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위원장이 취임하고, 민주노총 새 지도부가 들어선 지 1개월 반이 지났다. 민주노총은 오는 10일부터 ‘세상을 바꾸기 위한’ 연맹별 순환총파업에 돌입하기로 해 언론 등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상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되는 셈이다.

공식 임기는 비록 8개월밖에 남지 않았지만 조준호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세상을 바꾸는 총파업' 등 투쟁부터 시작해 조직혁신에 이르기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짧은 임기, 너무나 중요한 과제들이다. 조준호 민주노총 집행부의 이후 과제를 매주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연재순서는 다음과 같다.<편집자 주>

연재순서
① 투쟁력 복원 어떻게 하나(4월6일)
③ 도덕성과 자주성 회복(4월20일)
② 투쟁과 교섭의 병행-노사정관계(4월13일)
④ 의결체계 혁신과 내부 민주주의(4월27일)


지난해 1월 기아차노조 채용비리 사건, 잇단 대의원대회 폭력사건, 5월 현대차노조 채용비리 사건, 10월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금품수수 사건, 대전지역본부와 KT노조 부정선거 의혹.

자본이나 정권과는 다른 도덕성을, 그들로부터의 자주성이 생명이었던 노조 간부들이 ‘검은 거래’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 굳이 자본이나 정권과의 관계에서 발생한 비리는 아니더라도, 잇단 부정선거 의혹과 폭력 사태 등 등 내부 민주주의 파행도 민주노총이 고개를 들지 못하게 했다.

도덕성과 자주성의 회복이 조준호 민주노총 지도부의 주요 과제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부터는 비리 엄단과 투명성 강화가 민주노총 조직혁신안 주요과제로 설정돼 왔고, 선거에서도 혁신이라는 주제가 최대 쟁점이었다.

각종 비리, 규율 위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발생하지 않도록 막거나, 이왕 발생했다면 다시는 비슷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전조치와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장기적으로는 교육강화 통해 도덕성 복원

사전 조치로 가장 많이 제시되는 대안이 ‘교육강화’이다.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 독단적 조직운영은 심각한 지경인데도 교육사업 등을 통한 간부 재교육시스템이 붕괴하다시피 했다는 분석은 대부분 노조간부와 조합원들은 동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민주노총 내 간부 및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혁신에 관한 의식조사’ 결과, 비리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 ‘노동조합 간부의 도덕적 불감증’(41.6%)과 '노조 간부의 독단적 조직운영'(16.0%)이라는 답이 과반을 넘었다.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묻는 질문에는 ‘해당 조직의 자정능력에 맡겨야 한다’(38.0%)는 답변이 ‘상급단체 개입’(30.6%), ‘총연맹 개입’(14.1%), ‘시민사회단체 등 외부감사를 통한 해결’(17.3%)보다 더 많이 나왔다. ‘해당 조직의 자정능력’이라는 것은 교육강화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이런 점에서 간부육성체계 복원을 위해 조준호 집행부가 내세우고 있는 방안이 ‘100인 교육위원회 구성’이다. 또 지난 집행부부터 추진해 온 교육원 설립을 위한 토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조준호 집행부는 비리 근절을 위해 재정 투명성 강화 원칙을 결의하고 윤리강령 채택을 추진했지만 최근 임시대의원대회 유회로 공식 의결까지는 가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잇단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일부 활동가들은 “언제까지 노동운동진영의 도덕성만 탓할 것이냐”며 기업체들의 전근대적인 노무관리 개선을 주장해 설득력을 얻기도 했다. 사용자들의 노무관리 강화와 다양화가 노조 비리를 불러 온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노무관리 개선이나 새로운 노사관계 긴장 조성이 대안이라는 것이다.

