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이 하루도 쉬지 않고 뺑뺑 돌아가는데 선거는 무슨 선겁니까. 집에 가 본 지도 한달이 넘어가는데 일당도 포기하고 왕복교통비 들여가면서 선거 때문에 집까지 갈 바보가 어디 있습니까.”

집이 천안이라는 박아무개(45)씨는 현재 대구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20여년간 건설현장에서 일해온 박씨가 지금까지 투표장을 찾은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올해 5·31 지방선거 역시 하루일당 10여만원을 벌기 위해 그가 선거를 포기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박씨와 마찬가지로 건설일용 노동자들에게 ‘투표란 하루 일당을 포기하는 사치’와도 다름없다. 이는 건설산업연맹이 2004년 가맹 노조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입증된다. 연맹에 따르면 건설일용 노동자 10명 가운데 9명은 투표를 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번 5·31 지방선거에서 휴무를 계획하고 있는 건설현장 역시 단 한 곳도 없다고 밝혔다.

또 180만명에 달하는 건설노동자 중 70% 이상이 주거지에서 떨어져 일하고 있지만 현행 부재자투표제는 신고와 투표를 위해 2일을 소요해야 하고 또 부재자투표시간도 제한돼 있다. 더욱이 부재자투표가 예상되는 건설현장에서 이에 대한 홍보가 전혀 없어 이 역시도 무용지물이라는 것.

최명선 건설산업연맹 정책부장은 “현행 선거제도는 임시공휴일에도 쉴 수 있는 관공서 공무원들과 단협에 보장을 받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투표를 할 수 있을 뿐 건설일용 노동자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선거권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건설산업연맹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이 이들 건설노동자들의 권리찾기를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17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이들은 선거일 유급휴일 지정, 건설현장 휴무 실시, 부재자투표제도 개선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사진>

이들은 이를 위해 '건설노동자의 참정권 보장을 위한 10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5월31일 지방선거 당일에는 건설현장 휴무 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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