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 전체를 공멸로 몰고 가고 있는 현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노사, 정치권 등 각 경제주체들이 구조조정 원칙을 재확립하고IMF때와 같은 초심(初心)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지적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먼저 정부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노동시장 유연성 높여야 산다 =

대우자동차 노조 사태, 한전 파업, 양대 노총의 전면 파업 예고 등 구조조정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경제 회생의 최대 돌파구인각 부문의 구조조정은 사실상 중단된 것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노사간의 타협 없이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고 구조조정이 제때 안되면 노사 모두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어 노동계의 자제와 사용자·정부측의 일관성 있는 태도를 촉구하고 있다.

정태수 ADL사장은 "기업의 구조조정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적인 경영활동의 하나로 체질화 돼야 한다"며 "국내 노동계도 이제는 이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이에 맞게 새로운 고용시스템을 구축하는 문제를 고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학수 휴잇코리아 사장은 "국내 기업 경영자들의 경영 노하우나 질이 외국 선진기업에 비해 훨씬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경영진을 비난하고 경영실패를 비판하는 노조 역시 외국 기업의 노조들이 갖고 있는 경영에 대한 이해, 협상 능력, 합리적인 판단능력 등을 갖고 있는 지 자성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는 "한전이 비대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필요하고 민영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도 정작 한전 노조는 이를 외면하고 있다"며 "대우자동차 사례에서 보듯이 타협을 모르는 노조는 경제를 멍들게 한다"고 경고했다.

물론 노동계에 대해 구조조정을 위한 또 한번의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만큼 이에 대한 대비책도 제시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노총 손낙구 교육선전실장은 "단기간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급격히 제고되는 바람에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미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측면이 크다"며 "노동 유연성을 강조하려면 이미 전체 근로자의 53%를 넘어선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대우 철폐와 같은 정책마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강력한 리더십을 회복해야 한다. =

김영배 경총 상무는 "정부가 정한 원칙이 군중의 숫자 앞에서 힘없이 변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정부가 원칙에 입각해 기강을 잡아나가고 이를 통해 사회 통제기능을 회복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할 일과 안 할 일,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분명히 해서 국민과 이해집단들에게 분명히 주지시키고 공감대를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구조조정에 관해서도 각각의 이익집단들에게 양보와 자제를 요구할 수 있는 힘을 정부가 갖춰야 한다"며 "고통을 감당하는 계층을 설득하지 못하면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연세대 정갑영 교수는 "노사문제든 구조조정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합법성"이라며 "전력노조의 파업은 명백한 불법파업인데도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사용자든 노동자든 정부든 정해진 법과 규칙의 틀을 벗어나면 강력한 제재가 뒤따른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정치 정상화가 시급하다. =

각계 전문가들의 우리 사회의 구심체인 정치권이 먼저 제역할을 찾아줄 것을 호소했다. 연세대 박진근 교수는 "노사문제, 국회파행, 집단 이기주의 표출 등은 총체적인 사회·경제·정치적 문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치적 접근과 해결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정당을 초월한 정치권에서의 깊은 관심표현만이 각 이익단체들의 욕구 분출을 억제할 수 있다"며 "사회 의사소통의 중심으로서 정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사회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인 `법치에 우선하는 역치(力治)' 관례를 이 기회에 깨뜨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흥래 이사는 "기업이든 정치든 관료든 힘으로 밀어붙이면 된다는 관례가 엄연히 존재해 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법치주의의 전통을 제대로 세우려면 정치권부터 솔선 수범해야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일총 KDI연구위원은 "국민들이 선택을 잘못하면 결국 국민이 망하는 것"이라며 "농민이건 공기업이건 정치권이건 잘못된 선택을 하면 망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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