사전 비리예방을 위한 조치로 지난해 조직혁신위에서는 업무감사와 회계감사를 통합한 감사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규율위 등 사후조치 필요성도 부각

하지만 사전예방 못지않게 사후조치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비리자에 대한 고발과 조사, 징계를 보장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도 노동운동의 도덕성 회복을 위한 주요 방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교육강화 등의 효과를 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 각종 비리사건은 이후에도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당초 민주노총이 높은 도덕성에서 출발하고 내부 분란 소지도 초기에는 적었던 점에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이 적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민주노총도 민주노동당의 경우처럼 ‘당기위’ 같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출발부터 내부에서 여러가지 분쟁 소지를 안고 있었던 민주노동당이 초반부터 당기위를 만든 반면, 10년의 역사를 지닌 민주노총도 당기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한 시점이 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조직혁신의 방안으로 규율위원회 구성 및 운영을 주요하게 제기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산별특위 건설만을 결의한 채 모든 조직혁신안은 추후로 미뤄졌고, 다음달 강승규 전 수석부위원장 비리사건이 터진 직후 비상대책위 체제에서 규율위원회를 부랴부랴 설치하게 된다.

규율위원회가 구성된 것은 지난해 11월17일 부산에서 열린 중집회의. 이 자리에서는 비상대책위원을 파견한 7개 연맹에서 임원급으로 규율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앞서 같은달 충주리조트에서 열린 중앙위는 중앙위가 하도록 돼 있는 규율위원 선출을 중집회의에 위임하고, 관련 규약 재개정만 결의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관계자는 “민주노총에서 처음 생기는 규율위원회 선출에 대해 중앙위에서 선출하도록 한다는 규정 외에 어떤 식으로 선출할지 고민을 하지 못했다”며 중집회의에 선출을 위임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이날 중앙위는 비정규권리보장입법 쟁취를 위한 단위노조대표자회의를 앞두고 열리면서 규율위 선출과정에서의 논쟁은 되도록 피하자는 의도도 반영됐다.

이처럼 중앙위에서 선출해 독립성과 권위를 갖추고자 했던 규율위원회는 출발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규율위원회 설치를 의결한 이후, 구성을 완료하고 위원장을 선출하는 데 1개월 이상이 걸리는 등 규율위원회가 신속한 혁신사업 요구에 화답하지 못했다. 위원회 위원장 선출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 등이 이유가 돼 운영상의 어려움이 나타나기도 했다.” 규율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민주노총이 내린 공식 평가다.

민주노총이 공개를 하지 않고 있지만, 3개월의 임기 동안 규율위원회에 접수된 사건은 KT노조 부정선거 의혹, 대전지역본부 부정선거 의혹, 일부 산별연맹 고위 관계자들의 금품수수 의혹 등 5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건들에 대해 규율위원회가 첫번째 의무인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규율위원들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들이다.


구조적 한계와 정파 이해 개입

미비한 규율위원회 활동에 대해 민주노총 관계자들이나 전직 규율위원들이 내리는 원인 분석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중앙위 선출이 아닌 각 연맹에서 추천된 임원으로 구성된 구조적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규율위원들은 접수된 사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1차 징계 양정을 의결단위에 제출해야 하지만 업무에 쫒기는 각 연맹 임원들이 맡으면서 정기적인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 전직 규율위원은 “비대위 기간으로 제한한 임기, 2/3 이상 참석으로 정해 놓은 엄격한 의사정족수 규정, 연말연시 잇단 비정규직 관련 파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정상적인 회의 진행이 사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이 접수되는 대로 조사에 전념할 수 있는 규율위원들을 선출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전직 규율위원은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며 “임원 못지않게 엄정한 절차를 거쳐 선출하고 실무진 보강, 세부운영규정 보완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구조적인 한계는 ‘핑계’일 뿐이라는 지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규율위원회가 구성되자마자 가장 먼저 논란이 된 것은 위원장 선출. 민주노총 규약상 규율위원장은 호선을 통해 선출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규율위원은 “규약에 호선으로 규정돼 있는데도 한 규율위원은 자신이 여성이고, 소속 산별연맹이 원한다는 이유로 위원장직을 고집하더니, 나중에는 두 명의 위원장을 뽑아서 교대로 회의를 진행하자면서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폈다”고 비판했다. 반면 다른 규율위원은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위원장직을 자원한 사람이 있는데도 무조건 쪽수로 밀어붙이려 했고, 이후에는 회의일정조자 잡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위원장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인 규율위원들은 회의 운영규정 등을 놓고도 논란을 벌였으며, 회의 참가와 불참을 반복하면서 정기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이를 두고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규율위원들은 각 연맹 임원급들인 만큼 기본적인 권위는 지니고 있었다”며 “그런데도 (자신이 속한 정파 조직에게) 돌아가서 묻고 회의를 진행하려 하니 제대로 되는 게 있겠냐”고 말했다. 규율위원들이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였음을 통렬히 비꼰 말이다.

