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의 연구책임자인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매일노동뉴스> 13일자에 기고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 내용은 이렇습니다'에 글에 대해 서종식 민주노동당 단병호 의원 보좌관이 반론을 보내왔습니다. 이에 서 보좌관의 글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연구 결과물이 공개되는 순간 텍스트에 대한 해석은 독자의 몫이다. 남 연구위원이 지적했듯이, 연구자는 그냥 연구로만 말해야 한다. 연구의 의도가 이러하니 연구결과를 이렇게 해석하고 이러한 입장을 취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스스로 연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남 연구위원이 연구 결과의 해석에 개입하여 특정한 입장을 강요함으로써 정부여당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커다란 안타까움을 느낀다. 연구 결과에 대한 애정에 따른 자발적 행위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행정절차의 하자를 문제 삼으면 안 된다?

남 연구위원은 우리가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하였고, 우리의 잘못된 해석과 주장이 언론을 통해 연일 보도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더불어 “지엽적인 문제로 그리고 행정처리 절차상의 하자와 같은 문제를 들어 비정규직 입법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보고서가 가장 경계하고자 했던 바”인데, 우리가 바로 그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선, 행정절차의 하자에 대한 문제제기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 보고서를 통해 밝혔던 연구의 배경과 목적을 상기하기 바란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부의 법률안을 둘러싼 논의가 생산적이지 못하고 파행적으로 치닫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는 법률안 시행 시 그 효과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자료의 부족이다. 이러한 자료의 부족은 법률안에 대한 논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편향된 주장들로 채워지게 한다. 본 연구는 비정규직 입법안에 대한 논의가 보다 객관적인 자료에 입각하여 생산적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즉 정부가 마련한 입법안이 시행될 경우 그 효과를 계량화하여 제시함으로써 입법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국회 환노위 소위 위원장은 이번 법안으로 정규직 임금의 80~90%까지 비정규직의 임금이 오를 것이며 이를 통해 차별해소 효과를 볼 것이라고 주장해 왔고, 지난 2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환노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사실은 남 연구위원도 익히 아는 바가 아닌가? 지금 우리가 행정절차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괜한 꼬투리잡기가 아니라 지난 2월의 입법과정을 파행으로 치닫게 한 책임을 묻는 것인 동시에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미칠 법안이 또다시 졸속으로 통과되는 것을 막으려는 노력이다.

법안의 효과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이 왜 지금에 와서는 남 연구위원의 경계 대상이 되었는지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는 보고서에서 밝힌 연구 목적과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며 잘못된 입법과정을 바로 잡으려는 것이므로 하등 경계할 이유가 없다.

잘못된 해석을 강요하는 것은 남 연구위원 자신이다

다음으로 남 연구위원은 우리가 연구 결과를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장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 연구위원의 주장이야말로 잘못된 것이다.

고용이 1.05% 감소하고, 전체 비정규직 중 0.12%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우리가 언제 다르게 인용한 적이 있었는가? 우리가 이 수치를 바탕으로 “정규직 전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해석한 것이 못 마땅했는지는 몰라도, 그럼 “무려(!) 0.12%나 정규직으로 전환될 것이다”라고 해석해야 하는가?

다음으로 남 연구위원은 “차별이 3.2%포인트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보고서는 차별의 완전해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우리 역시 “정부입법안의 기준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이 완전히 해소되더라도 임금격차 해소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에서 “동일 인적(직무) 속성-동일 임금” 전제 하에서 임금함수를 추정하여 차별개선 비용과 효과를 계산하고 있음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충분히 안다. 우리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제 삼는 것은 특정한 이론체계에 따라 차별의 완전해소를 전제하든 말든 “어찌되었든 임금격차의 해소 효과가 작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결국 중요한 문제는 단 하나인데, 임금격차 해소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리의 해석이 잘못되었냐는 것이다. 우리는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이 정규직 대비 50.8%에서 54.0%로 3.2%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칠 것이고, 이 정도 효과는 미미하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이는 남 연구위원이 지적한 대로 보고서의 분류기준에 따라(정규직 임금 자료가 제시되지 않았으므로) 정규상용직의 임금 219.9만원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남 연구위원의 해명에 의해 보고서의 분류기준에 따른 정규직 임금이 187.3만원이었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늦었지만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비정규직의 임금은 111.7만원에서 118.8만원으로 정규직 대비 59.6%에서 63.2%로 3.6%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친다. 새로운 정보에 의해 바뀐 게 있다면 임금격차 해소 효과가 3.2%포인트에서 3.6%포인트로 0.4% 포인트 달라졌다는 것이다.

단지 0.4%포인트의 차이 때문에 임금격차 해소 효과가 미미하다는 우리의 해석이 잘못되었는가? 그러면 3.6%포인트의 격차 해소를 대단하다고 평가해야 하는가? 우리는 이러한 효과 역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차별의 고통에 비해 너무 “미미한 효과”라고 해석한다. “지엽적인 문제”를 들어 생산적인 논의를 막으려고 하는 이는 우리가 아니라 바로 남 연구위원과 정부여당인 것이다.

법안 통과를 미루고, 효과를 재검토해야 한다

노동부는 보고서의 분석대상이 차별개선 비용이므로, 제발 이를 이용해 차별개선 효과를 역산하지 말라는, 차별개선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지 말라는 억지를 되풀이 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 역시 “보고서는 차별처우를 완전 해소할 경우 소요되는 임금비용에 대해 말하고 있지, 법 시행으로 차별이 몇 퍼센트 개선될 것임을 말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관심은 법안 시행으로 현실의 극심한 고통이 과연 얼마나 줄어드는가에 있다. 우리가 법안의 문제를 제기하며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보고서를 통해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달이 걸려 있는데 어찌 손가락 끝만 보라고 강요하는가?

한편, 열린우리당 김한길 원내대표도 민주노동당 원내대표단에게 이 보고서는 엉터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이 요구해서 노동부가 지시하고 국책연구기관이 작성한 연구용역 보고서가 엉터리라면 열린우리당은 비정규법안의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를 책임 있게 내어 놓아야 한다. 이 법안이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는 근거를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 보고서가 유일한 근거이지 않은가?

법안의 효과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없이 법안 통과가 강행될 위기에 처해 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0.12%의 정규직 전환 효과와 3% 내외의 임금격차 해소 효과가 너무나 미미하게만 느껴지는데 이를 어찌 대단한 효과로 해석해야 하고 법안의 통과를 서둘러야 하는가? 노동부는 이례적으로 남 연구위원의 해명 기고를 정부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에 게시하였다. 지금 정부여당이 할 일이 적극적인 해명인가? 통과시키려는 법안이 보호법안이라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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