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2일자 매일노동뉴스 ‘반론’에서 노동부 국제노동정책팀장은 ‘ILO 권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구한다고 하면서, “ILO가 공권력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파업권에 대한 모든 제약을 제한하라고 권고하는 것은 협의의 공무원에 대해서 파업권이 제한 또는 금지될 수 있다고 일관되게 해석해 온 것과 상치”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ILO 권고를 의도적으로 ‘오역’한 것인지, 적극적으로 협소하게 해석하려 노력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좁게 해석할 것을 넓게 규정하진 않았나?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ILO가 예정하는 파업권의 제약 대상은 ‘협의의 공무원’이 아니라 그보다 좁은 개념인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ILO는 통상 정부투자기관, 정부출자기관, 지방공기업, 정부출연기관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들까지 포함하는 광의의 ‘공공부문 종사자’(public employee)라는 용어와 전통적인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협의의 공무원’(public servant)라는 용어를 구별하여 사용하면서, 파업권의 제한·금지는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public servants exercising authority in the name of the State)의 경우에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반론’은 ILO 국제노동(International Labor Review, vol. 137, 이하 Review)을 인용하면서 “결사의 자유 위원회가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분류하고 있는 이들은 국가소유 기업, 석유, 은행, 대도시 운송 및 교육 분야, 보다 일반적으로는 공기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more generally, those who work in state companies and enterprises)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ILO가 공무원(public servant)이 아닌 공공부문 종사자(public employee)에 한하여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므로, 반대해석상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란 협의의 공무원(public servant)이다”라는 논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공무원은 파업권 제한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한 것

그런데 위 리뷰의 원문은, “the Committee on Freedom of Association has stated that certain categories of public servant do not exercise authority in the name of State, such as public servants in state-owned commercial or industrial enterprises(ibid., para. 532), in oil, banking and metropolitan transport undertakings or those employed in the education sector and, more generally, those who work in state companies and enterprises(ILO, 1984a, 233rd Report, para. 668 ; ILO, 1983b, 226th Report, para. 343 ; and ILO, 1996d, note to para. 492).”이다. 이의 ‘정확한’ 해석은, “CFA는 국가소유 기업, 석유, 은행, 대도시 운송 및 교육 분야, 보다 일반적으로는 공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같은 특정한 범주의 사람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지 않는다라고 밝히고 있다”이다. 즉, ‘파업권 제한 여부가 문제가 된 각각의 사례에서 위 사람들은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한편, 공무원(public servant)의 범위는 국가마다 시대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범위를 획일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ILO 노동입법가이드라인(Labour Legislation Guidelines)’ 제5장 ‘파업권’에서는 “이러한 파업권의 제한은 사법부 구성원, 법무부 직원을 포함할 수 있지만, 공무원을 일반적으로 포함하거나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상업적 기관이나 산업체에서 근무하는 공공부문 종사자를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며,(This prohibition of the right to strike may include members of the judiciary and officials working in the administration of justice, but may not be extended to cover public servants in general or public employees engaged in state-owned commercial or industrial enterprises), 위 구별의 관점에서 볼 때, 어떤 법률이든 파업권이 제한되는 공무원의 범위를 가능한 한 명백하고 좁게 정의하여야 한다. (any legislative restrictions should define as clearly and narrowly as possible the class of public servants whose right to strike is restricted.)”라고 하여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 ‘공무원’(public servant)보다 좁은 개념임을 밝히고 있다.

국가의 이름 권한행사자 이외에는 파업권 제한하지 말라는 것

위 리뷰는 나아가 “ILO는 경계선상에 놓인 공무원의 경우에, 하나의 해법은, 파업의 전면적 금지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면적이고 장기화된 업무 중단이 공공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 범위가 교섭에 의해서 결정되는 최소유지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이라는 명확하고 제한된 범주에 의해서 규정하는 것이라고 제안하였다(in borderline cases, it has suggested one solution might be not to impose a total prohibition of strikes, but rather to provide for the maintaining by a defined and limited category of staff of a negotiated minimum service when a total and prolonged stoppage might result in serious consequences for the public).”라고 결론짓고 있다.

