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11일간의 고공농성을 통해 합의한 ‘확약서’는 결국 휴지조각이 돼버렸다. 지난해 10월24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크레인 고공농성에 돌입했던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가 19일 오전 5시께 크레인 고공농성을 시도했으나 확약서 이행을 촉구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낮 12시께 모두 연행되면서 7시간만에 묻히고 말았다.

“정몽구 회장 해고자 복직 약속 지켜라”는 플래카드를 현대하이스코 순천공장 B동 외벽에 내건 현대하이스코비정규직 노동자 32명은 이날 오전 5시께 순천공장 B동 크레인 점거농성에 돌입했으나 해산을 시도하는 현대하이스코 직원과 용역경비 50여명, 경찰특공대가 투입되면서 모두 연행됐다.<사진> 현재 이들은 광양경찰서 등 3곳으로 흩어져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연행자들 대부분이 지난해 고공농성에 참여해 불구속기소를 당하거나 대의원 이상 확대간부들이어서 절반 이상의 구속자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고공농성과 관련,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는 성명서에서 “정몽구 회장과 현대하이스코가 지금이라도 약속을 지켰다면 목숨을 걸고 또다시 생산을 중단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서 지난해 11월3일 순천시청과 현대하이스코, 금속노조 등이 합의한 확약서 이행을 촉구했다. 확약서 체결 이후 167일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고 있는 약속을 고공농성이라는 극한 투쟁을 통해 재차 촉구한 것.

당시 체결했던 확약서는 △협력업체 결원 시 실업자(해고자) 우선 채용 △노조 활동 보장 △농성 사태로 인한 민·형사상 책임 최소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확약서 체결 이후 수차례의 실무교섭과 최근 4차에 걸친 집중교섭 속에서도 확약서는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현대하이스코는 협력업체를 계약해지해 사실상 50여명의 비정규직이 해고됐고 또 72억원의 손배가압류를 청구했다. 박정훈 현대하이스코 비정규직지회장은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상태로 결국 두 차례의 공장점거까지 이어졌다.

한편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이 전원 연행되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광주전남본부, 금속노조 등은 이날 곧바로 순천공장 앞에서 규탄집회를 가졌으며 20일 오후에는 민주노총 광전본부 확대간부 결의대회를 진행할 방침이다. 광전본부는 오는 27일 지역총파업을 예정대로 진행, 연행된 조합원 석방과 확약서 이행 촉구를 위한 투쟁을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이날 오후 상황회의를 통해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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