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체불임금 문제를 상담할 때 참으로 난처할 때가 있다. 검게 탄 얼굴과 거친 손을 보아선 분명 같은 일을 하시는 분인데 십장이 누구인지 물으면 ‘전데요’라고 할 때이다. 노동부를 찾아가면 해결이 될 줄 알고 함께 왔다가 노동부에서는 일반적으로 십장이 밀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할 것이라는 말을 듣곤, 십장을 가리키며 이 사람도 똑같은 처진데' 하고는 함께 앉아 듣기 불편한지 슬그머니 일어서 나가버린다.

도급제 근로자에 불과할 뿐 노동법상 각종 의무를 부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능력이 없는 십장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보고 있는 현실은 결국 형식적으로 십장과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건설일용 근로자들을 실제적인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각지대에 내몬다. 더군다나 시공참여자제도가 도입되면서 실질적인 조건을 갖추지 못한 십장을 시공참여자라 내세워 노동법상 책임을 전가하는 합법적인 안전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려스럽다.

다음의 예가 그런 경우이다. 십수년 간 건설공사로 잔뼈가 굵은 일용근로자들이 앞으로 수주물량이 줄어들 것 같아서 그렇다는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정리해고 되었다.‘지금 이 순간에도 반박서를 작성해주는 고3 딸아이 뒤통수를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럽다’고 하며 딸과 함께 법적 절차를 준비해야 했던 절절한 근로자의 심정처럼 공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나오지 말라는 조치를 받아들일 수 없어 노동위원회에게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더니 이에 대해 전문건설업체는 자신들의 근로자가 아니니 모르는 일이고, 당신들의 사용자인 시공참여자에게 하소연하라는 것이었다.

전문건설업체는 자신들이 건설산업기본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시공참여자에게 하도급을 준 것이기 때문에 시공참여자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초지일관 주장하였다. 시공참여자계약에 의하면 시공참여자가 시공을 위하여 종사한 종사원에 대하여 사용자로서의 모든 책임을 지며 급여, 임금, 사용료의 지급은 을의 책임하에 직접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단지 전문건설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주지 않았다는 사실 뿐이다. 시공참여자라 하여 당연 근로기준법 상 사용자라고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노동위원회에서는 전문건설업체가 산재보험과 고용보험료를 납입하고 있고 근로자들의 신규채용자 안전서약서에 소속업체로 되어 있으며, 안전장구를 제공하고 있는 점, 출퇴근을 확인할 수 있는 블랙아이를 설치하여 출퇴근 현황을 관리해 온 점, 원청사로부터 도급받은 공사를 하청업체인 전문건설업체가 시공참여자와 작업반장들에게 지시하여 작업을 수행한 점, 시공참여자가 보고한 출력 현황과 자신이 관리하는 출력 현황 점검자료를 근거로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임금을 계산하여 시공참여자에게 일괄지급 하였으나 시공참여자가 지급한 금품에는 작업인부들의 임금 외 재료비, 경비등의 다른 비용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 시공참여자를 독립된 사업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들어 독립된 사업주로서 고용종속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다(2005.6.2,중노위2005부해33).

바로 이 사례는 1996년에 도입된 시공참여자제도가 부실공사를 방지하기 위해 기존 불법 노무하도급 형태를 양성화 한 것인데 오히려 노동법적 부담을 시공참여자로 이전하는 안전판으로 사용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를 통해 보더라도 보다 근원적으로 건설현장의 중층적인 하도급구조 속에서 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건설일용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백특종씨가 석사논문 ‘건설일용 근로자의 노동법적 지위와 법적 보호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건설산업기본법에서 십장을 사업주 성격을 띤 시공참여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삭제하고, 전문건설업체의 감독자 또는 관리자로 십장의 지위를 분명히 하면서 십장과 건설일용 근로자를 전문건설업체의 직원으로 의제하는 규정의 법제화’ 해야 한다는 입법적 대안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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