즉, 공공부문 종사자(public employee) 중에서 먼저 국가소유 기업, 석유, 은행, 대도시 운송 및 교육 분야, 공기업 종사자들을 제외하고, 다시 공무원(public servant) 중에서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한하여 파업권에 대한 제약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으며, 이때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이란 (1)'법무부 직원, 사법부 구성원, 군대, 경찰‘ 등과 같이 전통적 의미에서 국민을 통제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공무원을 의미하며, (2)이를 좀더 확장한다손 치더라도 공무원을 일반적으로 포함하는 것으로 확장되어서는 안 되며 가능한 한 명백하고 좁게 정의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결국 이번 ILO 권고는 (1)공무원노조 특별법이 공무원의 파업권을 박탈하면서 공무원(public servant)을 일반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것은 과도한 것이며 이는 가능한 한 명백하고 좁게 정의된 ‘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고 (2)‘국가의 이름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공무원’의 경우에도 전면적 금지(total prohibition)가 아닌 필요최소유지업무 영역에 한하여 금지·제한하는 것에 그쳐야 한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사실관계도 틀릴 수는 없는 일”임에도…

위 ‘반론’은 "사실에 기초하여 행정을 하여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사실관계도 틀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LO 권고문 원문에 기초하여 살펴보도록 하자.

(1)2004. 10. 31. 공공연맹 집회에 대해 정부는 “732.(중간생략) 이 집회들은 공무원의 단체행동권(파업권)을 공무원노조법에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불법적인 것(both of which were illegal, demanding that public ofiicial's right to collective action(right to strike) be guaranteed in the bill on public official's trade unions)”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그런데, 법 제정 과정에서 단지 의사를 표출하였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권위적이고 독재적인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10월31일 여의도 집회는 공공연맹이 집시법상 집회 신고 절차를 거쳐 진행한 합법 집회였다.

(2)정부는 2004. 10. 31. 여의도 집회 당시 체포 건과 관련하여 “732.(중간생략) 44명이 체포되었다는 ICFTU의 제소는 사실이 아니다(The ICFTU's allegation that 44 strikers had been arrested was not factual)”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문화마당 입구와 여의도역 출구에서 영장도 없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가방을 뒤지고 이에 불응하는 46명을 현행범 운운하며 강제 연행하였다.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한 불법체포감금 혐의 고발 건에서 검찰은 “46명이 현행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체포” 한 것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3)2004년 11월초 체포와 관련하여 정부는 “733. … 모두 121명이 체포되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위 기간 동안 체포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오직 한 사람, 대구경북본부 고령군지부의 이창화 지부장만이 2004년 12월12일 파업투표와 관련하여 체포되었다.(733. …around 121 arrests was not true. In fact, no one had been arrested during the said period. Just one person, called Lee Chang-Hwa was arrested on 12 November 2004 in relation with the strike vote)”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11월6일 “현장에서 연행한 194명은 조사 후 일단 귀가조치(YTN)”되었으며, 11월9일 “경찰은 서울 마포구지부 노조원 11명 등 찬반투표를 주동하거나 참가한 186명을 연행, 조사 중이며 47개 지부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한국일보)” 하였다. 이창화 지부장은 11월9일 체포된 후 12일 구속되었다. 체포(arrest)와 구속(detention)은 구별된다. 정부는 구속만 체포(arrest)로 보고한 것이다.

(4)2004년 11월15일 파업으로 인한 체포와 관련하여, 정부는 “735. … 191명의 노조원이 체포되었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735. …around 191 unionists were arrested was not true)”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허성관 행자부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171명을 연행하고 47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했으며 13명을 검거하고 92명을 직위해제했다고 보고했다.(문화일보)” 이후 30여명이 추가로 체포되었고 최종적으로 51명이 구속기소되었다.

(5) 정부는 일련의 체포에 대해 “738. … 이들 대부분이 폭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체포된 것이다.”(…They were mostly arrested for the use of violence)라고 보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시 공무원노조가 산개투쟁을 벌였으며 그 과정에서 폭력행위가 발생하지 않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전국적으로 기소된 700여명의 ‘죄명’은 지방공무원법 위반이었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이 아니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이 ‘모든 사람은 각자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하여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Everyone has the right to form and to join trade unions for the protection of his interests).’라고 선언한 바와 같이 노동3권은 기본적 인권이며,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은 이제 더이상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흐름이다.

노동부는 노동자의 인권을 억압하는 특별법을 합리화시키기 위해서 사실(fact)과 ILO 노동기준을 왜곡하면서까지 ILO 권고에 반박할 것이 아니라 “기본권 최대한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에 입각하여 특별법의 문제점을 시정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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