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12일 비정규직법안 4월 처리를 재확인 하고 후속대책을 확정함에 따라 비정규직법안 처리에 대비한 노동부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이날 이상수 노동부장관은 당정협의 이후 노동부에서 기자브리핑을 통해 비정규직 종합대책 및 입법후속조치 계획을 발표했다.<사진>

이상수 장관은 “더이상 비정규직 법안 처리를 미룰 수는 없다”며 4월 국회 처리를 전제하고 오는 6월까지 ‘비정규직 종합대책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8월말까지 하위법령을 마무리짓고, 7월까지 비정규직 차별판정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크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지원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건전한 비정규직 활용 촉진 △비정규직 구조적 증가 요인 해소 등의 방향을 제시했다.

5인미만 퇴직연금제·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추진

◇ 직업훈련계좌제 하반기 시행 = 우선 비정규직 대상 ‘직업훈련계좌제’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 시범실시를 거쳐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비정규직이 돈이 없어 직업훈련을 받기가 어려웠으나 1년 1인당 100만원(5년 300만원) 한도에서 훈련비를 지원키로 하면서 체계적인 직업훈련을 통해 정규직 진입의 기회를 넓히겠다는 설명이다. 한국은 1년간 비정규직의 정규직 이동률이 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30%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그래프 참조>


◇ 4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 =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의 일환으로 현재 근로기준법의 일부조항만 적용되는 4인 미만 기업에도 근로기준법을 적용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5인 미만 사업체에 50.4%가 비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은 영세기업에 다수 분포하고 있기 때문이다.<표 참조> 이에 따라 노동부는 근로기준법 근로시간(제40조), 연장·야간 및 휴일근로(제55조), 연차유급휴가(제59조) 등의 적용확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또 5인 미만 기업에도 퇴직연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내년 중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할 예정이다.


◇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 추진 = 내년부터 특수고용직에게 산재보험도 적용키로 했다. 그동안 논의만 되다가 추진되지 못해 온 사안으로 우선추진 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특수고용직 보호입법 논의도 비정규직 법안이 통과되면 노사정위를 통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상수 장관은 “현재 노동계는 특수고용직의 노동자성 인정, 사용자측은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어느 범위에서 노동자로 인정할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직도 시간제근로 청구할 수 있다

◇ 시간제근로 청구제도 도입 = 노동부는 정규직 노동자가 학업이나 질병 등의 사유로 시간제 근로로 전환하길 원할 경우 사측에 요구할 수 있는 ‘시간제근로 전환청구권’을 인정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도입 시기는 노사정위에서 논의 뒤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우리나라는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7%에 머물러 OECD 선진국에 비해 낮다”며 “가사, 학업과 직장 병행이 가능한 이 제도가 도입되면 청년층, 여성, 고령층이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단축제도 도입 = 현재 육아휴직은 전일제이기 때문에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2008년부터 ‘육아기간 중 근로시간단축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만 3세 미만의 경우 반일제에서 1/3, 1/4일제를 도입하는 한편, 사업주에게 대체인력 채용지원, 노동자에게 삭감된 임금의 일부보전 등의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 한편으로 여성가족부에서 추진 중인 ‘아버지 출산휴가제’ 도입에 대해서도 노동부는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무급휴가나 연월차사용을 통해서는 가능하나 고용보험 지원에 대해서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원·하청 불공정거래 개선 = 노동부는 “원·하청 구조가 비정규 근로자 증가의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며 대·중소기업간 불공정거래 개선을 차질 없이 추진하는 한편 재정경제부, 공정거래위, 노동부 등 관련부처 합동으로 TF를 구성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법 하위법령·비정규직 차별기준 마련

◇ 비정규법 하위법령 마련 = 이와 함께 비정규직 법안 4월 처리를 감안해서 입법후속조치도 발표했다. 내년 1월부터 비정규직법이 차질 없이 시행되도록 기간제법(제정), 파견법(개정), 노동위원회법(개정) 등 3개 법의 시행령을 올해 8월말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시행령에는 파견대상업종 결정, 기간제노동자의 사용기간 초과사유, 사용사업주 고용의무 예외사유, 차별시정명령 불이행(1억원) 및 고용의무 불이행(3천만원) 과태료 부과기준 등이다.

◇ 비정규직 차별판정 기준 마련 = 또 오는 7월까지 비정규직 차별기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사정 공동으로 차별시정 TF팀을 구성한 뒤 사례연구, 전문가워크숍, 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하며, 차별기준(안)이 마련되면 모의판정 과정을 거쳐 11월까지 보완한 뒤 참고자료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노동위원회는 외국사례, 남녀·장애인 등 국내 각종 차별판단기준·사례 등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태다. 또 내년 1월 비정규법 시행을 위해 13개 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위원회를 구축키로 했다.

◇ 공공기관 비정규직 선도 = 현재 행자부는 중앙행정기관 및 지자체를 대상으로, 노동부는 38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기간제·파견·단시간 노동 사용 실태를 조사 중으로, 5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면 노동부가 주도해 점검하는 등 비정규직법이 공공부문부터 잘 지켜지도록 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노총은 지난 8일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만나 국무총리 산하에 노-사-정-전문가로 ‘(가)비정규직 차별개선위원회’를 구성·운영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당정은 “노사정이 참여하는 실태조사위원회 구성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차별실태조사 중심의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고 법개정은 어느 정도 시행한 뒤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해 논의하자”며 노사정·공익 20명 내외로 노사정위 산하에 구성하는 안을 제시했다. 5월중 위원회를 구성해 올해말까지 운영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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