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합섬 사쪽이 800여명이 모인 가운데 ‘공장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150여명의 임원진과 관리자들이 공장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한국합섬HK지회(지회장 이정훈)와 경찰쪽은 한국합섬 직원 외의 공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는 등 노사 모두 물리적 충돌을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별다른 마찰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사쪽은 “내일부터 정상출근은 하겠지만 노조의 무단점거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공장 재가동은 불가능하다”고 밝혀 공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는 20일 결의대회 당일 오전까지도 협상을 벌였으나 의견접근에는 실패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철회’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사쪽은 ‘잉여인력을 해소하지 않으면 경영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팽팽히 맞섰다. 고대종 한국합섬 사장은 “21일부터 정상출근 하겠다”고 밝혔으나 “노조의 무단점거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공장정상화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이정훈 지회장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관리자들의 출입을 막을 생각은 전혀 없다”면서 “사쪽은 하루빨리 전기 및 원료공급을 정상화해 공장을 재가동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공장 재가동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의 줄다리기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 직원 총동원 ‘결의대회’…공장입구까지 가두행진

“안 온 사람도 더 적을 판인데 와 이름을 안 적고 왔노. 빨리 갔다와라.”


서명대에 미처 이름을 적지 못한 채 참석한 모 하청회사의 직원에게 관리자의 핀잔이 쏟아지기도 한다. 일손을 잠시 멈추고 급히 참석한 듯 보이는 한 직원은 집회 틈틈이 휴대폰으로 업무를 보기도 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김영석 경북경총회장부터 칠성섬유, 경인합섬 등 구미지역 경영계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박노철 회장은 인사말에서 “매일 10억원의 매출 손실로 지금까지 7~80억원의 손해를 보았으나 사회적으로 외면당하고 있고, 사법조치까지 지연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오늘 협력사에서 이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으면 억울한 사정을 알릴 길이 없다”고 결의대회 배경을 설명했다.



30여분간의 짤막한 결의대회를 마친 이들은 박노철 회장 등 임원진이 앞장선 가운데 한국합섬 1공장까지 1.5Km를 걸어서 행진했다. 그러나 공장 진입로에서 경찰쪽의 제지로 협력사 직원 등은 공장 출입이 가로막혔다. 노사 간 대형충돌을 우려한 경찰쪽에서 한국합섬 직원 외에는 출입을 통제했기 때문. 결국 이들 가운데 한국합섬 직원들만 노조의 신분확인 절차를 거친 후에야 공장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500여명의 한국합섬HK지회 조합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장으로 돌아온 박노철 회장 등 임원진과 관리자들은“노조의 불법점거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공장을 한바퀴 돈 후 해산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지회 관계자는 “사용자의 불법파업으로 비난여론 등 상황만 더욱 악화되자 공장으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을 만든 것 같다”며 “정부기관조차 회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자 이제는 장외투쟁까지 벌이는 모습이 오히려 측은하기까지 하다”고 혀를 끌끌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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