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반체계 보호를 위해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분야 등을 국가기반시설로 정해놓고 해당노조 파업 돌입시 재난 사태를 선포하고 대체인력까지 투입할 수 있는 방안이 국회에 상정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특히 법안이 시행될 경우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기본권 침해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일시 사용할 장비 및 인력을 지정할 수 있다'…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

18일 국회 행정자치위 전체회의에 행자부가 발의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법률’이 상정됐다. 행자위는 이번 회기 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법안은 오는 25일 행자위 법안심사소위와 26일 상임위 전체회의를 거쳐 5월초 통과가 유력시 되고 있다.

개정안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소관 분야의 기반시설 중 제3조 제1호 다목의 규정에 의한 국가기반체계의 보호를 위하여 계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시설을 기준에 따라 중앙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존 법안 제3조 1호 다목에는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와 전염병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행자부가 검토하고 있는 국가기반시설 지정 분야는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금융, (국가경제 등 수출에 영향이 큰) 산업시설, 보건의료, 원자력, 건설환경, 식용수 분야이다. 특히 이들 분야에는 구체적으로 철도, 항공, 항만, 지하철, 은행, 증권관련 시설, 의료시설, 원자력 발전소, 쓰레기 소각, 매립시설 등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이 대부부분이다.<표 참조> 민주노총 사업장만 놓고 보더라도 민간서비스와 중소규모 제조업노조를 제외한 상당수 사업장이 포함되고 있다.

행자부 추진 국가기반시설 지정분야
분야별대상시설
에너지 전기, 석유, 가스관련 생산·공급시설
정보통신 통신망, 국가기간망 및 주요 전산시스템
교통수송 철도, 항만, 항공, 지하철, 도로관련 시설
금융 은행, 증권관련 시설
산업 국가경제 등 수출에 영향이 큰 산업시설
보건의료 의료시설, 혈액관련시설, 전염병
원자력 원자력발전소
건설환경 쓰레기 소각, 매립시설
식용수 정수장, 다목적댐, 생공용수댐

개정 법률안은 또 “재난의 발생 등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경감시키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신속한 대응을 위하여 일정한 조건 하에 재난 사태를 선포할 수 있도록”하고 있다. 이어 “시장·군수·구청장, 또는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은 재난 발생에 대비해 관계기관, 소유자 또는 지정대상이 되는 자와 협의해 응급조치에 일시 사용할 ‘장비 및 인력’을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개정 법률안 내용 중 ‘일시 사용할 장비 및 인력을 지정할 수 있다’고 한 부분에 대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으로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기존 공공운수분야는 물론이고 사무금융과 지자체 비정규직노조까지 이 법에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특히 법안발의 과정에서 노동부가 “재난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상 노동쟁의와 관련되는 경우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보다 우선해 적용해야 한다”는 단서조항 삽입 의견을 냈지만, 최종 개정안에는 이 부분이 삭제된 채 제출됐다. 따라서 법안취지와는 상관없이 노동통제수단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법 우선이라지만, 특수고용노동자는?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최근 행자부에 자료제출 요구를 통해 “개정법안이 노동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는 “국가핵심기반 마비 원인이 노동자의 파업에 의할 경우 보호자원의 운용 등에 대해서는 노동관계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야 하므로, 노동자 기본권이 침해될 소지는 없다”고 지난 17일 답변했다.

행자부 국가기반보호팀 관계자는 18일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법제처 심사과정을 거치면서 일반법이 개별법에 우선하기 때문에 굳이 ‘노조법 우선 적용’ 단서조항을 삽입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노조 쟁의행위 시에는 당연히 노조법이 우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자부 설명처럼 노조법을 우선 적용해 합법 쟁의행위가 보장되더라도, 화물연대 등 노조법도 적용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쟁의행위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의해 기본권을 제약당할 수 있다고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개정된 법률안에 ‘노조법 우선 적용’ 단서조항 삽입과 특수고용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개정된 법안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 공공연맹, IT연맹, 보건의료노조, 사무금융연맹, 화물통준위, 금속산업연맹, 화학섬유연맹과 대책을 논의한 뒤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 등을 통해 쟁점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행자위 소속 국회의원들과의 면담도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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