취약한 징계권, 통일규약 필요

중앙위에서 엄격하게, 권위와 독립성을 갖춘 규율위원회를 구성하더라도 문제는 또 남는다. 민주노총 규약 규정에 따르면 규율위원회는 조합원, 산하 및 가맹조직, 임원에 대한 1차 징계권이 있다. 또 규율위원회는 조직 내의 비리 등에 대한 제보 창구를 개설해 각종 비리 제보를 접수하고 필요서 접수된 제보에 대한 진상조사 및 징계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규율위원회에는 검찰 등 정부기구와 맞먹는 수사권이나 조사권이 없다는 것이 취약점이다.

지난 14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조준호 위원장은 “KT노조 선거 건을 규율위원회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루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시된 노조 집행부 선거에서 사측이 개입한 가운데 특정 후보진영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는 KT노조 부정선거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KT노조 선거의 경우 사측이 개입했다는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지만, 그것을 증명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사건 조사를 위해 민주노총 규율위원들이 KT 사측을 방문할 경우 조사가 힘들다는 말이다. 이 관계자는 “어느 미친 사용자가 민주노총 규율위원들이 조사를 하자고 하면 거기에 응하겠냐”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규율위원회로서는 노조쪽만을 집중 조사해 증거를 밝혀내야 하거나, 검찰이나 경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규율위원회가 조사 끝에 증거를 확보해도 문제는 또 발생한다. 규율위원회는 조사를 끝낸 뒤 1차 징계 양정을 결정할 수 있다. 징계 대상자는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의 각종 권리가 박탈되고 가장 심하게는 제명도 가능하다.

하지만 권리박탈과 제명이라는 것은 총연맹이 부여한 권리와 자격에만 해당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조합원이 비리를 저질러 총연맹이 준 권리와 자격을 박탈당하더라도, 해당 단위노조에서 부여한 자격과 권리까지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총연맹은 다만 “해당노조가 당사자의 자격을 박탈하라”는 ‘권고’만이 가능하다는 얘기이다.

민주노총이 단일노조가 아닌 가맹조직들로 이뤄졌다는 사실과, 비리 관련자에 대한 징계 등을 단위노조의 ‘자주성’에 맡겨져 온 민주노총 내부의 관례와 원칙 때문이다.<상자기사 참조>


최근 민주노총이 공금횡령 혐의로 한 지역본부 지구협의회 간부를 해고하는 등 징계한 사례가 있다. 또 지난해 3월 대전지역본부 선거 파행과 관련해 부정선거 증거가 있다면서 선거 결과를 취소한 사례가 있다. 하지만 모두 가맹 조직이 아닌 산하조직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찬가지로 산별연맹의 단위노조 조합원에 대한 징계, 총연맹의 단위노조 전체에 대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총연맹이나 연맹의 취약한 징계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조직혁신위에서 제기된 것이 통일규약 제정이다. “비리관련자에 대한 연맹, 총연맹의 징계권이 취약하고 단위노조의 자주성에 맡겨져 있다고 해서 개별 비리나 단위사업장 내 비리가 민주노조운동에 끼치는 악영향을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연맹, 연맹, 지역본부, 단위노조가 비리엄단을 위한 같은 규약을 제정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이런 통일 규약은 일국 일노조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산별노조의 경우 단위사업장까지 적용하는 통일 규약이 가능하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특정한 규약을 지정하고 대의원대회 등에서 결의를 하더라도 선언적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전 가맹, 산하조직이 같은 규약’을 제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의미의 통일규약 적용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민주노총 규약을 개정해 ‘총연맹이 결정한 징계는 단위노조나 연맹도 반드시 따른다’는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총연맹 권위는 땅으로, ‘자주성’은 입맛대로
민주노총이나 규율위원회의 징계권을 강화하기까지 가장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단위노조의 ‘자주성’이다. 단위노조의 자주성과 총연맹의 징계권 또는 결정, 권고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달리 보면 ‘자주성’과 ‘운동의 대의, 원칙’이 충돌하는 것이다.


