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넘게 투쟁해온 화물노동자들이 72미터 높이의 시멘트 저장고와 30미터 높이의 유리공장 용광로 굴뚝에 올라 ‘운송료 인상’과 ‘해고자 복직’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 아세아시멘트분회의 심영보 분회장 외 7명과, 35일째 투쟁 중인 화물연대 전북지부 두산테크팩분회의 안길석 분회장 외 1명이 19일 새벽 5시께 동시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이 한달 넘게 투쟁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새벽시간을 이용해 기습적으로 고공농성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아세아시멘트분회 조합원들의 요구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운송료 현실화’와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가담자에 대한 명예회복’이 그것이다. 아세아시멘트분회는 운송료와 관련해 “화물운송 직접비용 상승으로 인해 생계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라며 ‘운송료 30%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 참가 조합원들의 신원이 망라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 현재까지 현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조합원들의 명예회복과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엄상원 화물연대 충북강원지부장은 “2003년 투쟁 직후 각 운송회사들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원청회사(화주 업체)에 보고하고, 원청회사는 산업자원부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블랙리스트’에 차량번호와 주민등록번호, 이름 등이 공개된 조합원 70여명이 아세아시멘트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시멘트 회사에 취업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군산의 두산테크팩분회는 ‘운송료 인상’과 함께 ‘화물연대 탄압 중단’을 주요하게 요구하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두산테크팩의 물류운송 전담 자회사인 세계물류(주)는 “상조회 등과 협의를 진행 중이므로 화물연대와는 대화할 수 없다”며 “운송료 인상 등과 관련해 안길석(두산테크팩분회장) 개인과는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수 있으나, 화물연대와는 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앞서 세계물류(주)는 ‘3월 진행된 화물연대 광주 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지난달 16일 두산테크팩분회 소속 조합원 33명을 계약해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지난 한달여의 기간 동안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달라”는 것과 “화물연대 소속이라고 해서 차별·탄압하지 말라”는 주장을 되풀이하다가, 19일 새벽 고공농성을 시도하기에 이른 것이다. 화물연대의 한 관계자는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투쟁이 장기화되고 격한 양상으로 전환되는 배경에는 정부와 자본의 치밀한 대응전략이 비공식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최근 국회에 상정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지만, 화물연대의 경우 지난 2003년 총파업을 거친 후 국가안전보장이사회가 발표한 ‘국가위기관리 매뉴얼’이 비공식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19일 오후 6시 현재 두 곳의 고공농성장 주변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돼 조합원들의 자진해산을 유도하고 있으나, 강제 연행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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