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파업이 마지막이 될 것이다.” 21일 국회 법사위 비정규법안 통과 시 총파업을 결의했던 지난 14일 민주노총 중집회의에서 조준호 위원장이 한 말이다. 이 말은 가맹조직들의 파업 조직을 독려함과 동시에, 지난 1년반을 끌어 왔던 비정규법안 국면이 적어도 올해 상반기 내에는 일단락됨을 두고 한 말로 보인다.

비정규법안이 국회에서 일사천리로 진행돼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민주노총은 비정규법안과 관련한 마지막 파업을 벌이게 된다. 아니면 21일 법사위에서 통과됐는데도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 못한다면 민주노총은 21일 총파업만 하고 장시간 숨을 골라야 하는 상황이 온다.

민주노총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는 현재 요구하고 있는 대로 사유제한과 불법파견 고용의제가 도입된 비정규법안의 4월 국회 통과이다. 차선의 결과는 비정규법안에 대한 재논의가 진행되는 것이다. 반면 최악의 결과는 지난달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법안이 4월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이다. 최선과 차선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다.

그렇다면 차악의 결과는 무엇일까. 비정규법안이 거대여야의 정치 계산 속에 당분간 표류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중집회의에서 최근 정세와 관련해 “비정규법안 문제는 지방선거 국면의 유불리에 따라 마지막 순간까지 언제든지 변동 가능한 상황이며, 사회여론의 방향에 따라 강행처리 여부와 그 시기 등도 변동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선과 차선의 결과가 나오지 못하더라도, 최악의 결과는 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열린우리당 항의방문 투쟁을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비정규법안이 유보된다면 재논의를 전제로 해야 된다”면서도 “그런 전제 없이 유보되더라도 다시 재논의 가능성이 열릴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에 개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민주노총으로서는 비정규법안이 최악의 결과로 처리된다면 로드맵 논의에 참가하기도 힘들어진다. 따라서 민주노총으로서는 비정규법안 4월 처리가 유보돼 당분간 표류되는 것이, 현재 법안대로 처리되는 것보다는 낫다. 당장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에 개입할 수 있는 명분을 얻을 수 있고, 추후에는 비정규법안 재논의 국면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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