최근 1년여간 민주노총 내부의 무수한 논쟁 가운데 ‘자주성’이라는 말과 ‘운동의 원칙’이라는 말이 유독 불거진 사건이 두 개다.


먼저 지난 해 4월 보건의료노조를 집단탈퇴한 서울대병원지부가 공공연맹에 가입한 사건이다. 이 논쟁은 지난 2월13일 민주노총이 중집회의를 열어 “산별노조 집단탈퇴는 무효”라는 점을 확인할 때까지 이어졌고, 현재도 상황이 종결된 상태는 아니다.


10개월여에 걸쳐 이어진 논쟁 과정에서는 ‘자주성’과 ‘산별노조 운동의 대원칙’이 날카롭게 대립했다. 한쪽은 “산별노조를 집단탈퇴 하는 것은 산별노조 운동의 대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민주노총 차원에서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집단탈퇴 금지’라는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단위사업장 조합원들의 자주성을 존중해야 하고, 모든 단위사업장 문제에 일일이 총연맹이 개입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런 주장에 대해 ‘산별노조 운동의 대원칙’을 내세운 쪽은 “자본, 정권으로부터의 관계를 규정하기 위해 나온 자주성이라는 단어를 호도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이들은 또 “집단탈퇴 한 조합원들의 자주성이 중요하면, 다른 선택을 한 나머지 조합원들의 자주성은 무시돼도 되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논쟁 결과 민주노총이 산별노조 원칙을 확인하고 당사자들 간 협의를 통한 문제 해결을 결정했지만 현실은 ‘결정’과 ‘확인’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KT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해고자들이 제명되면서 자주성과 민주노조 운동의 대원칙이라는 말이 다시 자주 언급됐다.


‘보건의료노조-공공연맹’ 분쟁 당시 “단위노조 조합원들의 자주적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쪽은 “민주노조운동의 대원칙과 자주성이 무너져 내렸다”며 KT노조 사태에 대해 ‘총연맹 차원의 입장 발표와 개입’을 강하게 촉구했다. 반면, ‘산별노조운동의 대원칙’을 강조하면서 ‘총연맹 차원의 산별노조 집단탈퇴 무효 선언’을 강조했던 쪽은 “일어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는 입장이면서도, “단위노조 문제에 일일이 개입할 수는 없다”고 맞섰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자본에 장악당한 어용노조의 결정까지 자주성으로 볼 수 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했다.


‘보건-공공’ 논쟁에서 ‘자주성’과 ‘운동의 대원칙’으로 대립했던 이들이, KT노조 논쟁에서는 서로 내세우는 단어가 달라진 셈이다.


결국 예상했던 것보다는 큰 논쟁 없이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는 사실상 총연맹 차원의 개입을 결정하고, 해당 연맹의 노력을 권고했다. 하지만 총연맹이 개입해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는 사실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KT노조 해고자 제명 철회 권고’ 결정을 내렸어도 철회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두 가지 논쟁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을 보면 두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 민주노총이 내리는 결정이나 권고는 권고 그 자체로 그치고 있다는 점과, ‘자주성’이라는 의미는 각 정파의 입장과 이해에 따라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노동운동 활동가는 “대중조직이 운동의 원칙을 당리당략에 따라 적용하는 것이 어느새 현실이 돼버렸다”며 “더이상의 무성한 말은 의미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활동가는 “아무리 정파이해에 따라, 사례에 따라 자주성의 의미가 달라지더라도 통일적으로 적용되는 자주성의 진정한 의미와 기준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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