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지난달 29일 세계노동기구(ILO) 결사와 자유위원회 권고 채택에 대해 이의제기와 유감을 표명한데 이어 ‘일부 권고에 대해 거부하는 답변서’를 조만간 ILO측에 제출할 것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이것은 국가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며 “명백히 잘못된 권고이기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거부의 답변서’를 곧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의 자존심’이 걸렸다고까지 비장하게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다. 올해는 공무원노조도 허용하고 로드맵 처리 예정 등 어느 때보다 조건이 좋은데도 공무원 노동기본권에 대한 지난해 권고보다 더 악화된 권고가 나왔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건설노조 간부 사법처리에 대해 ILO가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조합원에 대한 보상까지 하라는 것은 명백히 ‘국내 사법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는 ‘이중적 잣대’가 분명하다. 국내에서는 식중독 등 각종 문제를 일으키는 학교급식에 대해 전북의회 등 각 지방의회에서는 주민발의로 우리농산물 사용 등을 명시한 안전한 먹거리를 위한 학교급식조례를 제정해 왔다. 그러나 행정자치부는 “외국산과 국내산 농산물을 차별하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배된다”며 각 지자체에 조례무효를 조장하고 직접 대법원에 제소까지 해서 결국 사법부의 “우리 농산물을 포함한 급식조례는 무효”라는 판결까지 ‘따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가 어시스트를 해서 대법원이 자살골을 넣었다”고까지 비판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국이나 일본 등 많은 국가에서도 우수 식재료 공급을 위해 자국산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이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제는 ‘협약’이냐 ‘권고’냐를 따질 건가? 아직도 핵심 노동기준인 ILO 협약 97조(결사의 자유), 98조(단결권)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ILO 이사국’ 한국이 ‘협약정신을 강조하고 있는 권고’를 무시하겠다는 말인가?

결국 국내 노사관계와 마찬가지로 힘있는 자본주의의 표상인 WTO에는 약하고 약해빠진 노사정대화의 표상인 ILO는 무시하고 넘어가겠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 수 없다. 노동부는 국가적 자존심을 운운하기 보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에 겸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개선해가는 것이 진정한 자세가 아닐까.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