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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존중' 삼성재벌의 인간파괴
  •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대안연대 운영위원
  • 승인 2006.04.06 14:07
  • 댓글 1
재벌그룹 삼성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우리가 꿈꾸어 온 파라다이스가 그곳에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곳에 가면, 우리가 잊고 있었던 인간성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존중’ 없이 세상을 산다는 것은 극형에 처해야 마땅할 범죄행위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삼성 경영철학의 최우선 순위는 ‘인간존중’”

▲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대안연대 운영위원.
“삼성의 사회적 존재 이유이자 경영활동 방향을 결정짓는 경영철학은 거창한 구호가 아닌 ‘인간존중’에서 출발합니다.”

“인간존중의 틀은 작게는 삼성이라는 배가 제대로 항해할 수 있도록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조직 구성원 개개인에 대한 존중이고 크게는 고객, 즉 인류 전체에 대한 존중입니다.”

‘인간존중’이 아니면 아무 것도 아닌, 오로지 ‘인간존중’만을 위해 존재하는 재벌그룹 삼성. ‘인간존중’은 재벌그룹 삼성의 모든 것으로 보인다.

재벌그룹 삼성 계열사들 가운데 ‘인간존중’ 경영철학의 실천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업은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며 사회적 책임성 실천에 앞장선다고 자부하는 삼성SDI이다. 삼성SDI는 2000년 12월28일 노동부로부터 신노사문화 대상을 수상했다. “열린경영, 지식근로자 육성, 공정한 성과보상, 작업장 혁신, 노사 관계 개선, 종업원 만족제고 등을 심사한 결과, 미래가치를 창출하는 노사공동체를 형성한 기업”으로서 삼성SDI가 대통령상을 수상한 것이다.

삼성SDI는 2003년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로부터 “상장제조업체 249개 중 대상 및 전기전자 업종 최우수기업”으로 경제정의기업상을 수상했다. 경실련은 “①기업활동의 건전성 ②기업활동의 공정성 ③사회봉사 기여도 ④소비자보호만족도 ⑤환경보호만족도 ⑥종업원만족도 ⑦경제발전기여도”로 평가하여 삼성SDI를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으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국가와 시민사회가 ‘인간존중’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은 당연한 귀결로 보인다.

노조가 없어야 인간존중?

‘인간존중’ 삼성재벌 계열사들 가운데, 삼성에 인수되기 전부터 노동조합이 활동하고 있던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노동조합은 거의 없다. 재벌그룹 삼성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시도는 무수히 많았지만, 한번도 성공한 사례는 없다. 삼성SDI도 예외가 아니다. 부산사업장과 수원사업장 모두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시기부터 시작하여 수차례에 걸쳐 노동조합 결성 시도와 파업투쟁이 있었지만 단 한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삼성SDI는 아직도 노동조합이 없는 ‘무노조’ 사업장으로 남아 있다.

재벌그룹 삼성은 노동조합 결성을 저지하고 결성된 노동조합을 파괴하기 위해 온갖 불법·탈법행위들을 동원하였다. 삼성재벌은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는 핵심 활동가들을 전환배치, 해외파견, 장기간 해외출장 등 인사조치를 통해 일반노동자들로부터 격리시키기도 하고, 금품으로 회유하거나 징계해고 혹은 반강제적 명예퇴직으로 쫓아냈다.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결성을 위한 준비작업이 가시화될 경우 강제납치, 감금, 폭력, 강제억류 등 범죄조직을 방불케하는 불법행위도 서슴치 않았다.

1999년 12월 삼성SDI 수원사업장 노동자 10명은 삼성측의 일방적 구조조정 공세에 문제의식을 느껴 몇차례 준비모임을 가지며 노동조합 결성에 박차를 가했으나, 노동조합 설립총회 직전에 발각되었다. 일본연수를 마치고 귀국하여 노동조합 설립총회에 합류하려던 두 명의 노동자는 연수단 일행으로부터 분리되어 일본에 강제 억류당하며 회유·협박에 시달리다 희망퇴직서를 써준 다음에야 귀국할 수 있었다.

