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교섭에 응하라는 법원의 판결 이후에도 세종병원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열린 교섭에서 병원쪽은 교섭권을 경총에 위임하겠다고 밝혀 노사 간 갈등 양상이 더욱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세종병원 노사는 지난달 31일 파업 4개월만에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교섭위원 및 교섭시기 등에 대한 이견으로 첫 교섭부터 결렬됨에 따라 냉각기를 겪어 왔다. 보건의료노조(위원장 홍명옥)와 세종병원지부(지부장 김상현)쪽은 “박영관 이사장 혹은 정란희 대표이사 등 실질적 권한이 있는 대표자가 교섭에 참가할 것"을 요구해 왔으나, 병원쪽은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에게 모든 교섭권을 위임했다"는 입장으로 팽팽히 맞서 왔다.

지난 14일 홍명옥 노조위원장이 직접 교섭에 나섰으나 단 9분만에 결렬됐다. 이날 교섭에 사쪽 대표로 나온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은 "앞으로 교섭을 경총에게 위임하겠다"고 밝혀 노조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노조는 "경총에게 교섭권을 위임하겠다는 발언은 병원쪽에서 교섭 파탄 선언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앞으로 박영관 이사장, 정란희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을 경우 더이상의 대화는 없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해 산별교섭에서도 "병원산업의 특성 상 병원 관계자가 아닌 제3자가 교섭대표로 나올 경우 협상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한 바 있어 세종병원쪽에서 교섭권을 경총으로 위임할 경우 앞으로 협상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는 "그동안 대화국면을 위해 투쟁을 자제해 왔으나 병원쪽에서 교섭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만큼 앞으로는 더욱 강력한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밝혀 세종병원 충돌 사태가 또다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