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노동부가 용역 발주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의 연구책임자인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이 보고서 내용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한 글을 <매일노동뉴스>에 보내왔습니다. 이에 전문을 싣습니다. <편집자 주>



연구자는 연구로 말한다. 연구 결과물에 대한 평가는 독자에게 맡겨야 한다. 연구 결과의 일부가 비록 잘못 평가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독자들에 의해 스스로 바로잡힐 때까지 연구자는 끈기있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평가는 독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의 일부가 잘못 해석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으로 중대한 파장이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면 연구자는 나서서 이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필자는 작년말부터 올초까지 노동부가 발주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의 시행효과’라는 제목의 용역과제를 수행하고 이를 보고서로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 보고서의 내용이 한번 잘못 알려진 후 바로잡히지 못한 채 계속 재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필자는 더이상 이를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보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알리고자 한다.

정규직 전환효과가 생기지만 고용이 줄어든다

보고서가 제시하는 핵심적인 연구 결과는 크게 두 가지이다. 법안이 시행될 경우 고용효과와 임금효과가 그것이다.

구태여 경제이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정규직의 사용을 제한하는 입법안이 시행되면 고용이 감소할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식과 일치하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원래의 정부안대로 차별처우가 금지되고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3년으로 하는 동시에 몇가지 업종을 제외한 모든 업종에서 파견근로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시행된다고 하자. 그러면 고용량 감소의 크기는 전체 임금 근로자의 1.05%이며, 전체 임금근로자의 0.12%는 정규직으로 전환됨을 보고서는 말하고 있다.

즉 법 시행 시 정규직 전환효과가 생기지만 고용량이 줄어드는 효과도 발생한다. 고용효과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 같고 또 지면제약 상 자세한 논의는 피한다. 참고로 작년 임금근로자 수는 1,519만명이다.

차별의 완전해소에 연간 4~19조원의 임금비용이 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차별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또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비정규 근로자는 정규 근로자에 비해 대개 근속기간도 짧고 학력도 낮은데, 이 때문에 비정규 근로자의 임금이 낮아진다. 이러한 여러 효과들을 모두 제거하고도 남는 임금격차를 학계는 차별에 의한 것으로 해석한다.

다만 우리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요인에 의한 임금격차가 존재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격차는 비정규직 차별의 최대치로 해석되어야 한다.

보고서는 근로자들의 인적특성 뿐만 아니라 기존연구에서 고려되지 못한 직무특성까지도 감안할 경우 차별해소에 따른 임금비용을 추정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비정규직 법안이 시행되어 기업들이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즉 차별이 100% 해소된다고 가정하면, 추가로 소요되는 비용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분석하고 있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법 적용대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이 6.0~6.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연간 2.0~2.7조 원의 임금비용이 추가로 소요됨을 의미한다.

그런데 비교기준을 ‘정규직’이 아니라 정규직 가운데에서도 근로조건이 나은 ‘정규 상용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차별 여부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은 차후 법 시행 과정에서 법원에 의해 최종적으로 확정될 것이다.

정규상용직을 기준으로 하면 차별해소에 필요한 비용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비정규직의 임금은 22.2~24.2% 인상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15.5~19.1조원의 임금비용에 해당한다. 요컨대 보고서는 정규직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정규직 가운데에서도 상용직을 기준으로 할 것인가에 따라 기업이 부담하여야 하는 비용은 크게 달라지며 그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차별이 3.2% 포인트 개선되는 것이 아니다
보고서는 차별의 완전해소를 전제로 하고 있다


보고서는 비정규직임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임금에 대한 모든 차별이 해소될 경우, 비정규직의 임금이 어느 정도로 오르게 되며 총비용은 어느 정도인지를 말하고 있다.

그런데 정규직을 기준으로 하여 추정한 보고서의 임금효과를 기준이 다른 엉뚱한 자료에다 적용하여 마치 법안이 시행되더라도 효과가 미미할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고 언론은 그러한 주장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법 시행으로 차별처우가 완전 해소된다면 법 적용대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은 111.7만원에서 118.8만원으로 오르게 된다. 이는 정규직 임금 187.3만원 대비 비정규직 상대임금이 59.6%에서 63.2%로 상승함을 의미한다.

단병호 의원처럼 정규 상용직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의 임금 219.9만원을 기준으로 하여 “비정규직의 상대임금이 50.8%에서 54.0%로 조정되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아마도 필자의 보고서에 정규직 임금 187.3만원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다른 곳에 있는 정규상용직 임금 자료를 사용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정규 상용직의 임금 219.9만원을 기준으로 삼으려면 정규 상용직을 기준으로 하는 경우의 임금효과를 사용했어야 했다. 정규 상용직을 기준으로 차별처우를 완전 개선할 경우 비정규직의 임금은 112.0만원에서 136.9만원으로 상승하여 정규직 대비 상대임금은 50.9%에서 62.3%로 개선된다.

정규직이든 정규 상용직이든 보고서는 차별처우를 완전 해소할 경우 소요되는 임금비용에 대해 말하고 있지, 법 시행으로 차별이 몇 퍼센트 개선될 것임을 말하고 있지 않다.

지금 사용 가능한 정보라도 제대로 활용하자

현재 필자의 보고서와 관련된 논의는 내용에 대한 오해 외에도 연구용역의 절차를 문제 삼는 형국이다. 오랜 기간의 논의를 거쳐 현재에 이른 법안을 백지로 할 정도로 본 보고서의 내용이 중요하다면, 보고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하겠다.

지엽적인 문제로 그리고 행정처리 절차상의 하자와 같은 문제를 들어 비정규직 입법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본 보고서자 가장 경계하고자 했던 바이다. 보고서가 추가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정보가 이후의 비정규직 입법 논의에 생산적으로 활용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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