2001년 12월 삼성SDI 부산사업장 C씨는 삼성측의 강제적 구조조정과 노동자 탄압을 규탄하고 노동조합 건설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작성·배포한 혐의로 회사측의 미행·감시를 받아오던 중 노무과장 등에 의해 강제로 납치되었다. C씨는 회사측 납치자들에 의해 밀양, 중산리 등지로 끌려다니다가 회사측의 요구대로 유인물을 작성·배포한 사실을 인정하고 노동조합 조직 관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써준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한편, 2003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삼성측은 불법복제 핸드폰으로 ‘친구찾기’ 서비스를 활용하여 20여명의 위치추적을 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법위치추적 대상자들은 대부분 삼성SDI 수원사업장과 부산사업장에서 노동조합 결성을 시도한 적이 있는 노동자들이거나 노동조합 결성 작업을 지원한 인물들이며, 위치추적이 노동자들 사이의 모임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이루어졌고, 위치추적 핸드폰의 발신기지국이 대부분 삼성SDI 수원사업장이 위치한 수원시 영통구라는 점에서 불법위치추적을 수행한 범죄자가 삼성SDI 관계자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간성 파괴로 이어지는 '무노조 편집증'

재벌그룹 삼성이 노동조합 결성을 저지하기 위해 온갖 불법·탈법행위를 감행했으나, 아직 노동자들을 살해한 사례는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노동조합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을 당한 경우는 많았다. 예컨대 C씨의 경우처럼 강제납치되어 외부로부터 단절된 고립무원의 상황에서 “죽인다”, “생매장시킨다”, “확 끌어묻어버린다”는 살해 위협은 단순한 엄포성 협박으로 들리지 않는다. 피해자가 살해 위협이 현실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으며, 피해자가 노동조합 포기 등 삼성측의 요구조건을 끝까지 거부했었더라면 삼성측의 폭력이 어느 수준까지 이르렀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재벌그룹 삼성은 노동자들의 노동조합 결성 시도를 저지하기 위하여 작업장의 반장·조장들에서 계열사의 임원들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직급의 구성원들을 동원하였다. 오사카로 급파되어 C씨를 일본에 강제억류하며 협박한 사람은 삼성SDI의 상무와 부산사업장 이사였다. 불법위치추적 관련 고소를 취하하라고 K씨를 협박한 사람들 가운데는 반장-대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공장장, 소사장, 그룹장, 부장들도 있었다.

“씨발놈 할 얘기 있어. 내가 전화할테니까 나와 … 나와, 이 씨발놈아!”
“세태에 묻어가라. 양심 없이 세상사는 놈 99%야. 넌 왜 1%로 가냐?”
“우리가 (몇몇 노동자들에게는) 돈을 준 전력이 있어 … 뭘 힘겹게 하나. 어려운 싸움 아니냐. 일단 이 내부에서 노조는 실패걸랑?”
“이 새끼 말로 해서 안 되겠네. 너 패죽이고 나도 회사 때려친다.”
“회사 다니고 싶으면 똑바로 해라 … 그따위로 하면 너 칼침 맞는다. 야, 너 목숨이 몇개나 되냐?”

삼성SDI 임직원들이 K씨를 향해 내뱉은 언어들은 거의 조직폭력배 어록 수준이다. 재벌총수 일가의 ‘무노조’ 편집증 아래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이 강제납치범이 되어 노동자들을 향해 폭력행위를 휘두르고 있는 것이다.

재벌그룹 삼성의 ‘무노조’ 현상이 이병철-이건희-이재용으로 대물림되는 총수 일가의 ‘무노조’ 편집증에 주어진 훈장이라면, 그 비용은 인간성 파괴이다. 파괴된 것은 비단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는 노동자들의 인간성만이 아니다. 노동자들을 포함하여 초일류기업 삼성을 만들어온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들, 그들의 인간성도 모두 총수 일가 편집증의 희생물이 된 것이다. 재벌총수 일가의 ‘무노조’ 편집증이 살아 있는 한, 재벌그룹 삼성은 범죄자를 양산하는 범죄조직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대안연대 운영위원  labortoday@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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