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한달을 넘겼지만 사태 해결을 위한 교섭도 연대투쟁도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고공농성단은 탈진해가고 있고, 회사는 입으로만 ‘평화적 해결’을 떠들 뿐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 안병욱 지회장 직무대리가 고공농성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간의 과정과 연대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보내왔다. 전문을 싣는다.<편집자 주>


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반도 안 되는 임금, 거의 적용 안 되는 복지혜택, 연월차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고, 입고 일하는 작업복과 작업화도 정규직과 차이를 두고, 임금인상도 6년만에 되었고 6년만에 올라간 임금인상분이 1만9,200원이다. 다음해는 4~5단계로 나눈 차등지급이었고, 그 다음해부터는 정규직노동자의 임금인상분 절반도 되지 않은 인상이 몇해 계속되었고 이 시점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부당하고 말도 안 되는 사측의 행동들에 대해 사내하청 비정규직들이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 결과로 지난해 4월10일 비정규직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1년여 시간이 지나갔다. 불법파견 판정을 창원지방노동사무소로부터 받았고 이에 맞춰 지회는 사용자성 인정과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했다. 하지만 GM대우와 하청업체는 비정규직 지회를 탄압하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무력화 시키는 탄압을 자행했다.

그 마지막 작업으로 9월 30일 지회의 핵심이 포진한 대정이란 업체를 폐업시켰고 지회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180여일 동안 GM대우창원지부 노동조합 앞에 텐트를 치며 GM대우에 맞서 투쟁을 전개해 나갔다.

일상화된 차별과 탄압…“저항할 밖에”

지회의 요구에 대해 GM자본은 사용자성을 운운하며 교섭을 거부했고 부평 본조 이성재 위원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지회의 의지와 상관없이 대리교섭 형태로 진행되었고 최종교섭안이 나오기까지 지회의 의사와 요구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최종교섭안은 △비정규직지회 핵심간부 및 조합원 8명 단계적 복직(합의시점 3개월 후 3명, 7개월 후 3명, 11개월 후 2명) △해고자 중 20명 복직(이상에서 복직 대상자는 원청인 GM대우가 신규 하청업체에 통보) △단기계약직 14명 복직 불가 △합의시점에서 비정규직 천막농성 정리 △대우차노조 위원장과 구두 합의 등 5개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최종교섭안을 보면 지회가 받을 수 없는 안들이 대부분이라 거부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지회의 역량이나 현실을 감안할 때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냐, 받지 않을 경우 힘들어 질 것이라는 이유도 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최선을 다했는데 지회가 그렇게 나온다면 결별할 수밖에 없다며 단절을 선언했다. 한술 더 떠 GM자본은 농성천막을 걷어버리겠다는 협박을 했다. 지회는 철저하게 코너에 몰렸고, 지회장 동지는 이 험난한 파고를 헤쳐 나갈 돌파구가 필요했기에 고공농성을 선택한 것이다. 목적을 두고 고공농성을 감행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다.

‘고공농성’…사면초가 투쟁의 돌파구

우리는 정당하게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정당하게 파업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을 했고 직접고용 정규직화도 법에 따라 정당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GM자본은 그렇지 않았다. 모든 것을 불법으로 몰았고 고소고발 손배가압류도 무차별적으로 남발했다.

GM자본은 사규조차도 형식적으로 만들었다. 사규에 맞춰 준법운행 한 것조차도 법적으로 대응했고 법은 자본의 손을 들어 주었다. 사규에 맞춰 작업한다면 작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창원공장 노동자들은 편법을 쓸 수밖에 없고 창원공장에서는 버젓이 그것이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 삼으면 노동자들은 자리를 보존하기 어렵기에 침묵할 수밖에 없다.

