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본부 5기 임원선거가 지난 2월18일 첫 결과 발표 후 이를 둘러싼 한달의 논란끝에 17일, 미개표 투표함 개표를 끝으로 이흥석 후보 당선을 확정하고 마무리됐다.

당선자 직무정지 가처분신청까지 번졌던 사태가 그나마 막판에 중재를 통해 합의하는 절차로 정리된 것은 다행이지만 이 한달 동안 벌어진 일들은 이흥석-여영국 양 후보 진영과 조합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간의 과정 속에서 문제점을 찾고 쌓인 앙금을 제거하는 길만이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분란 속에서 반대급부로 얻어야 할 성과라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먼저 짚어야 할 것은 5기 임원선거가 첫 직선제라는 의미를 가졌지만 내용이나 형식에서 그 의미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논란의 원인이 되었다는 점이다. 사전 개표, 선거인명부 누락, 봉인 문제 등으로 당초 개표하지 않고 투표무효 처리해 끝까지 문제를 일으켰던 투표함들이나 대우조선 투표함은 단위 현장에서 자신들의 관행대로 투표를 진행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첫 직선제이기 때문에 충분히 예상됐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선관위는 여기에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지역 거점의 유세와 공보물 외에는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을 돌이켜보면 첫 직선제에 대한 준비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각 후보 진영은 직선제를 어떻게 받아들였는가. “왜 직선제를 도입해서 이 고생을 하는지 모르겠다", "생각 같아서는 다음부터 직선제를 없애버리고 싶다”는 등의 푸념들이 운동원들과 단위 현장의 간부들의 입에서 심심찮게 흘러나왔으니 더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서로 간의 대립도 도를 넘었다. 취재과정에서 여과 없이 각 후보 지지자들 또는 운동원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 기자로서는 서로에 대한 적대적 표현에 스스로 귀를 막고 싶은 때가 여러번 있었다. 투표 결과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화를 통한 해결보다는 “다시는 대면하지 않을 사람들”이라는 표현을 서슴지 않으며 갈등을 증폭시켰다. “이들이 과연 동지일까”라고 되묻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법적 대응이란 초강수까지 나오면서 한달 동안 논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오랜 노동운동의 역사와 두터운 노동운동가 층을 가진 창원지역 노동계가 어떤 중재도 하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중재와 타협이라는 노동계 내부 정치의 여지마저 사라질 정도로 각 진영의 대립이 극에 달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각 후보진영이 공약으로 내세웠던 노동계의 단결과 혁신이 조합원들 속에서 진정성을 인정받기란 어렵다.

아무도 중재하지 못했고 “내부의 문제를 법정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는 압박과 부담감이 막판 타협을 만들었다. 이 한달 동안의 과정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의문이다. 선관위가 선거무효 처리해 영원히 봉하려고 했던 문제의 투표함은 결국 개표됐고, 당초 선거결과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다들 무엇을 두려워했던 것일까.

문제가 되었을 초기에 이 투표함들을 개표했다면 어땠을까. 중앙선관위에 질의하고 법학자의 자문을 구하고, 직무정지 가처분신청까지 가는 해프닝은 없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는다.

참, 도깨비 장난 같은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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