 이번 권고가 5급 이상 공무원의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한 점에 비추어 이를 시정하라는 것, 그리고 2004년 파업을 전후하여 발생한 일련의 체포(arrest)에 대해 정부가 ILO에 허위 답변을 한 의혹에 대해 해명하라는 것이 그것이다.

정형우 노동부 국제노동정책팀장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ILO는 원칙적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필수서비스의 경우에는 파업권을 제한 또는 금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 오고 있다. 이는 이번 권고에서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번 권고가 ILO의 기존 입장과 상치되며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와도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납득할 수 없다’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동부의 ‘오역’은 더 많은 보호를 말하는 것인데?

하지만, 필자로서는 노동부의 이런 반발이 과한 것으로 보이기에 오히려 납득할 수 없다. 노동부가 반발하는 원인은 ILO 권고문의 “limiting any restrictions of the right to strike to public servants exercising authority in the name of the State and essential services in the strict sense of the term” 부분을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종사하는 공무원에 대한 어떠한 파업권 제한도 완화하라”로 ‘오역’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보인다.

즉, 위 ‘오역’대로라면 위 권고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라고 하더라도 파업권의 금지는 안 되고 제한만 가능하다’라는 것이 되어, ‘금지’까지 인정했던 종전 입장보다 더 노동자들을 보호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위 원문의 올바른 해석은 “파업권에 대한 어떠한 제약도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과 엄격한 의미의 필수서비스에 한정하라”는 것이다.

즉, “결사의 자유 원칙에 부합하도록,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 공공분야 종사자(국제노동정책팀장 해석은 공무원)에 대해서는 파업권을 보장하라”라고 한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와 같은 맥락인 것이다. 한편 ILO는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에서 ‘소방직뿐만 아니라 교정직 공무원 역시 단결권을 보장하라’[999. (a) (ii)granting the right organize to firefighters and prison staff]고 하여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보다 한 걸음 진전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공무원 일반’의 단체행동권 제약은 ILO 기준에 맞지 않는다

한편, 현실적으로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개념을 딱 부러지게 정의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국제노동정책팀장이 즐겨 인용하는 ILO 국제노동(International Labor Review, vol. 137)은 “ILO는 경계선상에 놓인 공무원의 경우에, 하나의 해법은, 파업의 전면적 금지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이고 장기화된 업무 중단이 공공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범위가 교섭에 의해서 결정되는 최소유지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는 명확하고 제한된 범주에 의해서 규정하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in borderline cases, it has suggested one solution might be not to impose a total prohibition of strikes, but rather to provide for the maintaining by a defined and limited category of staff of a negotiated minimum service when a total and prolonged stoppage might result in serious consequences for the public)라고 했다.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개념과 ‘필수서비스’ 개념을 결합하는 진전된 입장(위 ‘오역’과 같은 맥락이다)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진전이 이번 권고에는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할 것이다.

한편, 국제노동정책팀장은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 개념에서 제외되는 것은 국가소유 기업, 석유, 은행, 대도시 운송 및 교육 분야(따라서 노동부 팀장 주장에 따르더라도 교사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교원노조법은 당연히 ILO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CFA 286차 보고서 참조)보다 일반적으로는 공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같이 우리나라로 치면 공공부분 종사자들과 같은 비공무원들뿐’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한 논리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을 곧 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공무원 일반’과 동일시하게 되고, 따라서 공무원 일반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이 ILO 기준에 부합한다는 결론을 끌어내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필자가 4월14자 기고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ILO가 “공무원을 일반적으로 포함하거나(not be extended to cover public servants in general)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상업적 기관이나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공공부문 종사자(public employees engaged in state-owned commercial or industrial enterprises)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며 위 구별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법률이든 파업권이 제한되는 공무원의 범위를 가능한 한 명백하고 좁게 정의하여야 한다”라고 보고 있다는 점이다(ILO 노동입법가이드라인).

즉, ILO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 개념을 국제노동정책팀장 주장처럼 단지 공기업 등 공공부문 종사자들만 제외해, 공무원법이 적용되는 ‘공무원 일반’과 등치되는 개념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공무원 일반’에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이라는 부가적인 제한을 덧붙여 그보다 더 좁은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노조특별법이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을 넘어서 ‘공무원 일반’의 단체행동권을 박탈하는 것은 ILO 기준에 부합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노동조합에 가입하고 말고는 사용자가 획정할 문제가 아니다

한편, 노동부는 국제노동정책팀장 명의의 해명에서 “ILO가 5급 공무원의 단결권을 권고한 것 역시 전혀 앞뒤가 맞지 않은 태도”라고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ILO 87호 협약은 공무원 근로자의 경우에도 ‘스스로 선택하여 단체를 설립하고 그 단체의 규약에 따를 것만을 조건으로 하여 그 단체에 가입할 수 있는 권리’(제2조), ‘연합단체와 총연합단체를 설립하고 이에 가입할 권리’(제5조) 등을 보장하고 있으며, 151호 협약은 ‘공공기관에 고용된 모든 근로자들(all persons employed by public authorities)의 단결권을 보장하되 다만 정책결정 또는 관리에 관련이 있는 것으로 통상 간주되는 직무를 수행하는 고위직 근로자(high-level employees whose functions are normally considered as policy-making or managerial) 또는 고도의 기밀적 성격의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employees whose duties are of a highly confidential nature)에 관하여는 그 보장 범위를 국내법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결정 또는 관리를 하는 고위직 근로자‘라는 기준은 단순히 급수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중앙부처 5급 공무원들 상당수가 정책결정권자가 아닌 실무자에 불과하다는 점은 정년평등에 관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지의 사실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노동부는 공무원노조특별법을 방어하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노조 가입 자격은 노조 스스로 결정할 문제이지 사용자인 정부가 일방적으로 획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노동법의 대원칙 및 국제노동기준에 따라 특별법의 문제점을 시정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ILO가 이번 권고에서 지적한 소방직 공무원, 일본 정부에 대한 권고안에서 지적한 교정직 공무원들의 단결권 보장에 대해서도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노동부가 노동자의 반대편에 서야 하나?

한편 국제노동정책팀장은 ‘2004년 3월 및 2004년 11월 사안에 대해서는 이미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라며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아마도 국제노동정책팀장이 명확히 하였다는 입장은, 4월12일자 기고에서 “당시 ILO에 제출한 정부 답변은 불법행위 과정에서 체포된 공무원들은 조사 후 즉시 석방하여 구속된 공무원은 없다고 기술하였다”라는 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보고가 그러했다면 필자 역시 특별히 문제제기 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ILO 권고문 원문에서 계속하여 인용하고 있는 정부 답변 부분을 보면, ‘구속(detention)된 사람만 체포(arrest)된 사람으로 표현’ 함으로써 수백여 명을 체포한 사건을 애써 축소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폭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체포된 것”(They were mostly arrested for the use of violence)이라고 함으로써 허위사실을 적시하여 공무원노조의 명예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가 ILO에 허위답변서를 제출한 것인지, 아니면 ILO가 정부 답변을 왜곡하여 인용한 것인지 정부 책임자의 명확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필자 역시 노동부가 무조건적으로 노동자의 편을 들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정부 한 부처로서의 고충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때로 불가피하게 노동부가 노동자들과 반대되는 입장에 서서 노동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것이지, 사실을 왜곡하고 은폐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끝으로 ‘ILO가 일본 정부에게는 교정직 공무원들조차 단결권을 보장하라고 권고하고선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에서는 왜 이를 누락시켰는가’라고 반발(?)하는 노동부의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상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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