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이 사건의 ‘전말’은 아니다. 전말은 대강 이렇다. 지난 17일 <매일노동뉴스> 발행인 이·취임식에서 전비연쪽 일부 인사와 이 의원은 전격적으로 27일에 토론을 하자고 약속했다. 전비연쪽 일부 인사는 이 사실을 전비연쪽에 알렸다. 순간 전비연 내부가 술렁거렸다. 그런 ‘중요한 자리’를 조직 내에서 사전 상의도 없이, 덜컥 약속하고 왔다는 핀잔 소리가 기자 귀에까지 들렸다.
이목희 의원실과 열린우리당쪽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당내에서는 간간이 이 의원을 나무라는 소리도 새어나왔다. 본회의 처리만 남은 상태에서 토론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에서부터 자칫하다가 ‘발목’이 잡힐 수 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이미 토론 사실이 공개된 터라, 어느 쪽도 먼저 ‘판’을 깨기가 부담스러웠다. 뚜렷한 이유도 없이 판을 깬다는 것은 ‘졌다’고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숨 막히는 시간은 ‘야속하게’ 흘러갔다. 결국 ‘참다 못한’ 이 의원이 소리를 질렀다. ‘판’이 와장창 깨졌다. 이 의원은 전비연에게 화살을 돌렸고, 전비연도 반격했다. 하지만 양쪽은 돌아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차라리 잘 됐다”며.
기자는 양비론을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생산적이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는 예외다.
먼저 이 의원은 비록 감당하기 힘든 약속을 했더라도 어떻게든 지켰어야 했다. 전비연쪽이 그렇게까지 ‘막’ 나올 줄 몰랐다고 말은, 누구보다 ‘노동판’을 잘 아는 정치인이 하기에는 ‘넌센스’이다. 실망스럽다.
전비연 태도는 더욱 실망스럽다. 이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면, 비록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비정규 권리보장입법을 쟁취하기 위해 '한신의 지혜'를 빌릴 줄도 알아야 했다. 비록 자존심이 구겨지고 치욕스럽더라도, 꾹 참고 논리 게임에서 이 의원의 논리를 압도할 작전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했다. 자신들의 ‘자존심’이, 법안으로 ‘고통’ 받을 비정규직 노동자 대중의 삶보다 더 무겁지 않다면, 그렇게 했어야 했다.
‘정치’가, 그리고 ‘운동’이 이래서는 안 된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다들 좀 솔직하게 살자.
지난 3.28 이 홈페이지에서 이목희 의원에 남겼던 글의 일부를 저의 입장에 대신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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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은 공인으로서 공무에 임하는 입장 보다는 개인감정이 앞선 일처리는 아닌지 싶습니다. 그렇다면 저도 개인의 입장으로 심정을 전합니다. 좁은 소견으로는 무엇이, 어떻게 '인신공격'이라는 건지, 적어도 집권여당의 노동부문을 담당하시고 860만 비정규직의 운명을 쥐락, 펴락하실, 그만한 경륜을 가지신 분의 언사로는 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2003년 당시 종묘공원 집회장소, 바로 옆자리에서 불 붙어 단발마의 외마디 비명, '비정규직 철폐' 를 끝내 삼키고 돌아가신 이용석 열사를 눈으로 봤습니다. 정치인도 아닌 제게 평상심으로만 글을 쓴다는 건, 애초 불가한 일이고 되려 속이는 일이라고 봤습니다.'끝장 토론'에서 그야말로 끝장 보려면 이런 암울하고 절망적 상황에서 예의를 갖춘 평이하게 담아낼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만한 표현에 발끈하시고 토론을 당장 거둬들인 것에 매우 실망이며 860만 비정규노동자의 처지를 대변할(인정하든 않든) 입장에서 정부여당을 대표하는 분께, 사과의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합니다. 상식으로 봐도 사과를 받아야 할 사람은 이 나라, 이 땅에서 고통과 소외에 몸부림 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맞지않나요. 대체 국가가 우리에게 희망이 아닌, 절망밖에 더 줬습니까? 의원님의 불쾌감이야말로 숨져간 비정규직 열네분 열사의 피울음.., 지금도 50미터 고공굴뚝 농성으로 내몰린 화물, 지엠대우 비정규직의 처지에 비하면 그야말로 조족지열이 아닌가요? 이미 개악안의 처리공정 굳혀놓고 비정규직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셨다가 지금사 부담스러우시니 기껏 글 하나 핑계삼으신 것이 아니였기를 바랍니다. 제 섣부른 언사로 심사를 불편하게 해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절박한 처지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생각하시어 아무쪼록 '토론마당'에서 서운함을 푸시기를 깊이 재고 하여 주시기를... 2006-03-28 오후 8:0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