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합섬에서 노사 간 대규모 물리적 충돌이 예고되고 있다. “노조가 무단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한달째 공장 가동을 중단시킨 한국합섬(주)HK(대표 박노철)은 오는 20일 구미공단 공설운동장에서 회사 관리직과 파업 불참 직원 등 1천여명이 참가하는 ‘공장 정상화를 위한 결의대회’를 열고 노조가 점거 중인 회사에 들어가 재가동 준비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자청한 사쪽은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노조의 불법 점거가 40여일을 넘기면서 회사의 생존뿐 아니라 협력사의 생존기반까지 위협하고 있어 더이상 노조의 불법 점거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공장에 들어가기로 했다"며 "노조가 공장가동을 방해하지 않고 협조한다면 며칠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공장운영이 정상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화섬노조 한국합섬HK지회는 “회사가 1월 생산직노동자 800명 중 절반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지금까지 희망퇴직 등 감원이 200명에 이르고 정리해고자가 40명에 달하고 있다”면서 “사쪽이 노동자들 중 절반을 희생시키면 공장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 존폐가 전체 예산에 8%에 불과한 노무비로 결정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회는 “사쪽이 노동부조차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반려한 직장폐쇄에 이어 이제는 용역깡패까지 고용해 폭력으로 위협하고 있다”면서 “사쪽이 예고한 20일 결의대회에 최소한 500명 이상의 용역깡패가 동원될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회는 “경영 위기에 처한 회사가 엄청난 비용을 들여 대규모 용역깡패를 고용할 수 있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합섬 노사는 지난달 11일에도 용역경비 140여명이 동원돼 투석전 등이 벌어진 바 있다.

그러나 노사는 지난 7일부터 구미지방노동청의 중재로 공장 정상화를 위한 대화를 지속하고 있어 극적인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회 관계자는 “현재 사쪽의 입장은 대규모 물리적 충돌을 감수하더라도 노조를 와해시킨다는 쪽에 무게가 실려 있으나 노사 모두 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에 막판 합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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