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재관) 해고된 지 7개월이 지났다. 집에 가면 천막과 노숙 현장에서 고생하는 동지들 얼굴이 먼저 떠오르고, 길바닥 잠이 오히려 집보다 더 편하다. 나는 안다. ‘질긴 놈이 승리한다’는 것을. 우리가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웃는 날이 올 것이다.
- (정덕룡) 길바닥에서 일기를 쓰는 지금,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과연 나는 언제쯤 저들처럼 이 거리를 걸을 수 있을까. 서러움이 북받쳐 오르지만 동지들과 시민들이 우리를 응원해주고 있다. 반드시 승리해서 뒤에 따라오는 비정규직들에게 희망으로 남고 싶다.
- (김은정) 열흘 넘게 노숙하고 나니 감기가 걸려 몸이 말이 아니다. 매연과 간밤의 추위 탓인 듯. 하루사이 손톱 밑에 때가 끼고 온몸이 부어버렸다. 이 투쟁이 정당하기에 이겨내리라 다짐하지만 이 순간만큼은 눈물나도록 아프고 서러운 생각이 든다. 하루 쉬고 싶은 생각 간절하지만 참아야 한다. 오늘은 병원 가서 꼭 나아야겠다. 동지들에게 감기 전염되면 안 되니까.
- 투쟁 속에서 동지애가 싹 튼다고 했나요. 질기게 싸워서 그야말로 비정규직 투쟁의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KTX 여승무원, 농성장으로 가족 초대
- 철도공사 서울지역본부에서 KTX 여승무원들이 한달 넘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요. 모처럼 가족들과의 만남을 가졌다는 소식이 들리는데요.
- 네. 13일 오후3시, KTX 여승무원들이 농성장으로 가족들을 초청해 '가족한마당' 행사를 벌였습니다. 오랫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했던 승무원들이 가족들과 만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소식입니다.
- 그렇군요. 힘겨웠던 농성 투쟁에 가족들을 만난 것만으로도 힘을 됐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노조에서 가족들을 농성장으로 초청한 이유가 뭔가요?
- 네. 본지에서 보도한 바도 있듯이 이철 철도공사 사장이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가 계기가 됐습니다. 이철 사장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딸들이 벼랑끝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등의 극단적인 표현을 써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요. 이 편지로 인해 가족들이 많이 불안해 했다고 합니다.
- 따라서 노조는 가족들을 안심시키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고, 가족들을 농성장으로 불러 파업 원인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또 긴 투쟁으로 지친 승무원과 가족들이 서로를 위로하기도 했는데요. 앞으로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철 사장 등 경영진 항의 방문 등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국말로는 설명도 못할
- <매일노동뉴스> 지면에 전에 없이 '영어'로 된 글이 많이 들어갔다고요.
- 네, 맹주천 공무원노조 법률팀장이 노동부쪽에 보내는 반론 글에 ILO 권고문 원문이 인용되면서, 영어로 된 글이 적지 않게 들어갔습니다.
- 맹주천 팀장에게 "<매일노동뉴스> 독자는 대부분 영어를 못한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맹 팀장은 "해석의 차이가 큰 만큼 반박의 근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 어쩌다 교리 논쟁도 아닌, 번역 논쟁에 시달리게 됐는지 사실 한숨도 나오는데요. 공무원노조 특별법 발효 이후, 두달이 넘도록 20개 노조, 1만명이 안 되는 공무원만 설립신고 필증을 받아갔다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꼭 국제기구에 물어야 답을 알수 있는 사안일까요?
-또, 노조 탈퇴 안 하면, '가족들에게 알리라'는 주문이 국가권력의 지침으로 내려가고 있는 현실도, 꼭 국제기구에 물어서, 영어로 답을 받아서 해석해야 되는 사안일까요? 그럼에도 비행기를 타고 국제노동기구를 찾아야 하는 대한민국 공무원 노동자의 현실이 안타깝고 서글플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