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TV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예상치 못한 북한측의 영접 태도와 평양시내 모습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불과 얼마 전까지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으며 북한을 '적'으로 생각해 왔던 대다수 시민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북한 주민들의 정중하고 열렬한 환대 광경에 다소 당황했다.

주부 손계화(54)씨는 "어둡고 음침하리라던 평소의 예상과 달리 평양 거리가 밝았으며, 金국방위원장의 표정도 부드러웠다" 고 말했다.

동국대 최대석 교수는 "金국방위원장이 마중 나오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며 "북한측이 세심하게 준비했다고 느꼈다" 고 밝혔다.

대학생 김기영(25)씨는 "金국방위원장이 북한의 핵심 인사들을 대동하고 공항에 나와 직접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품어 왔던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 깨지는 느낌을 받았다" 고 말했다.

한 네티즌은 PC통신 게시판에 "인민군 의장대가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 사열. 분열식 등 의장행사를 개최한 것은 한국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라며 "북한의 전향적인 태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공항과 연도변에 대규모로 동원된 듯한 환영인파의 과장된 몸짓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장면이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회사원 곽진희(33)씨는 "김국방위원장이 공항에 나타나자 쥐죽은 듯 조용하던 환영객들이 고함을 지르고 '김정일' '만세' 를 연호 할 때는 마치 잘 훈련된 군부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며 "여자들이 하나같이 원색한복을 입고 있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반공. 우익 단체들은 "우리가 허를 찔린 것 아니냐" 며 북측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났다.

이철승 자유민주민족회의 대표는 "金국방위원장이 예정에 없이 공항으로 마중 나온 것은 극적인 효과를 노려 대표단과 우리의 판단능력을 약화시키려는 것" 이라며 "북한의 본질이 변하지 않았는데 온 나라가 통일이 된 것처럼 들떠 있다" 고 우려했다.

한국자유총연맹 이동훈 운영본부장은 "북한이 金대통령의 방문을 주민들에 대한 선전효과 극대화에 이용하고 있다" 며 "언론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보도할 경우 심각한 후유증이 예상된다" 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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