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1일 철도노동조합, 공공성 확보를 위한 파업투쟁
3월2일 철도노동조합, 산개투쟁 개시
3월4일 오후7시를 기해 현장투쟁으로 전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노동운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상당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의문을 갖게 됐을 것이다.

어떻게 공공성의 문제(장애인과 노약자에 대한 요금 할인율 축소 반대, 사외이사 중 이용자 대표 1인 선임 등)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해고자 복직 등의 문제로 파업이 가능한가? 그것도 다양한 의식을 지닌 전국에 산재한 조합원들이 1만7천명씩이나! 그리고 파업투쟁에서 현장투쟁으로 전화했음에도 투쟁 열기는 여전하고 지도부를 중심으로 한 단결이 유지되고 있는가? 국민의 손으로 만들어진 ㅎ신문사조차도 ‘백기투항’이라는 망발을 했을 정도인데….

지난 몇년간 노동운동을 짓누르고 있는 위기의 징후 중에서 내부적인 것만 열거해 보자. (1)경제적 이익에 치우친 대기업 노동자의 투쟁, (2)비정규직과 정규직의 분열의 극대화, (3)정파 간의 비이성적인 대립, (4)노조간부의 부패, 자본과의 공공연한 거래가 능력으로 인정받는 계급성의 상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5)사회 변혁과정에서 선도계급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 객관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는 정부와 자본의 공세를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내부의 위기 징후들은 각성하고 극복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그러나 철도노조는 위의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2005년 철도청이 공사화되면서 조합원들의 의식은 급격히 ‘돈’과 관련된 문제로 관심이 옮겨갔고 ‘돈’만 많이 준다면, 이라는 의식이 높아졌다. 하지만 간부들은 여기에 전부를 걸지 않았다. 2002년 2·25 파업은 공기업의 사유화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저지하는 투쟁이었으며, 이후에도 철도는 공공철도, 국민철도, 통일철도이어야 함을 누누이 강조하는 교육과 투쟁을 벌였다. 이번 파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보다 안전’, ‘사회적 약자의 요금인하율 축소 반대’ 서명 및 천막 농성 등을 통해 조합원을 교육하고 사회를 향해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당장의 이익보다 안전을 위한 인력충원과 동지애의 표현인 해고자 복직을 전면에 걸고 계속 조합원들을 이끌었다.

또한 대단히 훌륭한 선택이 있는데, 그것은 비정규직을 정규직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조직하기로 결정한 점이다. 철도에는 다양한 형태의 비정규직이 있다. 특히 운수 분야는 비정규직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일단 직접고용으로 된 비정규직을 조직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중소업체 중에 이런 결정을 한 노조는 있지만 대기업 중에 비정규직을 정규직노조가 직가입의 형태로 조직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번 파업에 함꼐 하면서 ‘노조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현재 KTX 승무원들은 그들의 특수성 때문에 파업은 계속하고 있지만 본조와 지침을 같이 하고 있으며, 그외에 많은 철도의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정규직과 동일하게 행동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가 자본가보다 더 죽이고 싶도록 밉다’라고 외치는 비정규직의 울분을 본 사람들은 지금 철도의 현장이 얼마나 ‘아름답게’ 단결하고 있는지를 알 것이다.

철도 현장에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을 가진 활동가들이 있다. 그들은 2000년 노조민주화 투쟁을 하기까지는 하나의 현장조직 속에 있었다. 2001년 노조 민주화 이후 분화는 가시화되었고, 때로는 노조활동에 서로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때로는 비난하고 소통을 하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그들은 조합원에 대한 의식화와 조직화의 끈은 놓지 않았으며, 비정규직의 문제에도 최선을 다 했다. 비정규직의 조직화 방안을 둘러싸고도 여러 의견과 대립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들은 단결의 방향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번 파업 과정에는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거나 비난하는 어떤 언행도 하지 않는 성숙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철도의 특성과 대중의 상태도 작용했을 것이다. 이 점은 다음에 자세히 살펴보자.

철도노조는 한국노총의 '1번 사업장'이었다. 해방 공간에서의 빛나는 전통이 있었지만 군사독재 시절 어용성과 부패의 상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철도노조였다. 승진할 때, 근무지를 옮길 때 몇백의 돈이 오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각종 노조 선거에서 투표용지의 어느 지점에 도장을 찍으라는 등의 공개투표를 자행했던 곳이 철도노조였다. 이것은 옛날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5년 전 철도노조의 모습이었다. 2001년 민주노조를 만드는 십수년의 과정은 이러한 묵은 때를 벗는 말 그대로의 피눈물나는 과정이었으며, 그 이후는 내부의 부패를 척결하는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철도노조에는 부패와 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살아 있으며 내부 혁신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이다.

철도는 기본적으로 공공성을 갖고 있다. 전국 곳곳에 ‘혈맥’으로서 산업 발달과 농촌과 도시를 연결하는 소통의 구조가 철도다. 그래서 농민의 투쟁에도 사회적 약자의 투쟁에도 그들은 정서적으로 연대할 수 있는 기본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의 중요한 문제인 분단이 철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통일철도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철도는 공공철도, 국민철도, 통일철도의 방향을 갖게 되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변혁적 과제와 분리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객관적인 조건이 오늘의 철도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기나 가스, 도로 등도 충분히 이러한 조건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철도처럼 움직이고 있지 않다. 이것의 일차적 공헌을 철도노조 활동가들에게 돌리고 싶다. 오늘만은!

이제 철도조합원들은 찜질방, 속리산, 내장산, 대성리, 체육관, 민주공원, 사수대, 산개, 헬리콥터 등의 말을 들으면 다들 독특한 느낌을 가질 것이다. 3월4일 현장투쟁으로의 전화를 위한 집회에서 비록 울음바다였지만, (특히 여성 조합원들) 합의서 없이 현장에 돌아갈 수 없다는 결의가 지도부의 비난으로 가지 않는 그 성숙함, 그리고 대오를 맞추어 현장으로 들어가는 그 든든한 모습은 바로 감동, 그 자체였다.

이러한 모든 것이 투쟁의 기운으로, 단결의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있었던 각종 미담은 앞으로 우리 운동의 희망이 될 것이다.

앞으로 많은 고난이 철도 앞에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항상 있었던 승무와 차량의 반목은 이번에도 재현될 여지가 있으며 ‘우리만 열심히 해서 피해를 봤다’는 패배의식이 올라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불만은 자체에 맞기자. 반성은 당사자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박수를 쳐 주자. 자랑스러움이 가득한 사랑의 눈길을 서로에게 마구 날리자!

마지막으로 지금도 구속·수배의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철도 투쟁을 이끌고 있는 김영훈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과 직위해제의 탄압에도 단결과 믿음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동자들에게 무한한 자랑스러움을 느끼며 "사랑을 전합니다"라는 말로 연대를 표한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