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희 열린우리당 의원이 전비연쪽의 제안을 수락해 오는 30일 열릴 예정이었던 비정규직법 토론이 결국 무산됐다. 이 의원은 전비연 의장의 본지 기고가 '도를 넘은 인신공격'이라며 토론 참석을 거부했다. 이 의원이 “나를 설득하면 수용하겠다”고 약속해, 노동계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맞짱토론’ 또는 ‘좌담회’는 시작도 못한 채 싱겁게 끝났다.

하지만 이것이 사건의 ‘전말’은 아니다. 전말은 대강 이렇다. 지난 17일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이·취임식에서 전비연쪽 일부 인사와 이 의원은 전격적으로 27일에 토론을 하자고 약속했다. 전비연쪽 일부 인사는 이 사실을 전비연쪽에 알렸다. 순간 전비연 내부가 술렁거렸다. 그런 ‘중요한 자리’를 조직 내에서 사전 상의도 없이, 덜컥 약속하고 왔다는 핀잔 소리가 기자 귀에까지 들렸다.

이목희 의원실과 열린우리당쪽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내에서는 간간이 이 의원을 나무라는 소리도 새어나왔다. 본회의 처리만 남은 상태에서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에서부터 자칫하다가 ‘발목’이 잡힐 수 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토론 사실이 공개된 터라, 어느 쪽도 먼저 ‘판’을 깨기가 부담스러웠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판을 깬다는 것은 ‘졌다’고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결국 ‘참다 못한’ 이 의원이 소리를 질렀다. ‘판’이 와장창 깨졌다. 이 의원은 전비연에게 화살을 돌렸고, 전비연도 반격했다. 하지만 양쪽은 돌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잘 됐다”며.

기자는 양비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예외다.

먼저 이 의원은 비록 감당하기 힘든 약속을 했더라도 어떻게든 지켰어야 했다. 전비연쪽이 그렇게까지 ‘막’ 나올 줄 몰랐다고 말은, 누구보다 ‘노동판’을 잘 아는 정치인이 하기에는 ‘넌센스’이다. 실망스럽다.

전비연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면, 비록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비정규 권리보장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한신의 지혜'를 빌릴 줄도 알아야 했다. 비록 자존심이 구겨지고 치욕스럽더라도, 꾹 참고 논리 게임에서 이 의원의 논리를 압도할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자신들의 ‘자존심’이, 법안으로 ‘고통’ 받을 비정규직 노동자 대중의 삶보다 더 무겁지 않다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

‘정치’가, 그리고 ‘운동’이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다들 좀 솔직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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