고공농성을 돌입하면서 지회가 내건 요구는 세 가지다. 첫째는 원직복직이다. 처음에 요구했던 사용자성 인정과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부당하게 빼앗긴 일자리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이것이 거창한 요구인가? 둘째는 고소고발 손배가압류 철회하라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법에 만들어진 노동조합을 인정하고 활동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과한 요구인가? 무리한 요구인가? 무리하다고 말하는 자체가 우스운 일이 아닌가!

‘원직복직·노조인정’이 과한 요구?

고공농성투쟁이 전개되고 나서 GM자본은 교섭을 하자면서 전제조건을 달았다. 처음에는 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안전펜스를 치고 교섭하자는 조건을 달았고, 강제로 안전펜스가 쳐지자 이번에는 ‘선 농성 철회 후 교섭’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그 다음은 대우자동차 정규직 노조와만 교섭하겠단다. GM자본은 교섭을 하고 싶지만 지회가 요지부동이라 교섭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교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전제조건을 달면서 교섭하자는 것이 무슨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이야기인가.

지금은 어떠한가. 공장 안을 들여다보면 담벼락을 뜯어고치고 가시철망으로 에워싸고 진입로는 컨테이너로 막아 움직이지 못하도록 쇠말뚝을 박고 여기에다 용접을 하고 있고, 정문도 다시 뜯어내 강력하게 보강을 하고 있다. 완전히 공장을 요새로 만들고 있다. 이것이 교섭을 위한 행동들인가?

또한 고공농성 동지들이 단식을 하고 있는데도 물조차 제대로 올리지 않고 있다. 고공단식농성이 8일이 넘고 있는데 겨우 한 사람이 먹을 양의 50%도 못되게 올려주고 있다. 그것을 세 사람이 나눠 마셨다. 그렇게 하면서도 한다는 말이 “고생하러 올라간 놈이 주는 대로 먹지 뭔 말이 많아”라고 떠들어대고 있다. GM자본이 하고 있는 행동들을 보자면 교섭보다도 “지가 지치면 내려오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경남지역 상급단체는 교섭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모든 것을 교섭에 초점을 맞추어 행동하고 있다. 물론 교섭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GM자본의 작태를 보면 쉽지가 않을 것이다. GM자본은 행동에서 교섭에 의지가 없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강력한 투쟁으로 GM자본을 압박할 때 지회의 요구안을 쟁취할 수 있다.

교섭은 뒷전…‘고사작전’ 혈안인 회사

지회는 큰 욕심도 없다. 단지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난 일터를 다시 찾고 싶고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다. 무엇인가 많은 것을 바라고 있다는 이야기들은 호도된 내용일 뿐이다. 그리고 내가 일해서 만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제3자에게 빼앗기기 싫은 것이다. ‘울산 현대자동차에서는 하청업체가 비정규직 80명을 관리하는데 한달에 2천200만원이라는 이익을 챙겨가고 있다’고 한다. GM대우 창원공장에서는 하청업체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챙기는지 알 수가 없다. 알려고 노력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극비란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들을 노동자에게 되돌려준다면 비정규직들의 처우도 많이 개선되리라 본다. 비정규직들의 정당한 요구에 대해 색안경을 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 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GM대우 창원비정규직지회는 우리의 요구가 정확하게 회사에 전달되고 회사는 이것을 정당하게 받아들였을 때만이 신속히 사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 본다.

포기할 수 없는 자존심…‘연대투쟁’ 기대

현재 지회는 교섭이 하루 빨리 열려 문제가 해결되어 현장으로 돌아가 노동조합을 유지하고 안정된 생활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지회의 요구안은 노동자로서 누려야 할 아주 최소한의 권리이다. 하지만 GM자본이 선별복직을 요구하고 단기계약직 문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GM자본에 맞서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다. 지회는 이것이 노동자들이 지켜야할 의리와 원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회는 단지 나 혼자 살기 위해 동료들을 버리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이다. GM자본이 지회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지회는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들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노동자의 자존심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지회는 지역 상급단체와 전국의 동지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리라 믿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지역의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연대 투쟁하여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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