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슬머리에 키만 껑충했던 청년, 샘을 기억하는가. 우리나라에는 2002년 소개된 캔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2000)에서 용역직 청소미화원 노동자들의 노조 조직사업을 담당했던 샘(에이드리언 브로디 역)은 미국 서비스노조(SEIU) LA지역조직(Local 1877)인 소속 활동가이다. 때론 건물 담을 넘어 휴지통에 숨기도 하면서, 때론 이민자들의 집에까지 찾아가 면박을 당하면서까지 조직화에 열성적이었던 그였다.

지난 18일부터 민주노총이 우리나라에서도 ‘샘’과 같은 비정규직 조직활동가 양성에 들어간 가운데, 20일 윤영모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국제정보센터 실장이 지난해 말 뉴욕타임즈에 실린 텍사스 청소노조 조직화 캠페인 사례를 번역, 소개했다.

저임금·이민 노동자 조직화에 집중

서비스노조가 휴스턴 조직화 캠페인에 공식적으로 착수한 것은 지난해 4월. 불과 7개월만인 11월에 노조는 휴스턴에서 가장 큰 4개 청소업체에 소속된 노동자의 3/4에 이르는 노동자들로부터 노조가입원서를 받았다. 그 수만도 5천여명에 달한다. 그해 8월 노조와 이들 회사 간에 체결된 협정에 따르면 미국중재협회가 노조가 확보한 가입원서를 검토, 과반수의 지지를 확보했는지 확인하게 돼 있는데, 청소회사들은 과반수의 노조 가입이 확인되면 노조를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터였다.

조직화 착수 당시 휴스턴 지역에 지부가 없었던 노조는 시카고의 대형 건물서비스노동자지부를 조직화 사업의 본부로 삼았고, 시카고지부는 최고 간부 중 1명을 휴스턴에 파견, 조직사업을 총괄하게 했다. 조직화 대상자의 대부분이 이민자임을 감안, 몇주 동안 25명의 스페인어를 할 줄 아는 청소노동자들을 휴스턴에 파견해 현지 노동자들을 집집마다, 사업장마다 방문해 직접 설득 작업을 펼쳤다.

또한 노조는 휴스턴 노동자들에게 뉴저지주에서 이뤄낸 노조의 성공사례를 설명했다. 조직화가 되면서 새롭게 조직된 4,500명의 청소노동자들이 3년 전(시급 5.85달러)과 견줘 2배 이상인 11.90달러를 받게 된 사례나, 파트타이머에서 의료보험 등의 후생복지 혜택을 받는 풀타임 노동자로 전환한 사례 등을 적극 알려냈다.

종교계, 연기금 등 기존 조직력 다각도로 활용

이같은 조직화가 성공하기까지 무엇보다 힘이 됐던 것은 노조가 2~3년 전부터 지역사회와 연계작업을 담당할 간부를 파견해 연기금이나 종교계, 몇몇 국회의원, 민주당 소속 시장 등을 먼저 조직해냈다는 것이다.

조세프 피오렌자 대주교는 그해 8월 청소노동자들을 위한 특별미사를 집전했고, 조직화 캠페인 발족식에 참석해 청소노동자들의 임금이 열악하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대해 하느님이 분개한다고 격려연설을 하기도 했다.

또한 적지 않은 수의 공공부문 노동자 연기금(우리나라 퇴직연금)들은 건물주와 청소회사에 대해 노조 조직화 사업을 저지하기 위한 반노조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했고, 이러한 압박 작전의 일환으로 노조는 휴스턴 한 건물에서 파업을 하면서 다른 여러 주에 있는 75개 상업 건물 청소노동자들의 동조 파업을 조직하기도 했다.

국제정보센터 윤영모 실장은 “본격적인 조직화에 들어가기 앞서 노조가 실제 입김을 행사할 수 있는 연기금이나 기존 조직력을 활용해 지역사회와 원-하청 등에 다각적인 압박을 행사한 것이 조직화 성공에 주효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른 지역 조직화로 확산 노력

물론 노조는 휴스턴의 조직화 사업 성공을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노조는 애틀란타 지역 4천명, 피닉스 지역 2천명 등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수만명에 달하는 쇼핑몰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할 계획이다. 하지만 난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마이애미 지역의 수많은 콘도에서 일하는 7천명의 청소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업은 최대 부동산 운영 회사의 반대로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20일 현재 이들 노동자들의 단식농성이 열흘 이상 지속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비스노조의 사례를 다른 노조에도 확산시킬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서비스노조만큼 숙련된 조직화 전문 활동가들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데, 또한 청소산업처럼 노조의 압박에 취약한 산업이 많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민주노총은 이제 시동을 걸었다. 1기 조직활동가 학교에서 양성될 활동가들은 7월15일 이후 유통서비스, 공공서비스, 건설일용직 분야에 투입될 예정인데, 아래로부터의 조직화와 함께 기존 조직력, 지역사회 영향력 등 위로부터의 조직화를 결합시켜 한국에서도 조직화의 전형을 창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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